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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무 닦고 발 닦는 영상만 보고…식약처 '방배동 족발집' 어떻게 찾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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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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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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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족발 네이버 로드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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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생적인 무세척 영상으로 논란이 된 '방배동 족발집'을 찾아낸 것은 네이버 로드뷰가 결정적인 힌트가 됐다. SNS(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도는 영상을 추적해 현장조사까지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관리총괄과와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의 공조가 빛을 발한 것으로 평가된다.

29일 식약처에 따르면 무세척 영상을 처음 확인한 시점은 23일이다. 식품관리총괄과 위해정보 담당직원(식품위해감시원)이 틱톡에 올라온 동영상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해당 영상에는 무를 담은 대야에 발을 담근 남성이 등장하고 이 남성이 무를 닦는 수세미로 발을 닦는 장면이 나온다.

감시원은 동영상에 한글이 쓰인 박스와 차량번호가 드러나 있는 것을 보고 국내 발생 사건임을 인지했다고 한다. 식품관리총괄과 위해정보 담당자는 3명으로 전국 음식점, 카페, 음식제조업소 등 100만곳을 대상으로 위해정보, 이물질 확인, 고발, 동영상, 언론 모니터링, 소비자 채널 등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차량번호를 특정해 차량등록사업소에 소재지 파악을 요청했다. 26일 확인된 소재지는 서초구 방배동의 한 원룸 건물이었다. 영상에 등장한 곳과는 다른 장소였다. 식품관리총괄과는 해당 주소와 영상을 위해사범중앙조사단으로 넘겼다.

영상에 등장하는 노란색 승합차는 어린이 보호차량으로 확인됐다. 우선 방배동 어린이집 위주로 조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관내 어린이집에선 영상 속 장소를 찾아낼 수 없었다. 범위를 넓혀 방배동 먹자골목으로 조사 방향을 바꿨다. 영상의 붉은 벽돌 건물과 올록볼록한 외벽, 가건물 지붕을 특징으로 삼았다.

한운섭 위해사범중앙조사단장은 "고성능 그래픽이 탑재된 PC로 노이즈를 제거해보니 몇가지 특징이 나타났다"며 "위성사진을 통해 먹자골목에서 이런 특징이 나타난 장소를 추려냈다"고 말했다.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지난해 11월 배달족발에서 생쥐 혼입된 사건에 대해서도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낸 바 있다.

이번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는 네이버 로드뷰에서 찾았다. 로드뷰에는 영상이 찍힌 반대편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는데, 특히 노란색 승합차가 똑같이 주차돼 있었다. 바구니 등 주변에 있는 물건도 영상과 일치했다.

27일 곧바로 현장조사가 이뤄졌다. 문제가 된 직원은 영상이 SNS에 퍼지자 25일 일을 그만뒀고, 이미 관계자들은 해당 업소가 이 음식점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노란색 승합차량은 음식점 사장의 아내 소유로 판명됐다.

식약처는 현장에서 다수의 '식품위생법' 위반행위를 확인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머스타드 드레싱으로 냉채족발 소스 조리에 사용했고, 고추장은 조리를 목적으로 보관하고 있었다. 식약처는 해당 업소에 영업정지 1개월 7일 의견으로 관할 지자체인 서초구청에 행정처분을 의뢰한 상태다.

조사를 주도한 최종동 식품관리총괄과장은 "개별적인 내부고발에 의한 조사는 있었지만 이슈가 된 동영상을 추적해 위해사범을 찾아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식품안전에 부정적 요소가 있는 상황은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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