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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기념사진 찍고, 차로 가리고…종로 한복판 '쥴리 벽화'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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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7시가 넘은 시간, 서울 종로구의 한 헌책방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져 논란이 이는 장소다.

기자가 현장에서 지켜본 20여 분 동안 벽화 사진을 찍은 시민이 10여 명이었다. 막 알려지기 시작했으니 이런 인파는 더 늘어날 게 분명해 보였다. 한 50대 남성은 “뉴스를 보고 구경하러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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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종로 12길의 한 건물 벽면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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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보수 유튜버로 소개한 한 시민이 차량을 이용해 벽화를 가렸다. 그는 “너무 보기 싫어 벽화 앞에 차를 세웠다”고 했다. 그가 차를 세운 벽면에는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글과 김건희씨로 추정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 건물은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위치한 ‘홍길동 중고서점’이다. 건물 1층 외벽에는 총 6점의 벽화가 게시됐다. 첫 벽화에는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문구와 함께 ‘2000 아무개 의사, 2005 조 회장, 2006 아무개 평검사, 2006 양검사, 2007 BM 대표, 2008 김 아나운서, 2009 윤서방 검사’라고 적혀있다. 두 번째 벽화에는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라는 문구와 함께 금발의 여성이 그려져 있다.

쥴리라는 이름은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 등장한다. 따라서 김씨를 비방하려는 의도로 그려진 그림으로 보인다. 첫 번째 벽화에서 연도와 함께 쓰인 이름들 역시 윤 전 총장을 공격하는 음모론과 관련된 문건에 등장하는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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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로구 관철동에 위치한 건물의 외벽 벽화에 차량이 세워져있다. 차량 주인은 ″보기 싫어 벽화를 가렸다″고 했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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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벽화는 서점의 대표이자 건물주인 A씨의 지시로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 서점 직원은 “약 2주 전쯤에 사장님 지시로 벽화가 그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벽화를 그리게 된 이유나 벽화에 대해 설명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 중고서점은 지난 6월 문을 열었다고 한다. 3000원짜리 헌책을 한 권 구입해 영수증을 받아보니 A씨의 이름이 대표자로 찍혀 나왔다.

중앙일보는 서점 관계자를 통해 A씨와 연락을 시도하려 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A씨는 서점 오픈 소식을 유튜브에도 영상으로 올렸다. A씨 이름으로 된 계정에는 서점의 전경을 찍은 2분여의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문제의 벽화도 보이게 촬영된 모습이다. 영상 소개 글에는 “우미관 건물에 6월 오픈 약 30만여 권의 중고책이 균일가 3000원에 판매되고 있음”이라고 적혀 있다.

윤 전 총장 부인을 비방하는 벽화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 50대 남성은 “(벽화를 그렸다는) 건물주는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저분한 네거티브 같다. 의혹만으로 모두가 볼 수 있는 장소에 저런 걸 전시한다는 게 좀 의아하다”는 시민도 있었다. “명예훼손 등 위험 소지가 있어 보인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서점 관계자는 “벽화가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는지 몰랐다”고 했다.

윤석열 전 총장 캠프는 27일 김건희씨를 향해 제기되는 음모론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그림에 대해서도 모종의 조치가 있을 전망이다.

벽화가 불법인지 아닌지는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림의 내용에 따라 명예훼손이나 공연음란죄 등 문제가 될 순 있겠지만, 자기 소유 건물에 그림 그리는 거 자체를 시나 구에서 막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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