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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원팀 협약'도 소용없었다... '백제 발언'으로 재충돌한 이재명·이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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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8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 MBN스튜디오에서 MBN과 연합뉴스TV가 공동주관하는 본경선 1차 TV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이재명(왼쪽)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가 녹화장으로 향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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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로서 품위와 정직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겠다."

민주당 대선후보 본경선에 오른 주자 6명은 28일 오전 당 지도부가 주최한 '원팀 협약식'에서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며 이같이 밝혔다. 후보들은 서로 '원팀'이라 적힌 배지를 상의에 달아주기도 했다.

후보들이 함께 읽어 내린 선서문은 불과 반나절 만에 무색해졌다. 이날 오후 본경선 첫 TV토론에서 1위 주자 이재명 지사와 2위 주자 이낙연 전 대표가 '백제 발언' 논란을 두고 또다시 충돌하면서다.

이재명·이낙연 '백제 발언' '말 바꾸기' 공방


이 전 대표가 먼저 칼을 빼 들었다. 그는 "이재명 후보는 국회에 대한 태도가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며 "여야 대표가 전 국민 지원금에 합의했다가 야당 내 반발로 번복되니 야당에 '왜 번복하냐'고 비판하더니, 여야가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양도하는 데 합의했는데 이 합의는 (여당에)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어떤 것이 이 후보의 진심이냐"고 꼬집었다. 상황에 따라 이 지사의 말이 바뀐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지사는 "말이 바뀐 게 아니라 상황이 바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낙연 후보도 참여정부 때는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자'고 하더니 이번엔 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자'고 했다. 언론개혁도 반대하다가 태도를 바꾸지 않으셨나"라며 "이런 게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이 전 대표가 올 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언급했다가 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일자 사과한 것을 거론한 것이다.

두 사람의 신경전은 '백제 발언'이 화제에 오르면서 최고조로 치달았다. 호남 출신인 이 전 대표는 "지역주의는 우리 사회의 상처다. 상처는 아픈 사람의 입장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 측은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 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고 한 이 지사의 언론 인터뷰 를 '지역주의 발언'이라며 비판 소재로 삼아왔다.

이 지사는 이를 기다렸다는 듯 "저를 지역주의로 공격하기 위해 지역주의의 망령을 꺼내오신 것에 대해 책임지실 필요가 있다"고 맞대응했다. 또 "사실을 갖고 지적하는 건 옳지만, 없는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흑색 선전"이라고 역공했다. 발언시간 초과로 양측의 설전은 중단됐지만 토론회장에는 냉기가 흘렀다.
한국일보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들이 28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 MBN스튜디오에서 MBN과 연합뉴스TV 공동주관으로 열린 본경선 1차 TV토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진, 정세균,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재명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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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이낙연 겨냥 "탄핵 진실 밝혀달라"


1, 2위 주자 대결로만 그치지 않았다. 최근 상승세를 타며 이 지사를 쫓고 있는 이 전 대표에 대한 경쟁주자의 공세도 이어졌다.

정세균 전 총리는 이 전 대표를 겨냥해 노 전 대통령의 탄핵 문제를 꺼냈다. 그는 " 언론은 당시 이 전 대표가 탄핵 찬성으로 돌아섰다고 보도했는데, 당시엔 '(찬반 여부에 대한) 입장을 무덤까지 갖고 가겠다'고 했다가 최근 '반대했다'고 밝혔다"며 태도가 급변한 배경을 따져물었다. 이 전 대표는 "거듭 말씀드리지만 탄핵에 반대했다"며 "당시 당 상황 때문에 말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 전 총리는 사진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에도 2004년 국회 탄핵안 표결 당시 의장석을 사수하던 사진을 선보였다. 당시 이 전 대표가 탄핵 표결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에둘러 꼬집으며 자신이 '적통'임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고성이 오가거나 위험수위를 넘지 않았지만 당에서는 첫 TV토론에서 '탄핵' '지역주의' '적통' 등의 해묵은 주제들이 거론된 것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후보 간 치열한 공방 자체는 흥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공방 소재들이 모두 일반 국민들의 관심과 거리가 있는 퇴행적 주제인 탓이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피로가 쌓일 경우 정작 야권후보와 맞붙는 본선에서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송진호 인턴기자 sjh0735@hanmail.net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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