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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조단위 스톡옵션 준 네이버가 87억 임금체불? 커지는 의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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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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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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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IT(정보기술)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인 네이버에 '임금 체불'이라는 딱지가 붙은 가운데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조사결과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인재확보를 위해 조단위 스톡옵션을 지불한 회사가 87억원에 불과한 직원들의 연장, 야간수당을 미지급할 이유가 없어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판단과 별개로 임금체불의 경우 고용노동부가 근무 시스템을 오해했거나 지나치게 경직된 잣대를 들이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방식이라면 네이버 같은 선택근로시간제를 도입한 기업들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 27일 "최근 3년간 전·현직 직원에게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86억7000만원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네이버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이 외에도 직원 사망으로 이어진 직장 내 괴롭힘도 실재한다고 봤다.

네이버는 고용부 조사 결과에 대체로 수긍하면서도 수당 미지급에 대해서는 적극 해명에 나섰다. 2018년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으로 직원들이 자유롭게 출퇴근하기 때문에 수당을 의도적으로 미지급했다는 조사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번 특별근로감독 결과는 회사 내에서의 자율적 생활 부분 등 네이버만의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조사 과정에서 사실에 입각해 성실하게 소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IT 기업 유연한 근무위해 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제조업 공장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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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실제 네이버 직원들은 주 52시간 안에서 직원 스스로 출근과 퇴근 시간을 정할 수 있다. 오전 11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해도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주당 40시간 미만으로 근무해도 급여를 차감하지 않는다. 넘는 시간은 스스로 근무여부를 판단해 입력하는 방식이다. 52시간이 넘으면 시스템 자체가 차단된다. 이는 일하는 시간보다 성과를 중시하는 IT 업계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고용부는 네이버 전산망에 직원 출·퇴근 기록을 대조해 누락 급여를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근무자가 오후 6시에 퇴근을 했다고 스스로 기록했지만 오후 7시에 회사를 나선 기록이 있다면, 1시간 초과 근무를 했다고 보는 식이다.

하지만 이 역시 네이버가 취한 자율 근무제를 오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는 사옥 내 카페, 병원, 은행, 수면실 등을 갖춰 놓고 일과 중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창의적 업무를 하는 만큼 직원들이 자유롭게 일하고 쉬기를 선택하도록 한 것인데, 이를 단순히 하루 8시간 근무를 지켰느냐 아니냐로 보는 것은 제조업 방식과 같은 획일적 잣대라는 말이 나온다.

업계에서도 네이버가 수당을 미지급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연초 개발자 연봉 '도미노 인상' 등 IT 업계의 인력 전쟁이 심각한 상황에서 초과근무를 조장하거나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경쟁에서 뒤쳐지겠다는 말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2017년부터 올해까지 1조2042억원의 스톡옵션을 지급한 네이버가 수십억원의 임금을 체불했다는 것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IT 분야에서는 실제 프로그램이 돌아가느냐 아니냐,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느냐 아니냐 등 결과물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일이 근태를 관리하지는 않는다"며 "네이버가 임금을 체불한다기 보다는 정부가 업계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엄격한 기준에 업계 '당혹감'…미국과 영국 등 주 52시간 예외도

이처럼 근로시간 관련 정부 엄격한 잣대는 IT 업계 전반에 적잖은 우려를 주고 있다. 구성원들의 필요에 의해 네이버처럼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넥슨과 카카오 같은 기업들도 안심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근로시간=성과'로 판단하는 제조업과 다른 혁신산업을 바라보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우 '면제근로자'(Exempt Employee) 제도가 있어 창의적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주 52시간에서 제외된다. 영국에서는 '옵팅 아웃'(Opting out)이라는 제도를 통해 자발적으로 주 48시간 이상 일할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주 120시간' 발언도 이런 스타트업의 답답함을 전달하려다 빚어진 촌극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창의적 업무의 경우에는 근무 시간을 정확히 규정하기도 어렵고, 근태를 엄격하게 관리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많이 난다"며 "경쟁이 치열하게 이뤄지는 IT, 스타트업 분야에 적용할 만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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