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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올림픽 출전 성소수자 172명 ‘역대 최다’…트랜스젠더 첫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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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 보다 적어”

한겨레

영국의 토마스 데일리와 매티 리가 26일 도쿄 올림픽 싱크로나이즈드 10미터 플랫폼 다이빙에서 우승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데일리는 2013년 남자와 사귀고 있다며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선수다. 도쿄/AP 연합뉴스


도쿄 올림픽은 성소수자 참가에서 역대 최다라는 점에서 역사적이지만, 성소수자의 올림픽 참가는 여전히 실제 성소수자 수에 비해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미국의 <시엔엔>(CNN)이 28일 보도했다.

미국의 스포츠 블로그 네트워크인 ‘에스비네이션’(SBNATION)의 블로그 ‘아웃포스트’가 지난 12일 기준으로 집계한 것에 따르면, 공개적으로 성소수자(LGBTQ)임을 밝힌 도쿄 올림픽 출전선수는 적어도 172명이다. 이들은 27개 나라에서 30개 종목에 출전하고 있다.

이런 수치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의 23명은 물론, 2016년 리우 올림픽의 56명에 비해서도 세 배나 늘어난 것이다.

성소수자의 출전이 이처럼 급증한 것은 성소수자가 스포츠 부문과 사회에서 점점 더 많이 용인되고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캐나다의 수영선수 마커스 소메이어는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선 게이임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번 대회를 앞두고 커밍아웃을 한 선수이다. 그는 “진실한 정체성을 갖고 가장 큰 규모의 국제대회에서 최선의 경쟁을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스포츠 분야에서 얼마나 전진했나를 보여준다”며 “이번 경기 출전을 통해 성소수자 코뮤니티에 우리가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소수자의 올림픽 참여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소수자의 비중은 전체 올림픽 출전선수 1만1천여명에서 2%가 채 못 된다.

이런 수치는 전체 인구에서 성소수자가 차지하는 비중보다 훨씬 낮다. 예컨대 미국만 따져도 성소수자는 미국 전체 인구의 4.5%로 추정된다고 <시엔엔>이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엘에이 교정의 성소수자 정책 센터 ‘윌리엄스 연구소’를 인용해 전했다.

성소수자의 이런 과소대표는 아직 젊은 성소수자들이 체육 활동을 할 때 차별받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밝혔다. 이런 이유로 성소수자들이 참여를 주저하거나 성정체성을 공개하기를 꺼릴 수 있다는 것이다.

디킨스 대학의 케이티 쉬웨이그호퍼는 이에 대해 “우리의 경기 문화가 아직도 진정으로 성소수자의 참여를 환영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코치 등 지도자들이 선수들의 차별적 언동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여서 성소수자들이 편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림픽에서 모든 성소수자의 출전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트랜스젠더는 2004년 올림픽에서 출전이 허용됐지만, 실제 출전이 이뤄진 것은 이번 도쿄 올림픽이 처음이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는 대회 개막 1년 전 주최국 러시아가 동성애를 “선전하면” 처벌하는 법안을 입법해 성소수자 탄압이라는 지적을 받는 등 논란을 일으켰다.

또 1968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출전 선수들에게 ‘성별 테스트’를 하도록 했다. “여성만 출전하는 경기에서 가면을 쓴 남성과 여성이 부당한, 남성 같은 육체적 이점을 갖고 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세계육상연맹(WA)은 2018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여성 선수에게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는 약물치료를 받으라고 요구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2016년 리우 올림픽 육상 800m 금메달리스트인 남아공의 캐스터 세메냐는 이를 거부해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성소수자를 뜻하는 영문 약자 ‘LGBTQ’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e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퀴어 또는 제3의성(queer 또는 questioning/nonbinary) 등을 가리킨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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