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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편법 증여받아 수십억 부동산 쇼핑…탈세자금으로 신도시 땅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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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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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A 씨는 소득이 별로 없는데도 자녀와 함께 수십억 원을 들여 개발지역 토지와 상가를 사들였다. 세무당국은 A 씨가 어떻게 투자금을 조달했는지 의심스러웠다. 알고보니 A 씨의 남편이 비슷한 시기에 고가의 부동산을 처분한 사실이 드러났다. 남편이 부동산을 처분한 자금이 A 씨와 자녀에게 증여된 정황이 발견된 것이다. 당국은 남편이 부동산 처분 자금을 A 씨와 자녀에게 편법 증여한 것으로 보고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제조·판매업체를 운영하는 B 씨는 아들이 대표로 있는 법인을 거래처 사이에 끼워 넣어 이 법인에 수십억 원을 몰아줬다. 거래 과정의 중간 이윤을 추가하는 이른바 ‘통행세’를 준 것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B 씨는 며느리를 자기 회사 직원인 것처럼 서류를 꾸며 인건비도 빼돌렸다. 게다가 B 씨 법인은 업무와 무관한 신도시 개발지역 토지를 수십억 원가량에 사들였다. 세무당국은 이익 부당제공 등의 혐의로 B 씨를 조사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44곳의 토지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탈세 혐의자 374명을 포착해 3차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들은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사업소득 누락 혐의가 있는 225명, 탈세 자금으로 토지를 취득한 28개 법인, 법인자금을 부당 유출해 토지를 취득한 사주일가 28명, 탈세 혐의가 있는 기획부동산·부동산중개업자 등 42명, 자금출처 부족자 같은 탈세혐의자 51명 등이다. 분석된 토지거래 내역엔 경기 광명 시흥 등 3기 신도시 예정지구 6곳, 서울 태릉CC 등 대규모 개발지역 등이 포함됐다. 2012년 이후 거래 내역이다.

국세청은 개발지역 투기 사례를 조사해 올해 4월과 5월 각각 165명, 289명의 탈세 혐의자를 적발한 바 있다. 이번에는 2개 이상의 개발지역에서 여러 차례 토지를 취득하거나 일가족이 가구원별로 토지를 취득한 경우, 경찰청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가 수사 진행과정에서 통보한 탈세의심자료 등을 중심으로 분석해 탈세 혐의자를 걸러냈다.

이날 국세청은 2차 세무조사 과정에서 적발한 추징사례도 공개했다. C 건설업체 주주들은 개발지역 정보를 입수한 뒤 이 지역에 연립주택을 ‘날림공사’로 지어 사주와 주주에게 저가로 분양했다. C 업체 사주와 주주는 분양받은 연립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양도하고 입주권을 취득한 뒤 법인을 폐업했다. 애초에 입주권 취득을 노리고 작업한 것이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수입금액을 누락하고 공사원가를 허위로 계상해 법인세를 탈루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세청은 이들로부터 법인세와 소득세 수억 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 대상에 LH 직원과 공무원이 포함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박재형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건별로 내용이 달라 진행 중인 조사의 종료 시점은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남건우 기자 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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