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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블링컨이 달라이 라마측 만날 때, 왕이는 탈레반 대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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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8일 인도 방문 중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 측 대표단을 만나며 중국을 견제했다. 같은 날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베이징에서 탈레반 지도자와 회동, “미군 철수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정책 실패를 의미한다”고 했다. 미⋅중 양국의 외교 수장이 같은 날 상대방이 경계하는 세력을 만나 우호 관계를 다짐함에 따라 양국 간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일보

미국과 중국의 외교 사령탑이 같은 날 상대방이 껄끄러워하는 세력의 관계자와 회동하며 서로 견제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인도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왼쪽에서 셋째) 미 국무장관이 28일(현지 시각) 수도 뉴델리에서 가진 시민사회지도자들과의 만남에 응고두프 동충(맨 오른쪽) 티베트 망명정부(CTA) 대표가 참석했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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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은 28일(현지 시각) 미국 국무부 대변인을 인용해 블링컨 장관이 이날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응고두프 동충 티베트 망명정부(CTA) 대표와 만났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인도의 시민사회 지도자들과의 만남 때 CTA 대표를 참여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로이터는 이번 만남이 2016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가 만난 후 가장 중요한 접촉이라며 “중국을 자극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측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블링컨 장관과 달라이 라마 측의 만남은 최근 중국이 티베트 지역에 대한 지배력 확대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뤄져 주목받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1~23일 취임 후 8년 만에 처음으로 티베트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 공산당이 없었다면 신중국도 없고 신티베트도 없었다”며 당의 티베트와 관련한 작업 방침과 정책은 완전히 옳았다”고 강조했다. 당시 중국 언론들은 시 주석의 티베트 방문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는데 중국 공산당의 티베트와 신장 지역에 대한 관심을 재차 표현한 것으로 풀이됐다.

미국의 역대 정부는 티베트의 주권과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해왔다. 지난해 1월에는 미국 하원이 ‘티베트 정책·지지 법안’을 압도적인 표 차로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1950년 ‘평화 해방’이라는 이름으로 티베트를 점령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로 불리는 달라이 라마는 1959년 반중 봉기를 했지만 실패 후 인도로 망명해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웠다. 그후 중국은 달라이 라마를 ‘조국 분열 활동가’로 규정하며 배척했다.

한편, 중국은 28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2인자 물라 압둘가니 바라다르를 베이징으로 초청했다. 탈레반 대표단은 이날 중국 톈진에서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을 만났다. 미군 철수로 내전이 심해진 아프가니스탄이 중국의 위협 요소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을 찾은 것이다.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미군 철수는 미국의 아프간 정책 실패를 상징한다”며 “아프간 국민이 자국을 안정시키고 발전시킬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중국은 아프간의 최대 이웃으로 주권 독립과 영토의 완전성을 존중한다. 탈레반이 아프간의 평화와 화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길 희망한다”고 말해 사실상 탈레반 지지를 선언했다.

탈레반은 이번 회담을 통해 아프간을 장악한 후 현재의 국경선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과거 신장 위구르 지역 반군을 지원했으나, 중국에 인정받는 대가로 국경선을 넘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중국이 탈레반을 베이징으로 불러서 만나고, 이를 즉각 공개함으로써 앞으로 미군이 철수하는 아프간과 주변 지역에 영향력을 확대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중 양국의 대립은 더욱 커져 갈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최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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