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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열풍 언제까지…MZ세대·여성 새 놀이 문화로 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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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도시의 불빛이 반짝입니다. 자정이 가까운 야심한 시간에도 한국인들은 어두운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며 밖에서 골프를 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골프 붐을 소개하며 야간 골프도 마다하지 않는 한국 골퍼들 열정을 집중 조명했다. 집 근처에서 언제든 손쉽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미국인 눈에는 예약이 어려워 심야에 골프 라운딩에 나서는 모습이 기묘하면서도 대단해 보였으리라.

골프 열풍이 뜨겁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 골프 산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골프는 돈 많은 ‘노땅’들만 즐기는 ‘비즈니스용 레저’라는 시각이 강했지만, 요즘 20~30대 사이에서는 골프를 치지 않으면 ‘인싸(인사이더·인기가 많은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할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 굳이 필드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속에 스크린골프는 지인들과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최고의 모임 장소로 떠올랐다.

열 손가락으로도 다 꼽기 힘들 만큼 갑작스럽게 늘어난 골프 예능도 대세로 떠오른 골프의 인기를 실감하게 만든다. 골프 브랜드들은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편한 디자인의 골프복을 앞다퉈 내놓는다. 마치 10여년 전 국민을 산악인으로 만들었던 아웃도어 열풍을 보는 듯하다. 한껏 달아오른 골프 인기가 쉽게 식을 것 같지는 않지만, 한쪽에서는 순식간에 꺼진 아웃도어 붐처럼 다시 침체기가 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골프는 대중 스포츠로의 도약에 성공한 것일까. 최근 골프 산업의 성장 배경을 통해 전망과 과제를 짚어봤다.

매경이코노미

코로나19를 계기로 골프를 시작하는 MZ세대가 크게 늘면서 국내 골프 산업이 최대 호황을 맞았다. <골프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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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여성이 주도하는 골프 붐

▷스크린골프 확대·대중화 노력

골프 산업이 극적인 부침을 겪은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일본이다. 일본의 경우 2001년 1340만명에 달했던 골프 인구가 5년 뒤인 2005년에는 1080만명으로 줄었고, 또 5년 뒤인 2010년에는 850만명, 최근에는 750만명 수준으로 20년 사이에 반 토막이 났다. 버블경제 붕괴 이후 골프를 칠 만큼 경제 사정이 넉넉한 사람이 크게 줄었고, 골프의 지나치게 엄격한 룰과 에티켓, 드레스 코드 강조 등에 질린 젊은 층이 골프를 배우려 하지 않아 신규 골퍼 유입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국내 골프 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 일본과 많은 부분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선 최근 골프 열풍을 주도하는 이들은 2030세대 젊은 층과 여성 골퍼다. 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한 번이라도 골프장을 찾은 골프 인구 중 20대는 26만7000명, 30대는 66만9000명으로 나타났다. 각각 전년 대비 92.1%, 30.7% 증가한 규모다. 특히 20~30대 여성 증가율은 세대별·연령별 증가율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골프 인구의 40%까지 치고 올라온 여성 골퍼가 주중 골프장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일본에서는 여성 골퍼 비율이 10%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만의 독특한 스크린골프 문화는 젊은 골프 인구 유입에 큰 역할을 했다. 야외 운동인 골프에 게임을 접목해 심리적인 진입장벽을 낮추고, 지인들과 오붓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MZ세대 취향과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대한골프협회 조사에 따르면 20~30대 골프 인구는 스크린골프를 다른 연습장 대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가 MZ세대의 새로운 놀이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한골프협회 관계자는 “스크린골프 이용률이 과거에 비해 크게 확대되면서 골프 시장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스크린골프를 통해 부담 없이 골프에 입문한 신규 골퍼들이 자연스럽게 필드 골프로 넘어가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골프 문화의 대중화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골프 부킹 서비스 업체 XGOLF에 따르면 7년째 매년 여름 진행하는 반바지 라운드 캠페인에 동참하는 골프장이 2014년 10곳에서 올해는 190여곳으로 크게 늘었다. 과거 클럽하우스 입장 시 재킷 착용을 의무화하던 골프장이 적잖았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XGOLF 관계자는 “다소 엄격한 골프장의 복장 규정을 완화해 한여름에도 쾌적하고 건강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 많다. 골프가 대중 스포츠로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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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골프 여행 재개가 변곡점

▷과도한 가격 인상에 소비자 불만 고조

골프 붐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불안 요소도 없지는 않다.

최근 골프 열풍이 코로나19 특수에 힘입은 측면이 적잖은 만큼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면 골프 인기도 한풀 꺾일 가능성이 있다. 최근 골프 열풍은 안전하게 즐길 만한 야외 활동을 찾던 사람들이 몰린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다양한 대체 활동이 늘어나면 그만큼 골프를 찾던 사람들이 감소할 수 있다.

또 해외 골프 여행이 재개되면 국내 골프 산업이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한골프협회에 따르면 매년 해외 골프 여행을 떠나는 인구가 24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이전 휴가철에는 인천공항에서 하루에 나가는 골프백만 2만여개에 육박했다고 하니 해외 골프 수요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미뤄 짐작해볼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여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해외 골프 활동 인구가 국내에서 골프를 즐기면서 유발하는 내수 진작 효과가 최소 2조2000억원에서 최대 3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대로 말하면 국내 골프 인구가 다시 해외로 빠져나가면 국내 시장에 급격한 침체가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골프장의 근시안적인 태도가 독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많은 골프장의 과도한 그린피 인상으로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 불만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당장은 골프 열풍이 불만을 잠재우고 있지만, 인기가 한 꺼풀 벗겨지고 나면 비싼 가격에 골프를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사례에서 보듯 가격 부담은 골프의 대중화를 가로막는 큰 요인 중 하나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국내 골프 산업이 양적인 성장뿐 아니라 질적인 성장을 통해 산업의 선진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라 골프 관련 시설의 확충, 골프 전문 인력 양성, 골프 전문 지식 연구 기관 설립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골프 산업의 육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국내 골프 산업의 잠재력이 크다는 점에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를 낸다. 골프장당 인구 수를 보더라도 한국은 골프장당 10만명 수준으로 미국(2309명), 캐나다(1만8337명), 호주(1만9210명), 영국(3만1656명) 등 성숙기에 접어든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성장 가능성이 높다. 향후 소득 수준 증가에 따른 골프장 수와 골프 인구 증가를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비 전반의 행태가 변하고 있다. 골프 소비자들이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와 시스템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골프는 빠르게 대중 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9호 (2021.07.28~2021.08.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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