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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모더나 일정' 공개한 송영길..."비밀협약 위반 시 공급중단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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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50대 국민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6일 충남 계룡시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50대 시민들에게 접종할 모더나 백신을 신중히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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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 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도입이 지연된 가운데 정부가 다음 주 백신 공급이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비밀유지협약이 적용되는 모더나 백신의 향후 공급 물량을 “다음 주에 130만~140만 도스(회 분)를 제공받는 것으로 이야기가 됐다”며 구체적으로 공개해 논란이 예상된다. 제약사가 우리 정부에 협약 위반을 이유로 공급 중단을 선언하는 등 불이익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8일 오전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최근 불거진 모더나 백신의 국내 공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어젯밤 정부가 모더나 측과 고위급 영상회의를 개최했다”며 “다소 차질이 있었던 백신 공급을 다음 주부터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8월 접종계획은 이번 주 금요일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송영길 대표는 28일 오전 7시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원래 (모더나로부터) 오는 25일 75만 도스, 31일 121만 도스 등 196만 도스를 받기로 한 게 연기가 된 것”이라며 “어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모더나 존 로퍼 부회장, 생산 책임자와 긴급히 회의를 해 다음 주에 130만~140만 도스를 제공받는 것으로 이야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8월에 850만 도스는 예정대로 들어온다고 한다”고도 덧붙였다. 그간 보건당국은 비밀유지협약을 근거로 백신 공급 물량과 도입 날짜 등에 대해 함구해왔는데 여당 대표가 인터뷰를 통해 이를 공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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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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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유지협약의 범위에는 백신 가격, 세부 공급 일정, 면책조항 등이 모두 들어간다. 계약물량, 최초 공급시기(분기) 정도만 공개 가능하며 그 외에는 정부와 제약사가 합의한 범위에서만 공개가 가능하다.

정부는 유감을 표시하고 나섰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8일 중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송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공급 일정과 세부적인 물량에 대해서는 후속 협의를 하고 있다. 비밀유지협약의 대상 여부 등에 대해서도 실무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며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부분들이 다른 경로로 공개된 것에 대해 중대본으로서 유감을 표하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손영래 반장은 “혼란이 발생하고 설명하게 되는 부분들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재차 밝히며 “가급적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이런 입장을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한 쪽으로 공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중대본은 송 대표가 밝힌 구체적인 공급 물량에 대해서도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손 반장은 “상당 물량을 다음 주에 바로 제공해 주기로 했다. 실무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물량 수치는 있지만, 1차 협의 결론이기 때문에 공개하기에는 후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비밀유지협약과 관련, “공급되는 물량은 전부 공개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기본적으로는 이 대상(송 대표 발언)도 비밀유지협약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며 페널티(처벌)도 가능한 사항으로 보인다”며 “페널티로 공급 일정과 물량을 재조정할 수 있고, 공급을 아예 중단할 수 있으며, 공급을 중단해도 대금을 그대로 지불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례적으로 확정된 물량이 연기됨에 따라서 다시 재공급을 위한 논의를 하는 특수한 상황이라 비밀유지협약 대상 여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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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앞서 모더나 백신 용기를 살펴보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다음주 부터 모더나 백신 공급이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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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비밀협약 관련 정부ㆍ여당의 엇박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중대본 2차장을 맡고 있는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화이자 백신의 주차별 백신 도입 물량을 공개해 비밀유지협약 위반 논란이 일었다. 당시 화이자사가 우리 정부에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수본은 이와 관련 “행안부 장관의 발언 이후 화이자사와 당시 상황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양해를 구해 공급상의 페널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라며 “화이자사의 양해를 구하기 위해 즉시 보도반박자료를 배포하고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하는 등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모더나 백신 공급 재개 결정에 따라 8월 접종 계획에 그나마 숨통이 트이게 됐다. 방역당국은 이달 들어와야 할 모더나 백신 수급에 차질이 생기자 다음주 예정됐던 55~59세 접종자의 경우 지역에 상관없이 모두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계획을 수정했다. 다음주부터 예정대로 물량이 들어온다면 8월 둘째주부터는 접종이 정상화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수급 차질이 이어질 우려도 있다. 송영길 대표는 인터뷰에서 이번 달 백신 도입 지연과 관련 “모더나는 원액을 스위스 론자(Lonza)라는 회사에서 생산하고 병입은 스페인의 로비(Rovi)라는 회사가 해서 국내에 들어오고 있는데 생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더나는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벤처 기업이다 보니까 생산 시설, 유통망 부족으로 다 위탁 생산 중심이다. 공급의 안정성이 화이자에 비해서 확실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당국은 8월 50대 접종에 이어 40대 이하 접종을 본격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모더나 물량에 구멍이 생기면 화이자에만 의존하게 돼 전체 접종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

모더나 사는 27일(현지시간) 이메일 성명을 통해 미국 밖의 백신 생산 파트너들의 실험실 테스트 작업에 문제가 생겨 백신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문제가 현재 해결된 상태지만, 향후 2∼4주 동안 미국 외의 백신 배송에서 “단기적인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향후 국내로 들어오는 물량은 유럽 생산분이 아닌 미국 생산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스더ㆍ황수연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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