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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상 최대 실적 HMM, 파업 초읽기… 노조 “임금 25% 올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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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해운사 HMM(011200)의 노동조합이 임금 25% 인상을 요구하며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하기로 했다. HMM 노조는 임금 인상 요구안을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전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유일의 원양 컨테이너선사인 HMM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수출 물류 대란이 불가피해 산업 전반의 연쇄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HMM 육상노조는 29일 오후 대의원 회의를 열고 찬반투표를 통해 중노위 쟁의조정 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 노조는 중노위의 조정에도 실패할 경우, 다시 한번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만약 노조가 파업을 단행할 경우 1976년 창립 이래 첫 사례가 된다. 육상노조와 별도로 임단협을 진행 중인 해원노조(선원 노조)도 다음 달 3일 예정된 3차 교섭과 이후의 4차 교섭까지 진전 없이 끝날 경우 중노위 조정 신청에 나설 계획이다. 중노위 조정이 소득 없이 끝날 경우 육상노조와 함께 파업에 나서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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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자카르타(Jakarta)호'. /HM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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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노사 갈등의 근본 원인은 낮은 임금에 있다. 노조는 올해 25%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5.5% 수준의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다. HMM 직원들은 지난해부터 회사의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지만, 임금 수준은 터무니 없이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HMM은 지난해 해운 운임 상승 호재에 연간 980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올해 1분기엔 1조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증권가에선 HMM의 영업이익이 2분기에도 1조 2000억원에 달하고 연간으로는 5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MM의 해상직과 육상직 직원들은 2019년까지 각각 6년, 8년씩 임금 동결을 겪었다. 지난해 노조는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사측에 임금을 8% 올려달라고 요구했지만, 2.8% 인상되는데 그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HMM 임직원 1519명의 평균 연봉은 6250만원이었다. 국내 다른 중견 해운사들의 평균임금에 비해 약 2000만원 가량 적은 수준이란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전정근 HMM 해원노조 위원장은 “설비 투자에는 막대한 돈을 쏟으면서 수년간 임금 동결로 고통 분담에 나섰던 직원들의 처우는 안중에도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도 현장 인력이 부족한 탓에 교대 인원이 없어 한 번 배에 타면 사표 쓰기 전까진 내릴 수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976년 회사가 탄생한 이래 단 한 번도 파업을 해본 적이 없다. 지금 직원들이 파업까지 각오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작년부터 이달까지 141명의 직원이 퇴사했는데, 이 가운데 해상직원이 99명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세계 2위 스위스 선사 MSC가 한국인 선원 채용 공고까지 냈다. 당시 MSC는 HMM의 2.5배가량 되는 급여를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는데, 해당 공고는 이틀 만에 마감됐다.

문제는 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다. 채권단 관리를 받는 사측 입장에선 산업은행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간 HMM에 수조원대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 2016년부터 출자전환과 영구채 직접 지원 금액을 합하면 HMM에 투입된 금액만 3조8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파업 위기 당시 산업은행은 “HMM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규모 공적자금이 지원된 점, 국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원활한 해운물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인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노조의 쟁의 행위를 우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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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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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업계에선 HMM이 파업을 강행할 경우 물류대란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운항 중이거나 해외 항만에 기항하는 선박은 파업이 불가능하지만 국내에 정박 중인 선박은 파업을 할 수 있다. 인천의 한 무역업체 관계자는 “통상 3분기는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물동량이 급증하는 계절적 성수기”라며 “파업이 발생하면 물류 마비가 불가피해 산업 전반에 타격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상 운임도 천정부지로 치솟은 탓에 수출업계 부담이 큰 상황이다. 컨테이너선 글로벌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3일 기준 4100을 기록했다. SCFI가 집계를 시작한 2009년 10월 이래 최고치다. 작년 같은 날과 비교해도 4배에 가까운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확산으로 세계 항만 곳곳에서 입항을 통제하면서 정체가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상 운임은 해상 물동량이 늘어나는 3분기에 접어들면서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선 HMM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수출업계 전반에 파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태업 등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HMM 관계자는 “원만한 노사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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