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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국회서 결론 못낸 LH 조직개편..전문가들도 '수직분할' 찬반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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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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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정부가 7일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요 기능과 조직을 개편해 최대 2000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LH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개발정보 유출 등으로 가장 문제가 됐던 공공택지 입지조사 기능은 국토교통부로 이관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모습.2021.6.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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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조직 개편이 바람직하게 이뤄지려면 교차보전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학계의 주장이 제기됐다. 택지개발에서 수익을 내서 주거복지에 쓰는 구조에서 벗어나 정부가 개발수익을 환수하고 복지 부문에는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주거복지 부문의 모회사를 두고 주택·토지 부문의 자회사를 두는 정부 개편안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가 엇갈렸다.

국토부는 28일 오후 2시 LH 혁신을 위한 조직 개편안에 대한 다양한 수렴을 위해 온라인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는 국토부의 개편안 발제를 시작으로 교수·시민단체 등 전문가 토론, 질의응답 순으로 이뤄졌다.

국토부는 주제발표를 통해 LH 혁신 필요성을 역설하고 3가지 안을 소개했다. △주택·주거복지-토지 병렬 분리 △주거복지-주택·토지 병렬 분리 △주거복지-주택·토지 수직 분리 등이다. 이가운데 국토부가 최적안으로 제시한 안은 3안이다.

정우진 국토부 토지정책과장은 주제발표에서 "3안의 경우, 주택·토지 부문이 모회사의 통제 범위에 있어 통제 강화가 가능하며 모회사의 주거복지 중심 사업 계획에 따른 자회사 사업 추진으로 공공성이 강화된다"며 "2·4 대책 등 공급대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에도 가장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토론에 참여한 교수들의 의견은 갈렸다. 모-자회사 구조가 주거복지, 회계적 관점에서도 유리하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비효율성의 문제, 강력한 외부 통제장치의 필요성 등에 대한 주장도 나왔다.

김갑순 동국대 교수는 "주거복지 부문이 모기업이 되면 권한과 자원이 모일 것이고 모기업의 의사결정 중심으로 자회사가 영향을 받음으로써 기업 존재의 이유가 주거복지 향상에 있다는 것을 상기하게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교차보전 측면에서도 모-자회사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봤다. 그는 "현행 체계에서는 한사람의 CEO가 관장하는 체계인데 그러다보면 수익사업의 무리한 확대, 구성원의 사익추구를 위헌 모럴헤저드 위험성 등이 야기될 수 있다"며 "수익창출이 부족하면 주거복지 부문에서 비용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높고 복지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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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백인길 대진대 교수는 "3안에서 모회사가 자회사를 감시한다고 한다고 하는데 같은 회사끼리 내부적으로 감시를 하다보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강력한 통제장치는 외부에 있어야 하며, 내부감시로 통제가 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택지개발, 주택건설, 주거복지 기능을 획일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워 결국 기능 중복이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자회사에는 수익을 추구하라는 임무가 주어지는 셈인데 막대한 특권으로 극단적 수익을 추구하게 되면 결국엔 공공성이 말살되는 택지개발로 이어질 여지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성시경 단국대 교수 역시 "자회사 모회사 간 내부거래 관계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자회사가 임대주택을 지어 모회사가 관리하게끔 할 때 내부 거래 부분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에 대한 해답이 부족하다"고 부연했다.

특히, 교차보전의 고리를 끊어내고 개발이익 환수대책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김현수 단국대 교수는 "교차보전을 위해 택지개발을 하다보면 보상가를 낮추고 수용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분양가는 올라가고 상업지역 밀도는 올라갈 것"이라며 "교차보조를 끊어내지 않으면 혁신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차보조의 원칙이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며 "어느 지역 어떤 사업의 이익을 어디로 이전할 것인지를 명문화 하지 않으면 어떤 조직개편도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 교수 역시 조직개편을 야기한 'LH 투기사태'의 원인에 대해 LH가 수익사업 중심으로 고착화돼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교차보조 보다는 이익 환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택지개발사업을 보면 토지원소유자, 개발사업시행자, 건설사, 수분양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엄청난 이익사업"이라며 "이 이익을 핸들링하는 조직(LH)은 부패, 비리 유혹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익과 비수익사업 부문을 완벽하게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성 교수는 "수익사업의 이익은 기금으로 환수해 수익률을 최소화 하고 비수익사업의 경우, 정부 재정 투입을 통해 사업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택지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어떻게 할 것인지 면밀히 개선해 국민 불만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국토부는 비효율 등 여타 문제를 감수하고서라도 조직 개편을 통한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김형석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이번 투기사태가 개인의 일탈이라기보다는 조직적 문제가 있다고 보고 균형과 견제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개발 위주의 조직 DNA를 주거복지 전문으로 변화해나가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효율성 부분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신뢰회복이 필요한 시기라고 보고 3가지 안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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