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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중국, ‘쓴 소리’ 외신 위협하고 ‘칭찬일색’ 외국인 유튜버와는 커넥션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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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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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5일 홍수 피해 지역인 중국 허난성 중부 신샹시의 핑위안 경기장에 구호 물자가 비축돼 있다. 신샹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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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자국에서 취재하는 외신들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외신 기자들은 취재 도중 현지 시민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는가 하면, 온라인에 개인정보가 유포돼 살해 협박을 받기도 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중국에서 고조되는 민족주의와 외국 언론에 대한 적대감으로 외신 보도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위험해지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LA타임스와 독일 도이체벨레(DW) 등 중국 주재 외신 기자들은 지난 24일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한 중국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시에서 재난 현장을 취재하던 중 ‘성난 군중’을 맞닥뜨렸다. 시민들은 외신 기자들을 촬영하고 “중국에 대한 루머를 퍼뜨리고 있다”며 이들을 비난했다. DW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던 마티아스 뵈링거 DW 기자에게 몇몇 사람들이 접근해 촬영을 막았고 “중국을 비방했다”며 소리치고 그를 밀쳐냈다. 뵈링거 기자는 “이들은 왜 기자들이 중국의 모든 것을 비방하고 거짓말을 퍼뜨리는지 물었다”고 전했다.

폭우 현장을 취재한 앨리스 수 LA타임스 특파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폭우로 자산을 잃은 피해 상인 등은 충분하지 않은 정부 지원에 괴로워했고 자신들이 직면한 파괴와 어려움을 이야기하기를 열망했지만, 어떤 이들은 (외신 기자들에게) 정말 화가 난 듯 보였다”고 적었다. 외신들은 “BBC·알자지라·CNN·AFP·AP통신 등 다른 외신 기자들도 괴롭힘을 당하거나 폭력·죽음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보도했다. 웨이보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외신 기자들을 겨냥한 글이 연이어 올라왔으며, 일부 게시물에는 기자의 개인정보를 비롯해 언론인을 강제 추방하라는 등 “매우 모욕적이고 위협적인” 내용이 담겼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외신을 향한 중국의 집중포화는 중국의 민족주의 고조 흐름을 타고 확산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이 외신 보도 가운데 특히 불편해하는 의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과 신장 자치구를 비롯한 ‘인권 침해’ 문제 보도라고 매체들은 전했다. 외신들은 “사실 그대로 취재했다”는 입장이지만, 중국 당국은 ‘반(反)중국 외신’ 프레임으로 맞서고 있다. 외신 보도를 무차별적 비난으로 간주하고 ‘공공의 적’으로 상정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것이다. 중국에 ‘불편한 의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해 온 영국 공영방송 BBC에 대한 반감은 유독 거세다. 중국공산주의청년단은 온라인에 BBC 기자의 사진을 올리며 “해당 기자의 인터뷰에 응하지 말고, 누구든 이 기자를 발견하면 위치를 보고해 달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은 지난 2월 영국 방송·통신 규제당국이 중국국제텔레비전(CGTN)이 중국 공산당의 통제 아래 운영되고 있다며 방송 면허를 취소한 지 일주일 만에 영국 BBC 월드뉴스의 자국 내 방영을 금지했다.

외신에 대한 여론전으로 중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유튜버와 긴밀한 커넥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혹도 나왔다. 앞서 BBC는 지난 11일 중국 CGTN의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외신 보도에 대한 반격으로 ‘인터넷 유명인사와 영향력 있는 사람’을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 영국인 배리 존스, 부자 관계인 리&올리 배렛 등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등에서 중국의 인권 문제를 다룬 서방 언론의 보도는 편향돼 있으며,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BBC는 “이들은 CGTN에 출연하고, 중국 정부 후원 행사들에 참석하기도 했다”며 “중국 블로거나 시민 언론인과 달리, 외국인 블로거들은 비교적 특권적인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이며, 경우에 따라 중국의 현지 관리나 국영 미디어의 도움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중국 외신기자클럽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최소 20명의 언론인이 추방되거나 중국을 떠나야 했다. 호주의 TV 앵커 쳉 레이와 중국 블룸버그 기자 헤이즈 판은 ‘확인되지 않은’ 국가 안보 혐의로 구금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중국 외신기자클럽이 지난해 30개 국가 및 지역의 언론사를 대표하는 회원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21%는 외국인 여행 금지로 중국 입국이 금지됐으며, 42%는 위험이 없음에도 건강·안전상의 이유로 입장이 거부됐다고 답했다. 기자클럽은 연례보고서에서 “중국은 외국 언론인에게 언론 자격 증명 발급을 거부하고, 국가안보 관련 의혹에 외국인 특파원을 연루시키는 등 외교 분쟁에서 외국 특파원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널리스트이자 멜버른 대학의 선임 강사인 루이자 림은 “기본적으로 중국 공산당은 외국 저널리즘을 서방이 자신들의 이념에 침투하기 위해 사용하는 ‘이데올로기적 도구’로 보고 있다”며 “많은 언론인이 중국을 떠나게 되면서 외신이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의 스펙트럼이 줄어드는 건 중국 입장에서는 국영 미디어를 유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우려했다. 다만, 외신의 언론 활동이 장기적으로 위축되면 중국이 고립되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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