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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세상 짐 다 진 것 같아” 체조여왕 바일스도 올림픽은 힘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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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체조단체전 첫 종목서 기권

“주치의 성폭력에 목소리 내야 했다”

24세에 올림픽 복귀, 압박감 못 버텨

“여전히 최고”“자랑스럽다” 격려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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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체조 여왕’ 시몬 바일스가 도쿄올림픽에서 단체전 첫 종목 도마 경기를 마친 뒤 기권 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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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정말로 어깨에 온 세상의 짐을 진 것처럼 느껴져…. 제길, 가끔은 힘들어, 하하. 올림픽은 장난이 아니거든.”

‘세계 체조 여왕’ 시몬 바일스(24·미국)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다. 올림픽에서 4개의 금메달을 따며 체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른 스포츠 스타가 겪어야 했던 부담이 담겼다. CNN은 “많은 체조 선수가 20세쯤 은퇴하는 현실에서 24세인 바일스가 올림픽을 위해 훈련하는 것은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바일스는 올림픽 기계체조 단체전에서 기권했다. 바일스는 27일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 결승의 첫 종목 도마에서 평소보다 저조한 성적을 낸 뒤 경기장을 떠났다. 이후 선수복을 벗고 흰 운동복을 입고 나타나 포기를 선언했고, 나머지 세 종목(이단평행봉·평균대·마루운동)을 다른 선수들에게 넘겼다. 이날 미국은 러시아에 1위를 넘겨주고 은메달을 땄다. 바일스는 29일 열리는 개인종합도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 내달 1~3일 4개 종목별 결선에 나설지도 불투명하다.

바일스는 “나는 떨기만 했고 낮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결국은 우리도 인간이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그냥 나가서 세상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을 하기보다 우리의 마음과 몸을 보호해야 한다”며 눈물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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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경기 장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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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일스에게는 격려가 쏟아졌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땄던 전 미 체조 선수 앨리레이즈먼은 NBC방송에서 “얼마나 심한 압박이 있었을지 생각해보는 게 정말로 중요하다. 바일스는 인간이다”고 말했다. 올림픽 수영에서 28개의 메달(금메달 23개)을 휩쓴 마이클 펠프스는 “(기권 소식에) 가슴이 찢어진다. 사람들이 이야기해야 하는 건 지난 18개월간 (바일스의) 정신 건강 상태”라고 지적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일스가 받아야 할 것은 감사와 지지다. 여전히 GOAT(Greatest Of All Time, 역사상 최고)”라는 트윗을 올렸다. 바일스가 평소 롤모델로 꼽아온 미셸 오바마(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도 트위터에 “나는 괜찮은가? 그렇다. 내가 아침마다 외는 주문”이라며 “우리는 네가 자랑스럽고 너를 응원하고 있다”고 적었다.

외신들은 바일스가 큰 스트레스 속에서도 올림픽에 출전해야 했던 이유를 조명했다. 바일스는 금메달 4관왕을 비롯해 30여 개의 세계 대회 메달을 보유하고 있다. CNN은 “메달이 더 필요 없는 바일스가 올림픽에 복귀한 건 훨씬 더 영향력 있는 무언가를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2018년 미국을 충격에 빠뜨린 체조 주치의 래리 나사르(58)의 성폭력 사건 뒤 처음 열린 올림픽이었기 때문이다. 바일스는 NBC 인터뷰에서 “나사르의 성폭력으로부터 살아남은 누군가는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잘못된 것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키 142㎝의 바일스는 시대를 초월한 최고의 선수에게 붙이는 ‘GOAT’ 수식어를 획득한 인물이다. 농구의 마이클 조던, 야구의 베이브 루스, 골프의 타이거 우즈 등에게 허락된 표현이다. 트위터는 지난 22일 ‘#시몬바일스(SimoneBiles)’를 입력하면 금메달을 단 염소 이모티콘이 뜨게 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GOAT’가 염소의 스펠링과 같다는 데서 착안한 것이다.

이민정·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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