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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도쿄올림픽] 올림픽 '金'으로 완성…오상욱·구본길의 '브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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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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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지바(일본), 정형근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사브르 개인 결승전. 구본길과 오상욱은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눴다.

한국은 금·은메달을 모두 확보했지만 당시에는 ‘민감한 문제’가 있었다. 아직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한 오상욱과 이미 혜택을 받은 구본길의 맞대결이었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결승전 직전 몸도 따로 풀었다.

경기는 치열하게 전개됐다. 동점과 역전을 거듭했다. 9-9, 10-10, 11-11, 12-12까지 동점이 나왔다. 과감한 공격을 펼친 구본길은 14-12를 만들었다. 그러자 오상욱이 다시 14-14로 추격했다. 승패를 가릴 마지막 순간. 행운의 여신은 구본길에게 향했다.

오상욱은 아쉬운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망연자실한 듯 자리에 멈춰 섰다. 구본길이 다가가 위로했지만 움직이지 못했다. 두 선수는 서로를 토닥이며 경기장에서 내려왔다.

공동취재구역에 등장한 구본길은 갑자기 펑펑 울기 시작했다. 후배의 '병역 혜택'을 자신이 가로막았다는 생각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구본길은 "오상욱에게 좋은 혜택이 걸려 있었는데 마음이 복잡하다. 단체전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서 후배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며 울먹였다.

오직 실력으로 맞붙었던 두 선수는 다시 의기투합했다. 결국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함께 목에 걸었다. 오상욱은 “(구)본길이 형이 이제는 두 발 뻗고 잔다고 얘기했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올림픽에 나가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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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의 시간은 금세 흘렀다. 어느덧 구본길(32)과 오상욱(25)은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 무대에 섰다.

그러나 개인전은 예상대로 풀리지 않았다. 특히 오상욱의 ‘도둑맞은 1점’이 뼈아팠다. 8강전에서 경기 도중 비디오 판독이 나왔다. 그런데 이후 상대에게 아무 이유 없이 1점이 더 주어졌다. 그 사실을 알아챈 사람은 없었다.

결국 오상욱은 13-15로 패하며 8강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오상욱은 멘탈이 흔들릴 수도 있었지만 팀 동료들이 그를 위로하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28일 열린 사브르 단체전. 한국은 8강에서 이집트를 꺾고 올라온 독일과 격돌했다. 구본길이 ‘에이스’로 나섰다. 한국은 구본길의 활약으로 초반 열세를 뒤집었고, 재역전 허용 뒤에도 구본길을 앞세워 또 역전했다. 오상욱의 마지막 득점이 나오자 구본길은 달려가 그를 왈칵 안았다.

단체전을 치를수록 경기 감각을 되찾은 오상욱과 구본길은 거침이 없었다. 이탈리아와 결승전에서 마음껏 뛰어 놀았다. 한국은 초반부터 치고 나갔고, 점수 차는 한 때 19점까지 벌어졌다. 경기는 45-26. 압도적 점수 차로 마무리됐다.

오상욱과 구본길 ‘브로맨스’는 올림픽 금메달로 완결을 맺었다. 눈빛만 봐도 통한다는 두 선수는 서로 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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