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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웃다가 지갑 여는 ‘라방’, 소비자 피해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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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라방’ 쇼호스트가 해외직구 제품을 면역력을 높여주는 건강기능식품으로 거짓 광고하며 판매하고 있다. 식약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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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용품과 가전제품을 넘어 고가의 자동차와 오피스텔 분양권도 불티나게 팔린다. 시공간의 제약도 적다. 강원도 화천군은 지난 23일 흑토마토와 깜빠리 토마토 등을 2㎏들이 2400상자, 즉 4.8t이나 팔았다. 2㎏들이 1000상자(2t)를 준비했으나 예상 밖 호응으로 50분만에 두배 이상을 팔았다. 모두 ‘라방’(라이브 커머스 방송)에서 벌어진 일이다.

라방이 코로나19로 ‘뉴노멀’이 됐다. TV홈쇼핑과 유사한 라방은 모바일로 언택트(Untact) 형식을 취하지만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온택트(Ontact)를 지향한다. 형식과 내용에 제약이 없어 누구나 쇼호스트가 될 수 있다. 최근엔 라방을 ‘콘텐츠’로 보는 2030세대들이 늘면서 연예인이 진행하는 ‘예능형 라방’이 대세가 됐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라방의 선두주자는 네이버다. 올해 2분기 네이버 라이브 커머스 매출은 전년 대비 17배 성장해 시장 점유율 50%를 넘어섰다. 라방에 참여한 판매자수는 620%, 월 거래액은 1300% 증가했다. 네이버는 라이브 커머스를 키우기 위해 전용 스튜디오를 열고, 중소상인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돕는다.

판매자들에게도 라방은 다양한 판로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기존 유통업체에 비해 각종 수수료가 저렴해 경쟁력 있는 가격을 책정할 수 있고, 제품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 소비자들은 실시간 소통으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입체적으로 얻어 구매로 이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전자상거래의 구매전환율(상품 노출 대비 판매량)은 0.3~1% 인데, 라이브 커머스는 5~8%에 달한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 교보증권은 지난해 4000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가 2023년에는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그늘’도 생겼다. 일부 라방에선 과장 광고가 성행해 ‘규제 사각지대’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연예인 등이 진행하는 라방에서 과채음료나 식품이 질병치료 등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부당광고한 업체들이 최근 무더기로 적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업체 12곳을 집중 점검한 결과, 플랫폼 업체 6곳에서 부당광고 21건을 적발해 지난 22일 관계기관에 게시물 삭제와 행정처분 등을 요청했다. 단속 대상 플랫폼 업체에는 네이버쇼핑 라이브, 롯데백화점 100라이브, 티몬 티비온, 현대에이치몰 등이 포함됐다.

정부가 처음 라방 단속에 나서면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에 제한이 없어 과장광고를 할 위험은 높은데 현행 법규로는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라이브 커머스 사업자가 방송을 녹화 등으로 보존하고, 소비자가 해당 영상을 열람·보존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양 의원실 관계자는 “라방 속 허위·과장광고에 속아 제품구매 시 소비자가 이를 직접 증명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라방과 직결되지는 않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준비하는 전자상거래법 전면 개정안이 통과되면 라방에 대한 관리 감독이 강화될 수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정안으로)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면 라방 플랫폼 사업자들도 판매 등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업계는 새로운 시장인 만큼 분쟁조정기구 마련 등의 자구책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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