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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옥상 비밀문·메뚜기 영업... 거리두기 비웃는 얌체 유흥업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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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휘택 경찰청 생활질서계장이 전하는 실태
"단속 피하려 폐업 노래방서 여 종업원 고용 영업"
"모텔 통째 빌려 영업... 방 임대료 45만~70만원"
한국일보

22일 오후 경기 안양시 유흥주점에서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롯해 단속 공무원들이 긴급 단속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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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와 강화된 거리두기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유흥업소 꼼수 영업이 활개치고 있다. 경찰의 단속을 피하려 하루나 일주일마다 장소를 옮기는 '메뚜기 영업', 옥상으로 통하는 비밀문이나 밀실 안에 또 다른 밀실이 있는 경우 등 꼼수 영업 형태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손휘택 경찰청 생활질서계장은 2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거리두기 격상 이전부터 선제적으로 집중 단속을 실시해왔고, 4차 대유행 또한 유흥시설발 연쇄 감염이 확산되는 지역이 많아져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3일부터 특별단속을 실시 중"이라며 "현재까지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총 319건(2,004명)을 단속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1월과 4월 두 차례 집중 단속기간에도 1,391건(7,614명)을 단속한 바 있다.

"모텔 통째 빌리고 여 종업원 고용해 영업"

한국일보

17일 경찰이 단속에 나선 수원시 인계동의 한 모텔 룸. 테이블 위에 술과 안주가 놓였고, 손님과 유흥접객원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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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 영업은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먼저 일반음식점을 개조해 대낮부터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경우. 손 계장은 "통상 바(Bar)나 라이브카페 같은 곳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운영하는데, 그런 곳에서 룸을 만든다든지 아니면 여성 종업원을 고용해 말 그대로 무허가 유흥주점으로 영업해서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텔 같은 숙박업소를 아예 통째로 빌려 운영하기도 한다. 그는 "최근 서울 수서경찰서 관내에서 모텔을 개조해서 풀살롱 형태의 유흥시설을 갖추고 객실 내에 양주 등 술을 세팅하고 여성 종업원을 고용해서 영업한 업소를 적발했다"며 "직원들에 의하면 방 하나에 45만 원 정도 지불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경기 남부 관내에서도 숙박업소를 통째로 빌려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로 모집한 손님들을 대상으로 무허가 유흥주점 영업을 한 업주 10여 명을 검거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루·일주일마다 옮겨 다녀 단속 피해"

한국일보

경기북부경찰청은 23일 의정부와 고양시 등 관내 불법 영업 유흥시설을 점검해 총 6개소 42명을 단속했다고 25일 밝혔다. 의정부의 한 대형 유흥주점에서는 오후 11시 30분이 넘은 시간에도 종업원들이 예약 손님을 가려서 버젓이 영업하고 있었다. 점검단이 음료수 박스와 냉장고 두 개로 가려진 이중문을 열자 작은 전등도 없는 어두운 내부 창고에 얼굴을 가린 손님과 여성 종업원 24명이 숨어있는 '비밀 대피공간'이 발견되기도 했다. 사진은 의정부 신시가지 유흥주점의 비밀 대피 공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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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을 피하려 상가를 하루 단위로 임대해 속칭 '메뚜기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손 계장은 "특정 지역에 경찰 단속이 심해져 한 장소에서 오래 영업하면 적발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하루나 일주일 단위로 장소를 빌려 옮겨 다니면서 영업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며 "특히 모든 설비가 갖춰진 폐업된 노래방을 임대해 여성 종업원을 고용하고, 술을 판매하는 영업이 요즘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계장은 가장 황당한 사례로 경기 성남의 한 업소를 꼽았다. 그는 "잠복근무 중에 노래방 손님들이 분명히 출입하는 것을 목격하고 업소에 따라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업주만 청소하고 있고 손님은 없었다"며 "업주는 떳떳하게 한번 수색을 해보라고 해서 계속 수색했지만 한 명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손님이) 들어간 게 확실해 이상하게 생각하고 비밀문이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룸마다 쭉 후레쉬로 비추면서 세밀하게 관찰해보니 옥상으로 연결된 비밀문이 발견됐다"며 "그래서 옥상으로 따라 올라가 보니 그쪽에 옥상 기둥 뒤나 건축자재에 손님들이 숨어 있는 등 15명을 적발한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일주일 단위로 영업한 이 노래방은 일주일 임대료가 200만 원이었고, 강남 같은 경우는 하루에 70만 원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손 계장은 "특히 요즘 단속이 심해지기 때문에 숨을 수 있는 장소가 진화해, 밀실 있으면 밀실 안에 또 벽을 뚫고 그 안에 밀실이 있는 경우도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배달업 종사자·단속된 업주가 신고도"

한국일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적용 첫날인 12일 저녁 서울 강남역 일대 식당가에서 라이더가 배달을 나서고 있다. 이날 오후 6시부터 수도권 내 모든 식당과 카페, 노래방은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3인 이상 모임이 금지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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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계장은 "통상 112신고를 받으면 지역 경찰분들이 출동해 단속하지 못하는 업소들이 많다"며 "서너 차례 계속 단속되지 않은 업소들을 분석, 잠복 근무해서 단속하는 경우도 있고 최근에는 단속된 업주들이 자기만 재수 없이 걸렸다고 불만을 갖고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최근 배달음식 하는 분들이 불법영업 신고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배달을 갔던 상가인데 불이 꺼져 있고 인기척이 없는 곳에 음식을 배달하라고 해서 배달해주고 이상하기 때문에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며 "저희도 자체적으로 SNS상 유흥광고를 검색해서 단속한다"고 말했다.

손 계장은 "정부나 모든 사람들이 방역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감염전파 우려가 높은 불법 유흥시설 이용은 자제하고, 방역 수칙을 잘 지켜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경찰의 특별단속은 8월 말까지 계속된다. 집합금지 또는 운영제한 시간을 어기고 영업하는 업주나 종업원, 해당 업소를 이용한 손님은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300만 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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