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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中 물난리 취재하는 외신기자들, 괴롭힘에 살해 위협까지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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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중국 물난리 피해 취재 중 항의받는 독일 기자 - 지난 24일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의 마티아스 베링거 기자(오른쪽)가 중국 허난성 정저우 시내 물난리 피해 현장 취재를 나갔다가 그를 영국 BBC 기자로 오인한 중국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항의를 받고 있다. 2021.7.27 트위터 캡처


중국 허난성 정저우의 물난리를 취재하는 외신기자들이 잇따라 현지 주민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살해 위협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중국 외신기자협회(FCCC)는 전날 성명을 통해 정저우 재난을 취재하는 외국 매체 기자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중국 당국에 언론인의 안전을 보호할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중국에 먹칠 말라”…관영매체는 외신에 책임 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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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물난리 피해 취재 중 항의받는 독일 기자 - 지난 24일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의 마티아스 베링거 기자(오른쪽)가 중국 허난성 정저우 시내 물난리 피해 현장 취재를 나갔다가 그를 영국 BBC 기자로 오인한 중국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항의를 받고 있다. 그에게 “중국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라”고 항의하던 남성은 베링거 기자가 “인터뷰를 해도 되겠느냐”고 묻자 “좋다”라고 답했다가 카메라를 꺼내들자 인터뷰를 거절했다. 2021.7.27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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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CC는 영국 BBC와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기자의 경우 심지어 살해 위협까지 받고 있으며, 중국 공산당의 청년 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은 웨이보를 통해 BBC 기자의 소재를 파악해 신고할 것으로 독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4일에는 정저우 거리에서 물난리 피해를 취재하던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와 LAT 기자가 그들을 BBC 기자로 오인한 군중에 둘러싸여 영상 장비를 뺏길 뻔했다.

군중들은 이들의 촬영이 불법이라며 억지 주장을 펴고, BBC 기자 사진을 보여주며 “당신이냐”고 묻는가 하면, “나쁜놈”, “중국에 먹칠하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며 기자들을 막아섰다.

터널 참사를 취재하던 AFP통신 기자는 일련의 사람들에 에워싸여 촬영 영상을 삭제해야 했다고 FCCC는 전했다.

FCCC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 중국 정부가 외국 매체의 무제한 취재를 허용하고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한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군중의 폭력성을 지적하기는커녕 감싸고 돌며 외신 탓을 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인들은 자국을 욕보이는 서방 매체의 보도에 화가 난 것”이라며 “서방 매체는 중국에 대한 편집증적 시각을 형성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하철 참사 추모공간 취재하던 中기자들 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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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기록적인 폭우로 물에 잠긴 중국 정저우 지하철 5호선 차량 내부. 유튜브 캡처


그러나 정저우의 물난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수난을 겪는 것은 중국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기록적인 폭우 속에서 발생한 인명 피해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당국이 검열과 통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명보에 따르면 중국 남방도시보와 차이신미디어 기자들은 폭우로 지하철 차량이 침수되면서 희생된 5호선 승객들을 기리는 추모공간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현지 경찰에 연행됐다. 이들은 조사를 받고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모두 삭제하고 나서야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정저우에 폭우가 쏟아진 지난 20일 현지 지하철 5호선 안으로 빗물이 밀려들면서 14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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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정저우 지하철 입구 앞에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는 헌화를 하자 당국이 가림막을 세운 모습. 홍콩 명보 캡처


명보는 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관련 사진을 공개하며 이 같은 상황을 전했다.

또 해당 지하철 입구 앞 추모공간을 가리는 가림막이 두 차례 설치됐다가 두 번 모두 시민들에 의해 철거됐다고 명보는 전했다.

앞서 사고 발생 7일째인 지난 26일에는 지하철 5호선 입구에 헌화 행렬이 이어져 현장이 꽃으로 가득 채워지자 밤 사이 현장에 가림막이 세워지기도 했다.

시민들은 “관리들이 꽃조차 무서워한다”면서 지하철 당국이 비극에 책임은 지지 않고 현장을 은폐하려 한다고 비판했고, 일부 시민이 나서 가림막을 치워냈다.

그러나 이후 다시 가림막이 들어섰고 시민들이 또다시 이를 걷어냈다는 것이다.

이번 정저우 물난리는 ‘1000년 만의 폭우’에서 시작됐지만, 관리들의 늑장·부실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저우 중심부에 있는 징광터널 중 1.835㎞ 길이의 징광북로터널이 물에 잠기면서 수백대의 차량이 고립되기도 했다. 24일 오전 기준 200대 이상의 차량이 발견되고, 사망자가 최소 4명 발생했다.

실종자 수색 작업이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은 가운데 희생자 규모도 계속 커지고 있다.

이번 허난성 정부는 이날 오후 연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수해로 허난성에서 숨진 사람이 모두 99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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