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7 (수)

'쥴리 벽화' 앞은 전쟁터…그림 의뢰한 서점 사장은 "대응 말라"

댓글 9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보수 유튜버 차량으로 벽화 막고 비방 방송…시민들 "영업방해" 말다툼 벌이기도]

29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중고서점 앞. 확성기를 든 4~5명의 시민과 차량 3대가 입구 옆 벽면을 막고 "그림을 보지 말라"고 소리쳤다. 이 벽면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연상시키는 내용이 그려진 '쥴리의 남자들'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현장에는 보수 성향 유튜버들과 벽화를 구경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 통제를 위해 출동한 경찰들까지 십수명이 한데 몰렸다.

이른바 '쥴리의 남자들'이 서울 종로구 한복판에 등장하자 시민들은 벽화를 보기 위해 잇따라 서점 옆 골목을 찾았다. 윤 전 총장의 지지자들과 보수 성향 유튜버들은 그림이 보이지 않도록 밤을 새워가며 차량으로 벽화를 가렸으나 일부 시민들이 이에 항의해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 벽화 그린 중고서점…시민·유튜버 몰렸다

머니투데이

29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중고서점에 그려진 '쥴리의 벽화'가 자동차로 가려져 있다. 성인은 두 팔을 최대한 움츠리고 들어가도 진입이 어렵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벽화 앞에는 확성기를 든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정부와 여당 지지자들을 비방하는 내용의 방송을 이어갔다. 한 유튜버는 "이 장소가 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성지'로 지정됐다고 한다"며 "여당 지지자들은 어디 있느냐. 떳떳하다면 숨지 말고 나오라"며 소리쳤다. 이들은 큰 소리를 지르거나 노래를 틀며 소동을 벌였다.

해당 중고서점 관계자에 따르면 '쥴리의 남자들'이 그려진 것은 2주 전이다. 서점 업주이자 건물주인 A씨(58)가 밤이 되면 어두워지는 서점 옆 골목길을 밝게 바꾸기 위해 의뢰한 그림이지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지난 28일부터는 그림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밤을 새워 차량 3대로 벽화를 가렸다.

이날도 트럭·승합차 등 3대가 벽화 앞을 막고 지나가는 사람이 보이지 않도록 가리고 있었다. 이 차량들은 30cm도 떨어지지 않은 채로 다닥다닥 붙어 벽화를 가렸다. 벽화와 차량의 사이는 성인 남성이 잔뜩 움츠려도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협소했다.

가로 15m·세로 2m 크기의 이 벽화는 2개의 그림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그림에는 세로로 '2000 아무개 의사·2005 조 회장·2006 아무개 평검사·2006 양검사·2007 BM 대표·2008 김 아나운서·2009 윤서방 검사'라는 글과 함께 하트 그림에 '쥴리의 남자들' 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두 번째 그림에는 금발의 여성과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라는 글이 적혔다.

A씨는 이 그림을 비방하는 사람들이나 응원하는 사람들 모두에 대해 대응하지 말 것을 중고서점 직원들에게 알렸다. 중고서점 관계자는 "저분들(보수 유튜버) 때문에 영업에 지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사장님 말씀 때문에 별도의 대응 없이 영업을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보수 수준" VS "대깨문"…전쟁터 된 '쥴리의 벽화' 앞

머니투데이

29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쥴리의 벽화' 앞을 가리고 있던 차량이 잠시 이동했을 때의 벽화 모습. / 사진 = 오진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현장서는 벽화가 설치된 골목으로 진입하려던 차량과 주차된 차량의 주인들이 갈등을 빚으면서 교통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경찰의 중재 끝에 주차된 차량이 일시적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외에도 '불법주차된 차량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종로구청 직원들이 출동해 차량을 이동시켰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과 보수 유튜버·윤 전 총장 지지자들은 한데 몰려 말다툼을 벌였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윤모씨(70)는 "저게 영업 방해가 아니면 뭐냐"며 "저런 사람들 때문에 한국 보수 지지자들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듣던 일부 보수 유튜버들은 윤씨를 촬영하며 "아직도 저런 '대깨문'이 있느냐"고 조롱했다.

현장을 통제하던 인근 파출소 관계자는 "아직까지 충돌이 발생한 적은 없지만 혹시 모를 비상상황에 대비해 현장을 지키고 있다"며 "사람들이 많이 몰려 방역수칙을 위반할 우려도 있어 당분간은 주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