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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생각했는데 4개가 됐다"…김정환은 그렇게 '역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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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대한민국 펜싱 김정환이 지난 24일 오후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사브르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수여 받은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정환은 한국 펜싱 사상 최초로 올림픽 3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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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펜싱 사브르 '맏형' 김정환(38·국민체육진흥공단)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한 가지 목표가 있었다. 바로 한국 펜싱 역사상 최다 메달리스트였다. 그는 2012년 런던올림픽 단체전 금메달, 2016년 리우올림픽에선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 남현희와 함께 공동 1위(2개)였다.

김정환은 도쿄올림픽에서 메달 2개를 더 추가했다. 24일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어 한국 펜싱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3회 연속 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아울러 그토록 바라던 한국 펜싱 역사상 올림픽 최다 메달리스트로 올라섰다. 활약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8일 단체전에선 구본길(32·국민체육진흥공단), 김준호(27·화성시청), 오상욱(25·성남시청)과 호흡을 맞춰 금메달까지 획득했다. 남자 사브르 단체는 리우올림픽에선 종목 로테이션에 따라 단체전이 열리지 않아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이번 대회 참가했고 왕좌의 자리를 지켜냈다.

김정환은 "메달 색 상관 없이 올림픽 메달이 3개 있는 선수가 돼보고 싶었다. 우리나라 펜싱 선수 중 아무도 밟지 않았던 눈을 밟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김정환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이후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겠다는 생각에 태극마크를 내려놨지만 마음을 다잡고 복귀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영향으로 도쿄올림픽이 1년 미뤄져 마음고생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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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길, 오상욱, 김정환, 김준호(왼쪽부터)가 28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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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올림픽에 다시 출전하는 걸 후회하기도 했다. 지난해 결혼했는데 신혼 생활도 즐기지 못했다. 나 자신에 지치기도 하고 기약이 없는 약속이어서 힘도 떨어졌다. 그런데 (메달) 3개를 바라보고 왔는데 4개가 됐다. 소박하게 목표를 정해서 그런지 (금도끼 은도끼처럼) 도끼 하나를 더 선물 받은 것 같다"며 웃었다.

남자 펜싱 사브르는 '위기'였다. 김정환이 동메달을 땄지만, 세계랭킹이 더 높았던 구본길과 오상욱이 일찌감치 개인전에서 탈락했다. 세계랭킹 1위 오상욱은 8강에서, 세계랭킹 9위 구본길은 32강에서 덜미가 잡혔다. 김정환은 "선수들 모두 (단체전을 앞두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27일 결승 단체전에서) 여자 에페가 패하는 걸 보고 우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한편으로는 결승에 진출한 게 부러워 보이기도 했다. 한 경기 한 경기 쉽지 않았는데 (금메달을 땄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며 "올림픽이라는 무대는 설레고 때론 두렵고 감동이 있다. 눈물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경기 같다"고 했다.

김정환은 후배들의 신망이 두텁다. 오상욱은 선수 생활에 가장 큰 도움을 준 멘토로 김정환을 꼽으며 "김정환 선수처럼 되고 싶다.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30대 후반인 김정환은 3년 뒤 열리는 파리올림픽 출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그는 "(올림픽 메달은) 나 혼자 이룬 게 아니고 훌륭한 지도자 선생님들과 2012년 훌륭한 동료들 덕분이다. 난 인복이 많았다"며 "후배들은 실력이 (나보다) 더 뛰어나다. 올림픽의 메달은 다른 그랑프리나 월드컵과 차원이 다르다. 도쿄올림픽의 경험을 토대로 나보다 훨씬 좋은 성적으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후배들이 나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도쿄=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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