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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용 눈물" 흘린 닭갈비집 사장... '골목식당'이 만든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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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오마이뉴스

▲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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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음식 취향과 대중의 취향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는 사장, 잘하고 싶은 의욕은 있지만 '지피지기'가 전혀 안 되는 사장, 심지어 대놓고 방송을 이용하여 대중을 기만하려는 사장까지. 대한민국 요식업 자영업자들의 씁쓸한 현실이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끼게 했다.

28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하남 석바대 골목' 편의 세 번째 이야기가 펼쳐졌다. 춘천식 닭갈비집에서 2주 만에 첫 시식에 나선 백종원은 음식 맛이 개성이 없고 평범하다고 지적했다.

백종원은 가게 운영의 문제로 닭갈비집 모자의 소통 부재를 지적하며 역할 체인지를 주문했다. 홀을 맡던 아들이 주방으로, 주방을 맡던 어머니가 홀을 맡게 됐다. 하지만 백종원이 우려한 대로 기존의 역할 분담에만 익숙하던 두 사람은 하루 만에 총체적 난국을 드러내며 우왕좌왕했다. 두 사람 중 한 명이라도 잠시 자리를 비우기만 해도 서로 대책이 없는 상황이 됐다.

백종원은 특히 기본적인 고기 칼질조차 서툰 아들의 모습에 할말을 잃었다. 백종원은 다음 만남 때까지 재료 손질과 자체적인 소스 개발을 주문하고 어머니의 도움 없이 주방 일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등장한 고기 국숫집은 메뉴의 대중성을 놓고 백종원과 사장의 의견이 약간 충돌했다. 백종원의 조언대로 제주도의 대표적인 고기 국수 세 집을 답사하고 돌아왔다는 사장은, 시식 메뉴를 세 가지나 준비하는 열정을 보였다. 그런데 사장은 제주도 답사에서 하필 백종원이 맛이 없다고 평가했던 고기 국숫집을 본인의 취향으로 선택했다. 알고 보니 사장은 기름기 있는 음식을 잘 못 먹기 때문에 담백한 맛을 선호했고, 반대로 백종원은 돼지고기 특유의 강한 향과 진한 맛을 선호하고 있었던 것.

상황실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사장의 부인은 남편이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고집이 세다고 우려했다. 옆에서 자신의 음식을 지적하면 표정이 굳으며 "그게 뭐? 난 괜찮은데"라고 까칠하게 반응한다고도 말했다. 실제로 사장은 백종원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다가 대화 도중 살짝 갈등을 형성하기도 했다.

백종원은 "골목식당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경우가, 사장이 음식은 잘하시는데 본인의 입맛이 대중성을 벗어난 경우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그의 입장을 존중했다. 다만 백종원은 "한적한 곳에 위치한 가게 특성상, 마니아층이 찾아올 확률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손님들이 어떤 맛을 선호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요리사로서 본인의 음식에 대한 소신은 강하지만, 정작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으로서는 상권이나 고객층의 취향을 파악하는 안목에서 낙제점이라는 문제를 정확하게 꼬집은 대목이었다. 백종원과 사장은 논의 끝에 진한 맛과 담백한 맛, 두 가지 메뉴를 모두 준비해서 손님들에게 테스트를 받아보기로 했다.

김밥 전문점으로 새 단장한 모녀 김밥집은 주력 메뉴를 놓고 고심했다. 메뉴를 줄여야 한다는 백종원에게 어머니 사장은 기본 야채김밥, 돈가스, 묵은지 돼지고기 3가지 메뉴를 희망했다. 백종원은 "김밥집의 매출은 시간당 몇 줄을 말 수 있느냐(생산과 판매량)에 달렸다"고 지적하며, 실제 영업처럼 세 가지 메뉴로 재료 손질을 포함해 3시간 동안 90줄(메뉴당 30줄)의 김밥을 준비하라는 과제를 냈다.

모녀 사장은 목표치를 넘어 "100줄에 도전하겠다"고 자신만만하게 시작했지만 이내 연이은 실수와 체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고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90줄을 다 만들기는 했으나 제한 시간을 지키는 데는 실패했고 스티커를 잘못 붙여서 메뉴가 뒤섞이는 등 끝까지 실수 연발이었다. 돌아온 백종원이 10분 휴식 이후 다시 90줄을 싸보라고 하자, 모녀는 크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두 번째 주문을 취소하고 타협에 나선 백종원은 "지금의 속도로는 판매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일깨워주며, 세 가지 메뉴를 병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모녀는 야채김밥을 포기하고 묵은지 돼지고기와 돈가스 김밥만 메뉴에 넣기로 결정했다. 백종원은 모녀가 준비한 김밥들을 모두 자비로 구입했다.

마지막으로 춘천 닭갈비집이 다시 방송에 등장했다. 첫 점검이 끝나고 백종원과 제작진이 모두 철수한 이후, 가게에 설치해놓고 간 카메라에 담긴 모습 때문이었다.

닭갈비집 사장님의 실체는 충격 그 자체였다. 첫 점검 당시 아들 사장은 백종원의 일침에 모친과 함께 눈물을 흘렸고, 가게 문 앞에 영업 중지를 알리는 사과문까지 붙이며 달라진 모습을 약속했다.

하지만 정작 촬영팀이 철수하자 아들은 저녁에 하던 청소를 내팽개치고 다시 지인들과 놀러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또한 다음 날 출근한 그는 제작진이 남겨둔 지인과 함께 카메라 앞에서만 청소하는 척을 하는가 하면, 촬영 당시 눈물을 흘린 모습에 대해서는 "카메라가 찍고 있어서 앉아서 슬픈 생각하면서 방송용 눈물 좀 흘렸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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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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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아들이 영상만 촬영되고 소리는 녹음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나 아들의 음성은 카메라에 생생하게 담겼다. 편집 과정에서 문제의 영상을 발견한 제작진은 닭갈비집 가게를 방문해 이 사실을 추궁했고, 아들은 "눈물을 흘린 건 진심이었다. 영상을 보고 주변에서 놀릴까 봐 변명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제작진의 연락을 받고 자초지종을 알게된 백종원이 다시 닭갈비집을 방문했다. 백종원은 사장과의 일대일 면담에서 실망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백종원은 "우리가 <골목식당>을 오래 하면서 여러 골목을 다니고 많은 사장들을 만났다. 지금 기분으론 프로그램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어 백종원은 "나도 <골목식당> 촬영을 하면서 시간도 많이 뺏기고 욕도 많이 먹었다. 그래도 나는 신념이 있었다. 외식업이 잘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식당 사장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고 같이 호흡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닭갈비집) 사장님 때문에 돌아보게 됐다. 나도 사람 경험을 많이 해봐서 사람을 볼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이런 일을 겪고 나니 '내가 그동안 사장님들에게 속았을 수도 있구나' 생각하게 된다"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백종원은 촬영 지속 여부에 대해, 아들 사장에게 선택하라고 하고 자리를 떠났다. 이후 아들은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내 행동 하나가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될 줄 몰랐다"며 울먹였다. 방송이 나간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특히 춘천식 닭갈비집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그동안 출연했던 여러 문제적 사장들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다는 성토도 많았다.

그간 <골목식당>에서는 장사에 대한 이해나 의지가 없는 사장,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자존심만 챙기려는 사장, 설루션 당시에는 고분고분했다가 방송이 끝난 후 초심을 잃고 뒤통수를 치는 사장 등 다양한 문제적 인물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렇게 대놓고 "방송을 이용했다"고 속내를 드러낸 경우는 처음이었다. 아들에게 가려졌지만 어머니 역시 아들의 눈치만 보거나, 백종원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만 기대하는 답답한 모습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닭갈비집 사장 모자의 모습이야말로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의 한계를 드러낸 장면이자, 애써 외면해왔던 금기를 건드린 순간이기도 했다. <골목식당>은 대한민국 요식업의 현실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공익 예능으로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위해 논란의 소지가 있는 출연자들까지 다수 등장시키면서 '빌런(악당)'이라는 캐릭터로 활용한 측면이 있다.

냉정히 말해 <골목식당>을 이용하려고 했던 출연자가 그간 닭갈비집 사장 한 명뿐이었을까? 출연자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 검증도 하지 않고 설루션을 진행한 제작진은 문제가 없을까. 기본적으로 방송에 내보낼 만한 기준에 미달할 정도의 출연자였다면 제작진이 섭외 단계에서 걸려냈어야 했고, 출연자가 진심으로 변화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면 향후 파장을 고려하여 덜 자극적인 방향으로 편집할 수도 있었다.

닭갈비집 사장의 거짓말은, 개인을 넘어 결국 방송 전체의 신뢰도를 깎아먹는 자책골이었다. 백종원이 골목식당 사장들에게 생겼다는 '의심'은, 시청자들이 느끼는 감정과도 동일하다. 앞으로 닭갈비집 사장이 카메라 앞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시청자들이 그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이는 앞으로 <골목식당>에 출연하게 될 또 다른 사장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딜레마로 작용할 것이다.

백종원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고민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백종원은 요식업 멘토일 뿐이지 선생님도, 구세주도 아니다. 출연자의 사생활이나 개인사에 관련된 문제는 백종원이 개입할 이유도 없었고 원래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골목식당>에 출연한 가게라는 이유로 손님이 몰리는 일도 허다하다. 백종원의 설루션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세 자영업자에겐 엄청난 특권에 해당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백종원은 가게 영업에 대한 조언을 넘어 사장님들의 인생에 대한 훈계를 건네고, 진정성에 의심이 가는 출연자까지 억지로 끌어가야 하는 선생님의 역할까지 도맡아야 했다. 오히려 그 귀중한 시간에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장님 한 사람이 더 안타까운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닐까.

같은 회차에 등장한 모녀 김밥집처럼 백종원은 비효율적이고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벌이는 가게 사장들에게 종종 '쓸데없는 메뉴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근데 지금 이 조언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골목식당> 제작진이 아닐까.

빌런을 이용한 자극적인 노이즈 마케팅, 백종원에게 가게도 살리고 사람도 갱생하는 히어로의 역할까지 요구하는 것은 이제 <골목식당>의 메뉴에서도 삭제해야 할 때가 됐다. 역대 최고 닭갈비집 '빌런'이 탄생하게 된 것은, 결국 <골목식당>의 오만함이 스스로 빚어낸 괴물이 아닐까.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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