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수요일 어김 없었다, 확진자 또 '역대 최고'…"델타 더 치솟아 통제 어려울 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확진자 폭발하자 위중증 환자 급증, 20~30대 사망자도 나와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라는 초강수를 둔 지 벌써 3주째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좀처럼 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비수도권에서도 일괄 3단계 조처에 더해 일부 지자체는 4단계로 수위를 더 끌어올렸지만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코로나19 환자가 28일 1900명 가까이 쏟아져 나왔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으로 자리잡으면서 방역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데다 지역사회 내 감염자가 워낙 많은 상태로 유행이 시작된 탓에 확산세를 꺾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1300명대서 1900명대 직행



이날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1896명으로 나와 역대 최고 기록을 또 경신했다. 주말 효과가 걷히는 수요일, 검사량이 평일 수준을 회복하면서 어김없이 환자 수가 튀어 올랐다. 전날(1365명)보다 무려 531명 늘면서 중간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1900명 수준으로 직행했다. 300명 가까운 청해부대 확진자가 집계에 반영된 지난 22일(1842명)보다도 50명 많다.

중앙일보

28일 대전 서구의 한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방문한 시민들을 신중히 검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감염만으로 1823명의 환자가 나왔다. 서울 568명, 경기 543명, 인천 101명 등 환자의 66.5%(1212명)는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비수도권 환자는 611명(33.5%)으로, 4차 유행 들어 첫 600명대에 진입했다. 지난해 초 대구·경북 중심의 유행 이래 최다 규모기도 하다. 부산(99명)과 경남(93명), 강원(74명)과 대전(74명)에서 연일 환자가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당분간 통제 어려울 것”



전문가들은 정점은 아직이며, 확산세가 당분간 이어질 거로 본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예상했던 시나리오”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가 크면 환자가 소폭 감소할 수 있다고 봤는데 비수도권에서 확진자가 늘고 있고, 델타 비율이 빠르게 높아졌다. 당분간 쉽게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지난 14일 예측 때 유행 상황이 지속할 경우 이달 말까지 일평균 환자가 최대 1800~1900명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주일 평균 예측치가 이렇기 때문에 당장에라도 2000명대 발생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본다.

중앙일보

28일 오전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목까지 밀봉한 레벨D 보호복 차림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규 환자는 지난 7일 1000명을 돌파한 뒤 이날로 22일째 네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거리두기 효과가 2주 정도 시차를 두고 반영될 거로 기대했다. 한 차례 연장해 벌써 17일째지만 이렇다 할 반전세가 보이지 않는 건 전파력이 센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전체 확진자의 절반 넘는 수준으로 나와 우세종이 되면서 유행을 주도하는 영향이 크다. 지역사회 누적 환자가 많은 상황에서 유행이 시작됐기 때문도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해 국민 피로감이 큰 것이 큰 원인”이라며 “휴가철에 따른 여행과 이동량 증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 주간(7.19~25) 이동량은 전주(7.12~18)와 비교해 0.8%(187만건) 증가했다. 수도권 1.0%(108만건), 비수도권 0.7%(79만건) 늘었다.



정부 “정체 양상”…“추가 조처 있어야”



다만 4단계 효과가 제한적으로나마 있어 이 정도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손영래 반장은 “수도권의 유행 증가세를 차단해 정체 양상으로 만드는 데까지는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도 “(거리두기 4단계)2주 경과 시점에서 (환자가) 증가하고 있진 않다”며 “어떤 상황 때문에 예전만큼의 감소 폭이 나타나지 않는지는 조금 더 봐야 한다. 과거와 달리 이동량이 많고 지역사회 내 전파 가능한 규모가 그 전보다 높은 상태에서 시작돼 기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뾰족한 수 없이 당국은 그저 방역지침 준수를 당부하며 국민 참여만 거듭 요청하고 있다.

중앙일보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 조처로는 확산세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전 유행과 달리 델타가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 거리두기는 오히려 다중이용시설 제한 조치를 최소화하는 식으로 완화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소상공인에 확실한 보상을 해주는 걸 전제로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 등의 추가 방역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4단계라면 정말 확산세를 잡을 수 있어야 하는데, 애초 설계가 잘못됐다”라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당분간 계속 (상승세가)가리라 본다. 델타가 50% 이상 치고 간 이상 80%까지 계속 올라갈 것이라 수도권 4단계로는 어림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상적 경제 활동에 지장 없는 수준에서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수도권의 통금 조치하는 걸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 절대 규모가 커진 탓에 위중증 환자도 연일 두 자릿수대로 늘고 있다. 28일 위중증 환자는 하루 새 17명 늘어 286명으로 집계됐다. 1주 전(214명)보다 34%가량 급증한 것으로, 한 달 전(141명)과 비교하면 두 배로 올랐다. 이달 중순에만 해도 150명 안팎을 유지했는데 20일 200명대로 올라선 뒤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위중증 환자 중에는 20~40대 젊은 층도 24%를 차지한다. 이날 나온 사망자 4명 중에도 20대, 30대가 한명씩 포함됐다. 당국은 이들 모두 평소 지병을 앓았다고 밝혔다. 김우주 교수는 “접종 완료 비율이 13% 수준이라 사실상 국민 87%는 델타 변이에 취약하다고 봐야 한다. 젊은 층에서도 암 환자나 면역 저하자 등이 있기 때문에 환자가 1000명대로 계속 나오면 위중증 환자가 늘 수밖에 없고, 사망자 또한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과 감염병 전담병원 가동률은 62%, 77%에 달해 병상도 빠르게 차고 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