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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사상 최악' 호주 산불, 지구 온도 0.06도 낮춰... "코로나 봉쇄보다 파급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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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립대기연구센터 연구진 논문 발표
지난해 기후시스템에 큰 영향 끼친 '산불'
연기가 태양열 반사... 폭풍우는 북쪽으로
한국일보

올해 2월 호주 서부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퍼스의 북동부 지역인 울룰루 인근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소방관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울룰루=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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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년 전 호주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산불'이 지구 온도를 섭씨 0.06도(화씨 0.1도)가량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 0.1도라도 기온 상승을 막기 위해 지구촌이 탄소 배출 감축에 들이는 노력을 감안하면, 호주 산불의 파급 효과가 얼마나 컸는지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대기질 개선으로 지구촌에 '맑은 하늘'을 선사하기도 해 화제가 됐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령의 여파보다도 그 영향력이 강력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미 국립대기연구센터(NCAR) 연구진의 논문이 과학저널 '지구물리연구레터' 온라인판에 게재됐다며 주요 부분을 소개했다. 연구 대상은 2019년 9월부터 2020년 2월까지 호주 숲의 20%를 파괴한 산불이었다.

논문에 따르면, 반년가량 지속되며 호주 하늘을 핏빛으로 물들게 했던 당시 산불은 0.06도의 냉각 효과를 지구에 일으켰다. 산불로 생긴 황산염과 연기 입자가 대기를 뒤덮으면서 햇빛을 더 많이 반사시킨 결과였다. 지구 표면에 흡수되는 태양열이 줄어든 탓에 '짧지만 강력한' 냉각 효과를 낸 것이다. 마치 대형 화산의 폭발 이후와 같은 상황이다. 해당 산불로 호주에선 총 16만9,968㎢ 이상의 면적이 불길에 휩싸였고, 그로 인해 발생한 연기는 수백 명의 사망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이런 냉각 효과는 화석연료 사용이 야기하는 기후 위기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현재 가뭄과 홍수 등 극단적 날씨에 따른 세계 곳곳의 피해 상황이 지구 평균 기온이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딱 1도 상승한 결과의 후폭풍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0.06도 하락'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는 얘기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각 나라에서 취한 봉쇄령보다도 지구 기후엔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봉쇄령은 지구 온도의 '0.05도 상승' 효과를 냈는데, 이는 제조·상업 활동 감소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음에도 맑아진 하늘 때문에 더 많은 태양열이 지표면에 도달했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호주 산불은 또 북반구에 폭풍우를 몰아주는 역할도 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열대성 폭풍우를 적도에서 북쪽으로 밀어내고, '엘니뇨'와 '라니냐'로 알려진 열대 태평양 해수의 주기적 상승·하강에까지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대서양 허리케인 시즌에 발생한 기록적 폭풍은 30개에 달한다. 논문 주저자인 NCAR 소속 존 파술로 박사는 "산불이 해당 지역 날씨를 넘어서 지구 기후 전체에 물질적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강력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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