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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fn사설] 대선 앞둔 '언론징벌법' 저의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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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박정 소위원장이 주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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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반대는 물론 학계·언론계 다수의 부정적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언론중재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위에서 여당이 강행 처리한 개정안은 언론의 오보에 대해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액을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권이 정권 말기에 대못 박듯이 위헌 시비까지 제기되는 '언론징벌법'을 강행하려는 이유가 궁금하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가짜뉴스로 인한 국민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언론개혁의 첫걸음을 뗀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오보 피해는 현행 형법과 민법 등에도 구제절차가 명시돼 있다. 즉 명예훼손과 모욕죄에 따른 형사처벌과 민사상 배상 규정이 망라돼 있다는 얘기다. 현행 언론중재법의 취지를 보라.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권익을 모두 보장하는 수단으로 중재제도를 도입했지 않나. 이런 본뜻을 외면하고 '옥상옥'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을 담으려는 건 개혁이 아닌 '개악'인 셈이다.

더군다나 배상액 하한선을 언론사의 전년도 매출액 1만분의 1에서 1000분의 1 사이로 규정한 것은 독소조항이다. 앞으로 발생할 손해의 규모와 무관하게 매출액 기준으로 미리 배상액을 책정하려는 여권의 발상이 놀랍다. 이처럼 위헌 소지가 큰 조항 탓에 대선을 앞두고 정권 비판을 막으려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의심을 사는 것이다. 정정보도의 경우 신문 1면, 방송 첫 화면 게시 의무화 조항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언론산업의 열악한 환경을 악용해 매체들을 길들이려는 의도가 읽히기 때문이다.

여당 지도부는 '언론재갈법'이란 비판을 무릅쓰고 8월 국회 처리를 공언 중이다. 최근 독식하던 상임위원장을 재배분하기로 합의하면서 협치 제스처를 취할 때와 딴판이다. 야당에 상임위원장을 넘기기 전에 통과시키려고 속도전에 나선 인상마저 든다. 하지만 일방적 폭주는 훗날 넘어질 때 더 큰 상처를 남기기 마련이다. 문재인정부는 전신 격인 참여정부 임기 말 기자실 폐쇄가 어떤 후과를 초래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헌법상의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입법 기도는 이제라도 자제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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