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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남북대화 ‘마지막 기회’ 잡은 文…"징검다리 놓으며 암초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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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론' 꺼낸 靑

文-김정은 소통 방안 구상중

화상·대면 정상회담 모두 대비

'내치' 강조한 김정은, 대화 나설까

중앙일보

남북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2년 넘게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해빙 모드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사진은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 직전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를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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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북·미 정상회담이 ‘하노이 노 딜’에 그친 이후 단절됐던 남북 대화 국면이 약 2년 5개월 만에 재개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청와대는 27일 통신연락선 복원을 시작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는 ‘징검다리론’을 앞세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에 나설 계획이다. 목표지점에 둔 것은 남북 정상회담, 더 나아가서는 북·미 간 대화 재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8일 MBC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를 통해 “(남북 관계 개선은) 실현 가능한, 건널 수 있는 징검다리를 놓아가며 양국 간 생길 수 있는 암초를 극복하며 가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구상중인 두 번째 징검다리는 어떤 형태로든 남북 정상 간의 직접적인 소통 채널을 복원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남북 소통 과정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가 그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소통은 크게 전화 통화와 화상 정상회담, 그리고 대면 정상회담 등 3가지”라며 “일단은 북측에서 제안에 호응할 때를 대비해 세 가지 형식의 소통에 필요한 제반 여건들을 미리 마련하기 위해 내부 논의를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징검다리는 文-김정은 직접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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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통화하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는 하나의 카드로 거론된다. 사진은 2018년 4월 20일 청와대-국무위원회 통신연락선 개통 후 시험 통화를 하고 있는 당시 송인배(가운데) 제1부속비서관과 윤건영(왼쪽) 국정상황실장.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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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정상 간 핫라인(hot line·직통전화)에 해당하는 청와대-국무위원회 통신선 복원 계기를 눈여겨볼 만 하다. 청와대와 정부는 지난 27일 군 당국과 통일부가 활용했던 통신선 복원에 합의했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도 정상 간 핫라인 복원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통화하며 중요한 합의에 이르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핫라인 복원 카드를 아껴놓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 관계자는 핫라인 복원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정상 간 핫라인 통화는 차차 논의할 사안”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남북 정상회담의 경우 청와대는 “양 정상 간 대면 접촉에 대한 협의나, 화상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게 없다”고 밝혔다. 아직 북한 측에 정상회담을 제안하지도 않았고, 실무 협의 역시 이뤄지지 않았단 설명이었다.

다만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와 청와대는 화상·대면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고려하며 정상회담 성사 방안을 내부 논의 중이라고 한다.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에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해 판문점에 ‘방역 회담장’을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중인 것 역시 정부의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방역회담장은 남북 대화와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내부에서 논의중인 여러 방안 중 하나고 진전시키고 있다”며 “정상회담이 성사만 된다면 방역회담장이 아니라 그 무엇인들 못하겠냐”고 말했다.

이를 위한 사전 준비 성격의 남북 실무 협의는 단기간 내에도 성사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이 성과로 이어지고 북·미 간 고위급 채널이 다시 가동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는 게 정부의 희망사항이다.



'내부결속' 다지는 김정은 불러낼 묘안은



다만 김 위원장을 정상회담 무대로 이끌기 위해선 북한이 처한 식량난과 코로나19 방역 및 백신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북한은 식량 부족 문제와 코로나19 방역 등의 내부적 문제를 감안한 듯 노동신문·조선중앙TV 등 대내용 매체에는 남북 통신 연락선 복원 사실을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김 위원장이 남북 대화 등 외부와의 접촉보다 내부 결속을 더 중요시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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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14일(현지시간) 한-오스트리아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백신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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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상황에서 특히 대북 백신 협력은 김 위원장에게 정상회담 등 대화 테이블에 나올 명분을 제공해주는 동시에 남북 관계를 급진전시킬 수 있는 핵심 카드로 활용 가능하다. 대북 백신 지원에는 한·미 양국이 원칙적으로 한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14일 “북한이 동의한다면 북한에 대한 백신 공급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가장 취약한 북한 주민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인도지원이 제공되도록 하는 국제적 노력을 계속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현재 에리트레아·부룬디·탄자니아와 함께 전 세계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조차 하지 못한 4개국에 포함되는 등 심각한 백신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앞서 코백스 퍼실리티(COVAX·세계 백신 공동분배 프로젝트)는 지난 5월 북한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약 170만 회분을 제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백신 부작용 등을 우려해 이를 거부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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