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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위 "지열발전사업자 위험관리 부실로 포항지진…은폐 정황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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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규모 3.1 지진 후에도 2차례 물 주입 강행…11월 더 큰 지진 촉발

'업무상과실치상' 지열사업자들 檢수사 요청…산업부·에너지기술평가원·포항시, 관리·감독 책임 부실

뉴스1

29일 경북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열린 2017년 11월 15일에 발생한 규모 5.4 포항지진 진상조사위원회의 주민 설명회장에서 지진 피해 주민들이 설명회가 시작되기 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7.29/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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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2017년 11월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의 원인을 분석한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는 29일 지진위험 관리를 부실하게 한 혐의로 포항 지열발전사업 기관과 책임자들에 대해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이날 오후 포항문화재단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지난 1년3개월간 실시한 포항지진 진상조사 결과, 포항 지열발전사업의 주관기관인 넥스지오와 참여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및 서울대 책임자들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상죄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사업 수행자와 관리·감독자가 각각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했으며, 이와 관련된 법적·제도적 미비점이 결부돼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먼저 넥스지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서울대 산학협력단 등 참여한 '넥스지오 컨소시엄'은 지열발전사업자로서 지진계 관리와 지진 분석이 부실했다.

사업자들은 유체(액체와 기체)를 고압 상태에서 암반에 주입하는 '수리자극'을 진행했는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유발지진을 제대로 감시 관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발지진 관리를 위한 신호등체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변경하고, 관계기관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등 책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발지진 신호등체계는 수리자극으로 발생한 유발지진 규모 등을 기준으로 녹색·황색·적색으로 구분해 물 주입 압력과 유량을 조정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2017년 4월15일 규모 3.1 지진이 발생했는데도 넥스지오 컨소시엄은 미소지진 정밀분석을 하지 않고 같은해 8월~9월에 걸쳐 두 차례 수리자극을 추가 강행하는 등 지진 위험성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즉 수리자극 영향 누적으로 더 큰 규모의 지진을 촉발하게 한 책임이 인정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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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대성아파트의 벽면이 지진으로 인해 내려앉아 있다. 2017.11.17/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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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지진 감시 업무를 수행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1차 수리자극을 위한 사전단계부터 실제 수리자극이 시행되는 동안에도 지진관측 품질 개선 등 지진계 관리가 부실했다. 4월 발생한 규모 3.1 지진은 신호등체계의 최고기준을 넘었는데도 자체적으로 감지하지 못했다.

넥스지오 컨소시엄은 4월 지진을 유발지진으로 간주하면서도 이후 사업기간 연장을 위해 발표한 연장평가 자료에서 유발지진 가능성을 명시하지 않았고, 수리자극과 관련성이 낮아보이게 하는 의도를 드러내는 등 지진위험성을 고의적으로 축소·은폐하려던 정황이 나타났다.

진상조사위는 결과적으로 넥스지오 컨소시엄이 지열발전사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에 대한 위험성 분석과 안전대책 수립 등 주의의무를 게을리(업무상 과실)해, 2017년 11월15일 포항 지진을 촉발시키고 포항시민들에게 상해를 입게 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음으로 산업부와 에너지기술평가원·포항시의 경우 넥스지오 컨소시엄의 사업 추진 과정을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는데도, 지열발전사업에 의한 유발지진을 사전에 인지하거나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산업부와 에너지기술평가원은 4월 지진 발생시 원인 규모 및 지진위험도 분석 등 적절한 관리·감독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포항시는 지열발전사업과 유발지진의 연관성에 대한 정보제공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 대처가 부족했다.

또한 지열발전사업과 관련된 지진위험성 관리에 대한 법적 근거도 미비해 사업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제도적 문제점도 이번 조사 결과 발견됐다.

진상조사위는 이에 따라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있어 안전관리가 필요한 과제를 지정하고 사업단계별로 위험관리방안을 마련해 사업자와 관리·감독자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개선 사항을 마련해 관계기관에 권고하기로 했다.

이학은 조사위원장은 "향후 엄정한 검찰 수사를 통해 책임 소재가 명확히 밝혀질 것'이라며 "제도개선 등으로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있어 지진 등 재난 위험 예방 및 안전관리 시스템이 갖춰져 사업자와 관리·감독자의 책임이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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