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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 백신 교차접종 사망 경찰, '개구리 소년' 삼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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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개구리소년' 5명의 합동분향소가 실종 13년만인 2004년 경북대병원 영안실에 마련됐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교차 접종 후 사흘 만에 숨져 사인이 논란이 되는 경찰관 A씨가 과거 ‘개구리 소년’ 사건 피해자의 외삼촌인 사실이 알려져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A씨가 경찰에 입문하는 데에 조카 사건이 큰 영향을 줬다는 사연이 전해지면서다.



“가족에 또 닥친 비극에 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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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0일 오후 대구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구경찰청 현장시찰에서 개구리 소년 사건 관련 브리핑.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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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의 모임(전미찾모) 회장은 29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교차 접종 후 숨진 경찰관은 개구리 소년 중 한 명의 외삼촌”이라며 “가족에게 수십 년 만에 또 닥친 비극에 마음이 안타깝고 참담하다”고 슬퍼했다. 나 회장은 30년 넘게 개구리 소년 사건 관련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경북 구미경찰서 소속 경위 A씨(52)는 지난 20일 오전 자택 거실에 쓰러졌다가 가족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지난 4월 28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1차 접종한 A씨는 이달 17일 화이자 백신을 2차로 맞았다. AZ 백신과 화이자 백신을 교차 접종한 뒤 사망한 사례는 A씨가 처음이다.

24년 차 경찰관인 A씨는 평소에도 직업에 대한 사명감과 자부심이 강했다고 한다. 그가 경찰을 직업으로 택한 이유에는 조카에 대한 그리움·미안함 등이 컸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하고 있다. 평소 “억울하게 어린 나이에 죽은 조카를 위해 (범인을 잡겠다는 마음으로) 경찰이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A씨 조카인 개구리 소년 사건의 피해자는 1991년 3월 26일 도롱뇽 알을 주우려고 집을 나섰다가 실종됐으며 2002년 9월 26일 대구 와룡산 세방골에서 유골로 발견됐다.



가족도 靑 청원 올리고 억울함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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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부인이 올린 글.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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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가족은 사망 원인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A씨 부인은 지난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억울한 죽음의 사인을 밝혀 달라”면서다.

A씨 부인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남편은 AZ 수급 부족과 경찰관으로서 빠른 업무 복귀를 위해 선택의 여지 없이 화이자 백신으로 교차 접종할 수밖에 없었다”며 “평소 기저질환 없이 누구보다 건강했기에 남편의 죽음이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는 “남편에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싶었지만, 방역 당국이나 경찰 어디에서도 명확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며 “남편 사망이 단순한 개인 불운으로 치부되지 않도록 백신 부작용에 따른 인과관계가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고 안심하며 맞을 수 있는 안전한 백신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청원 글은 게시판에 오른 지 하루 만에 6200여명이 동의했다.

경찰과 방역 당국은 A씨 사망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평소 건강했다는 가족·동료 등의 진술과 부검을 통해 화이자 백신 접종의 연관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22일 “역학조사 결과와 부검 소견을 바탕으로 피해조사반에서 향후 심의를 거쳐 최종적인 평가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개구리 소년' 사건이란

1991년 3월 26일 대구 성서초등학교 학생 5명이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을 나갔다가 실종된 사건. 약 11년 만인 2002년 9월 26일 피해자 유골이 와룡산에서 발견됐다. 도롱뇽 알이 개구리로 와전되면서 개구리 소년 사건으로 불리고 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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