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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장이 '직장 내 괴롭힘' 두 번 이상 걸리면 과태료 1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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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근로기준법 시행령·시행규칙' 입법예고

사내 진상조사 기간 피해자보호는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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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앞으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적발된 사업주와 친족들은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주요 기업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근로자가 나오는 등 사회적 물의가 빚어진 상황에서 정부가 개정법률 입법예고를 한 것이다. 다만 신고 기간 내에 근로자를 보호하는 내용 등은 법에서 시행령에 위임한 사항이 아니란 이유로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빠졌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규율 체계를 담은 '근로기준법 시행령·시행규칙'을 오는 9월7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지난 4월14일 법 개정 시점 6개월 뒤인 오는 10월14일부터 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시행령에 위임한 세부 사항을 가다듬어 발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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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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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사업주와 그의 배우자, 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이 직장 내 괴롭힘을 했다가 적발될 경우 그 횟수에 따라 부과하는 과태료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한 사람에게 여러 차례 직장 내 괴롭힘을 하거나 두 명 이상에게 한 경우 500만원(1차 위반)·1000만원(2차 위반)·1000만원(3차 이상 위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용자 친족이 직장인 괴롭힘을 하면 '200만·500만·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인지하면 의무적으로 조치를 해야 하는데, 이를 성실히 지키지 않아도 과태료를 매긴다. 진상 조사를 하지 않으면 '300만·500만·500만원', 징계나 근무장소 변경 등 조치를 하지 않으면 '200만·300만·500만원'을 각각 매긴다.

이외에 오는 11월19일부터는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 위반 시 ▲임신 근로자 업무 시각 변경을 불허했을 경우 등에도 위반 횟수별로 과태료를 차등 부과한다.

임신 근로자의 경우 1일 소정 근로 시간(하루 고정 근무 시간) 총량은 유지하되 안전을 위해 근무 시간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전 9시 출근·오후 5시 퇴근'에서 '오전 11시 출근·오후 7시 퇴근'으로 출퇴근 시간을 바꿔서 밀집 지역 접촉을 줄이는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용자가 임신 근로자 업무 시각을 변경할 수 있는 예외 사유는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임신 근로자의 안전 및 건강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로 제한된다. 예외 사유가 아닌데 임신 근로자의 업무 시각 변경 요청을 허락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매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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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조항.(자료=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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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한 강화 규정을 마련했지만, 노동계의 불만은 여전하다. 근로기준법 76조의 3 3항 '사내 진상 조사 기간에 피해 근로자 등의 근무 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조치를 해야 한다'는 규정은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직장 내 괴롭힘 사내 조사 기간에 이런 조치를 하지 않아도 정부가 규율할 수 있는 체계는 딱히 없다는 뜻이다.

시행령 개정 사실을 떠나 근로기준법의 고질적 사각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보호' 관련 불만도 여전하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다니는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제11조 때문에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런 사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생길 경우 구제받을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지방노동청에 신고하는 방법뿐이다. 그러나 법률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고용부에서도 사업주에 시정 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으며 구두주의만 하고 물러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충청 지역의 3인 물류회사에 다니는 근로자 A씨는 "일을 하다 욕설을 듣는 직장 내 괴롭힘은 물론이고 임금이 지급일로부터 2~3일씩 밀리거나 비즈니스 미팅 같은 주말 술자리 추가 근무를 해야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도 "정부가 구두 지도를 하고 돌아가봐야 효과가 없으니 하루 빨리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로 개정됐으면 한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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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조항.(자료=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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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5인 미만 사업장에 다니는 근로자는 대체공휴일, 중대재해처벌법, 백신유급휴가 같은 근로자 보호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와 관련해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을) 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신 자료인 2019년 통계청 사업체노동실태현황에 따르면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는 214만6000개소, 종사자는 1874만4000명이다. 이 중 5인 미만 사업체는 132만개소(61.5%), 종사자는 356만5000명(19%)에 달한다. 대한한국 근로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동법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의미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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