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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빅2 전쟁’ 직매입 효율성 내세운 쿠팡 VS 기술로 다양성 강조한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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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연합뉴스


이커머스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네이버와 쿠팡이 서로 다른 물류 방식으로 눈길을 끈다. 직접 물류 플레이어로 참여한 쿠팡에 맞서 네이버는 기술과 데이터 기반으로 풀필먼트 기업 및 스타트업들과 플랫폼을 구성하고 있다.

◆물류 플레이어들 모은 ‘NFA’… 판매자와 물류 기업 연결하고 물류 데이터 제공

지난 7월 12일 네이버는 온라인 데이터 풀필먼트 플랫폼인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를 오픈했다.

NFA를 통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은 다양한 물류 스타트업들의 정보와 서비스를 파악하고 각자에게 맞는 풀필먼트 업체들을 신청을 할 수 있다. 네이버 판매자들과 물류 기업들의 연결을 시작으로 네이버는 향후 AI기반의 수요예측, 물류 데이터 어드바이저 등의 서비스도 선보여 판매자들에게 사업에 도움이 되는 고도화된 물류 데이터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가 제시한 물류 방식에서 특이점은 다양한 물류 플레이어들과 협력 체계다. 업계 1위 CJ대한통운뿐만 아니라 냉장·냉동에 특화된 아워박스, 동대문 논브랜드 패션 중심의 딜리버드(신상마켓)과 셀피(브랜디), 중소상공인에 특화된 품고, 위킵, 파스토 등이 참여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물류 중요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네이버는 직접 참여하기 보다 플랫폼 기반의 연합 체계를 연결해 승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역랑을 갖춘 여러 스타트업들과 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향후 물류 업체들의 추가 참여 가능성도 열어놨다. 이달 20일 프리미엄 배송 서비스 실험을 시작한 발렉스도 추후 NFA에 들어올 가능성도 높다.

◆물류에서도 드러난 네이버의 ‘다양성’ 철학… 판매자 주도적 설계가 강점, 직매입 쿠팡과의 차별점

네이버가 연합 체계를 꾸린 것은 네이버 커머스 철학에서 비롯된다.

네이버는 ‘다양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키워나가면서 다양한 상품과 판매자를 바탕으로 커머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사업자들의 상품, 사업 여건, 성장 단계가 모두 다른 만큼, 판매자들이 상황에 맞게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네이버가 사업 운영에 필요한 툴들을 지원해주겠다는 것. 이에 온라인 창업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부터 라이브 커머스, 데이터 분석 툴 등 다양한 기술적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이번 NFA도 획일적인 물류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자들의 사업이나 상품 특성에 맞는 풀필먼트를 제공하겠다는 네이버의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판매자들 입장에서는 비용이나 서비스 자체를 비교해 보면서 상품 특성에 맞는 물류 방식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알기 어려웠던 풀필먼트 업체에 대한 정보들도 쉽고 빠르고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점은 쿠팡의 행보와는 확연히 차별화하는 모습이다.

쿠팡은 판매자들로부터 상품을 매입하거나 또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입고와 재고, 배송까지 직접 관리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쿠팡은 배송 인력(쿠팡 친구)을 직접 고용하고 자체 풀필먼트를 구축하고 있다.

모든 것을 직접 하는 형태로 물류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대규모 물량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고 로켓배송 같은 배송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쿠팡은 이러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물류센터에 총 1조원 추가 투자 계획도 밝히기도 했다. 20일에는 유상증자로 2287억원을 조달한다고 발표했는데, 이 역시 모두 모두 국내 커머스 사업 강화를 위해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일보

연합뉴스.


◆높은 진입 장벽·정산 등 쿠팡 약점 파고든 네이버

쿠팡의 속도 중심의 배송 서비스로 많은 소비자들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판매자들의 불만도 많다. 판매자가 로켓배송을 이용하려면 진입 장벽이 높고 물류 전 과정의 주도권이 쿠팡에게 있기 때문이다.

쿠팡 로켓배송은 물류센터의 공간적 한계로 모든 입점 판매자 대상으로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소위 잘 나가는 상품 위주로 쿠팡이 상품을 선택한다. 또한 쿠팡이 상품을 매입했기 때문에 상품의 소유권도 플랫폼이 갖게 되면서 상품의 입고, 재고 관리 및 발주 등도 쿠팡이 결정하게 되면서 판매자들의 쿠팡 종속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쿠팡은 직매입의 경우 판매가의 60-70%를 판매자에게 돌려주는데, 이 마저도 법정 기한을 꽉 채운 60일 내 정산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재고 구매 대금과 인건비 등의 비용으로 자금 순환이 중요한 판매자들에게는 가장 큰 불만 요소다.

4일 만에 정산해주는 ‘빠른정산’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판매자 각각의 물류를 직접 지휘할 수 있는 이번 네이버의 NFA 오픈이 쿠팡의 약점을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쿠팡도 가격이나 프로모션 등을 판매자가 직접 결정할 수 있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오픈했으나 판매가 제한이 있고 수수료도 높아 네이버에 비해 중소 판매자들의 진입장벽은 높아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미미한 형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로켓배송 중심으로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네이버는 판매자의 다양성을 더 크게 발휘할 수 있는 철학으로 물류 생태계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면서 “네이버의 방식은 기존 플레이어들과 연합하면서 기술 플랫폼으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모델인만큼, 플랫폼 확장성이 더 크기 때문에 스마트스토어처럼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로도 나갈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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