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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다 성소수자 출전 도쿄올림픽…올림픽 규칙도 변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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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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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의 독일 여자 하키 대표팀 주장인 나이키 로렌츠가 26일 일본 도쿄 오이 하키경기장에서 발목에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색 밴드를 차고 인도팀과 경기를 치르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로렌츠가 무지개 밴드를 차고 경기에 나가도 된다고 허락했다. 도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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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일주일째를 맞이한 도쿄올림픽이 무지갯빛으로 물들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처음으로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색 밴드 착용이 허용됐고, 여성 트랜스젠더 선수가 최초로 출전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성소수자 인권을 신장하는 방향으로 올림픽 규칙을 고쳐온 결과다.

AP통신은 이번 올림픽에서 스스로 성소수자라고 밝힌 출전 선수는 168명으로 역대 가장 많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 56명의 3배가 넘고, 이전의 모든 올림픽에 참가한 성소수자 선수의 수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 2012년만 해도 커밍아웃한 선수는 24명에 불과했다.

■IOC, 무지개 액세서리 첫 허용

영국 다이빙의 전설 톰 데일리(27)는 지난 26일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다이빙 남자 싱크로나이즈드 10m 플랫폼에서 금메달을 딴 뒤 시상식에서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2013년 처음 동성애자라고 밝힌 그는 “내가 게이이고 올림픽 챔피언이라고 말할 수 있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1988년 미국 승마 선수 로버트 도버가 올림픽 출전 선수로는 처음 커밍아웃했지만, 스포츠계는 오랫동안 성소수자 인권친화적이지 않았다. 일례로 IOC는 1968년부터 인터섹스(남성과 여성의 특징이 모두 있는 사람)를 골라낸다는 명목으로 여성 선수들에게 성별 검사를 강제했다가 인권침해라는 비판 끝에 1999년에야 폐지했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최근부터다. 스포츠 전문매체 아웃스포츠는 “최근 커밍아웃한 선수들이 늘어난 건 스포츠계와 사회에서 LGBTQ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독일 여자 필드하키 대표팀 주장 나이키 로렌츠(24)는 지난 25일 오이 하키 경기장에서 열린 영국과의 경기에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무지개색 밴드를 발목에 차고 나왔다. IOC는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밴드 착용을 허용해달라는 독일올림픽위원회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인권 보호, 평등이라는 올림픽의 핵심 가치를 지지하는 행위까지 금지하는 것은 과하다고 본 것이다. 로렌츠는 이번 결정을 “진작 이뤄졌어야 할 유일하게 옳은 일”이라면서 “스포츠를 하는 동안 우리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질 자격이 있다”고 독일 매체 도이체빌레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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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역도 선수 로렐 허바드가 2018년 4월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열린 2018 커먼웰스 게임 역도 여자 90㎏ 경기에 참가하고 있다. 허바드는 여성 트랜스젠더 선수 최초로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다. 골드코스트|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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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트랜스젠더 출전

이번 올림픽에는 최초로 여성 트랜스젠더 선수도 출전한다. 뉴질랜드 역도 선수 로렐 허바드(43), 캐나다 여자축구 대표팀 퀸(26), 미국 여자 BMX 프리스타일 사이클팀 후보 선수인 첼시 울프(28) 등이 트랜스젠더로는 첫 출전권을 얻었다.

IOC가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한 것은 2004년부터다. 생물학적 성이 아닌 사회적 성에 따라 출전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신 IOC는 여성 트랜스젠더 선수에게는 성전환 수술, 법적 성별 정정, 최소 2년의 호르몬 요법이라는 출전 조건을 걸었다. 2015년에는 성전환 수술 조건을 삭제하고, 첫 경기 1년 전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정량 이하인 사람에게만 출전 자격을 허용했다. 남성 트랜스젠더의 출전 자격은 제한하지 않았다.

AP통신은 “성소수자를 비가시화함으로써 올림픽 스포츠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도쿄올림픽은 마침내 다양성을 더 잘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일본 차별금지법 무산엔 침묵

그러나 IOC는 올림픽 개최국의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는 눈감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일본 의회에서 지난달 성소수자 차별금지법 통과가 무산됐을 당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침묵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러시아는 소치올림픽 직전인 2013년 ‘동성애 금지법’을 통과시켜 논란이 됐지만, IOC는 올림픽이 끝난 뒤에야 ‘성적 취향을 근거로 차별하면 안 된다’는 규칙을 추가해 뒷북 대응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올림픽 출전 선수, 학자, 시민운동가 150명은 지난 22일 IOC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중립은 침묵을 의미하고, 침묵은 계속되는 불의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IOC가 선수들의 정치 행위를 금지한 올림픽 헌장 50조를 개정해 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적극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한에는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최초로 인종차별 반대를 뜻하는 ‘주먹 시위’를 벌인 존 카를로스와 토미 스미스가 서명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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