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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낙연·추미애를 디스한 정세균의 ‘그때 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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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결정적 1분

민주당 대선 경선 TV토론(0728)


한겨레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8일 TV토론에서 내놓은 과거 사진. 정세균 캠프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당신은 자신의 과거를 한 컷으로 보여주는 사진을 고르라고 하면 무엇을 선택할까요?

28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1차 TV토론(MBN·연합뉴스TV 공동 주관)에선 ‘그때 그 시절’이라는 ‘쉬고 넘어가는 코너’가 마련됐습니다. 대선 후보 6명에게 각자 의미 있는 장면을 골라 자신의 ‘스토리’를 맛깔나게 풀어보라는 취지였습니다. 이날 가장 눈에 띈 것은 정세균 후보의 ‘픽’이었습니다.

“역사의 현장이었다.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나는 당시) 국회의장석에 앉아 있다. 그 당시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자 하는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 간에 치열하게 의장석을 점거하려는 작전이 진행됐다. 제가 ‘추리닝’ 입고 있고, 그 뒤에 보면 우리 이병석 그 당시 야당 의원이 저를 끌어내려고 하고 있고. 김부겸 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광재 의원 이런 분들 계신데…. 그때 정말 참담한 상황이었다. 수일간 박관용 국회의장 사회를 저지하기 위해 저희가 저기서 대기하고 또 대치했다. 그 때 그 이 자리에 계신 의원님도 계시지만… 정말 치열하게 싸움 했지만, 결국 숫자에 밀려 노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되고 말았다.”


다른 후보들은 ‘그때 그 시절’로 주로 자신이 가장 내세우고 싶은 순간을 선택했습니다. 이낙연 후보는 국무총리였던 2019년 12월 강원도 고성에서 큰 산불이 일어났을 때 수첩을 손에 들고 현장을 찾았던 장면을 꼽았고, 추미애 후보는 2017년 민주당 대표로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면서 지대개혁을 설파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김두관 후보는 2002년 경남도지사 출마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원 유세차 방문해 마산 어시장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을, 이재명 후보는 ‘촛불’이 처음 타올랐던 2016년 10월 청계광장 촛불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연설 장면을 택했습니다. 박용진 후보는 ‘유치원 3법’이 통과되던 2020년 1월 본회의 장면을 뽑았지요.

물론 정 후보가 선택한 2004년 3월 국회 본회의장 장면 역시 가장 인상적인 시간이었을 수 있습니다. ‘소수 여당’인 열린우리당 소속으로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올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진은 본인을 향한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이 자리에 계신 의원님’이라고 스스로 말했듯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추진했던 새천년민주당 소속 이낙연·추미애 후보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지요.

정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이낙연 후보를 집요하게 파고들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이 후보가 (탄핵)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고 <동아일보>가 명시적으로 보도했다. 그 당시에는 후보가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고 무덤까지 가져가겠다고 했는데 ‘탄핵안 반대’라고 바꾼 이유가 뭔지 밝혀달라.” 이낙연 후보가 “탄핵에 반대했다. 그 당시 민주당 내부의 고통을 이해할 것이다. 그것 때문에 말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답하자 정 후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지요. “이낙연 후보는 탄핵안에 반대했다고 했는데 국민은 그 말을 믿어야 할까, 아니면 (이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을 지키고자 하는 의원을 막고 있는 그 행동을 믿어야 할까 고민스러울 거 같다. 말과 행동의 일관성이 없다. (표결 내용을) 무덤까지 갖고 가겠다고 했는데 태도 바꾼 게 이해관계 때문 아닌가?”

그동안 예비경선 과정에서 진행된 TV토론에서 정세균 후보는 이낙연 후보와 함께 이재명 후보에게 협공을 펼칠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날 토론에서 이낙연 후보에게 가장 날카로운 상대는 정 후보였습니다. 역시 선거에선 영원한 아군도, 영원한 적도 없습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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