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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폭염에 쓰러지는 노동자들…“폭염시 야외작업 중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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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무더위가 이어지며 건설, 택배, 배달기사 등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폭염에 쓰러지고 있다. 노동계는 폭염 시 야외 작업 중지를 비롯해 야외 노동자를 위한 쉼터 마련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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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40도에 가까운 택배물류센터 현장. 전국택배노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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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택배노동조합은 최근 6일간 서울과 부산에서 조합원 4명이 근무 중 폭염으로 실신했다고 28일 밝혔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20분 부산 롯데택배 사상터미널 명지대리점에서 상차 작업을 하던 57세 노동자 남모씨가 어지러움을 호소하고 입에 거품을 물면서 쓰러졌다. 노조는 이 대리점에 창문이 없어 환기가 불가능하고, 레일에는 선풍기가 한 대도 설치돼있지 않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 현장 기온은 39.4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노조는 지난 27일과 26일, 23일에도 30도 중반의 높은 온도에서 일하던 택배 노동자들의 탈진 사례가 있었다고 했다.

건설 현장에서는 온열질환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망사고도 발생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26일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거푸집에 붓는 작업을 하는 타설공으로 일하던 54세 노동자가 사망했다. 지난 22일 오전 9시30분에도 수서역세권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68세 건설 노동자가 작업중 사망했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사망한 이들은 평소 건강상태에 이상이 없었다”며 “며칠간 이어진 폭염 속에서 야외공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라 온열질환을 의심하고 있다. 유족의 동의를 얻어 부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설노조는 정부가 무더위가 심한 날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작업 중지를 권고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용광로 작업 등의 고열 작업에서는 중간 휴식 시간이 의무이나 옥외 작업 노동자에게는 명확한 기준 없이 ‘적절한 휴식 제공’을 권고할 뿐”이라며 “있으나 마나 한 권고가 아니라, 건설사들이 강제로 지킬 수 있는 법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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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내 출입을 위한 체온 체크에서 40도가 나온 배달기사. 라이더유니온 제공


야외 노동자들은 땀띠, 두통 등 다양한 질환을 겪고 있었다. 이날 라이더 유니온이 개최한 ‘폭염 속을 달리는 라이더 증언대회’에 참여한 배달기사 A씨는 “오늘도 아침에 입고 온 옷이 두시간 만에 염전화돼 하얗게 돼 버렸다”며 “매일 폭염 속에서 배달하다 보니 땀띠가 사라지지 않아 긁으면서 일한다”고 말했다.

무더위 속에서 일하다 건물 출입을 할 때는 마스크나 헬멧 등에 남은 열기로 인해 체온 체크 시 40도를 넘겨 출입이 금지된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고 했다. 배달기사 B씨는 “누군가는 더우면 일을 안하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 더워서 콜을 받지 않고 기계에서 로그아웃을 하면, 배달앱 관리자가 전화해 왜 일하지 않느냐고 물어보기도 한다”고 했다. B씨는 “비나 눈이 올 때는 기상악화에 따른 할증으로 배달료를 조금 더 받지만 폭염에는 그런 보상도 없다”며 “그늘진 공원에서 눈치껏 쉴 뿐이다. 날씨가 더울 때는 2~3시간 일하면 이후 몇 분은 배달앱에서 강제적으로 기사들이 콜을 받지 못하게 하는 식으로 휴식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폭염과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이 줄어들면서 배달이 늘었지만, 배달기사들이 온열질환을 예방할 방법은 누구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고 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플랫폼 라이더들은 ‘폭염 상황에는 햇빛을 피하기 위해 팔 토시를 한다거나 물을 챙겨야 한다’ 등 간단한 안전보건 교육도 없이 일한다”며 “안전 교육이 없으니, 특히 일 한 지 얼마 안 된 노동자들이 온열질환에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라이더 유니온은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편의점·주유소 등을 활용한 소규모 쉼터 확충과 도심 내에 소형 그늘막 설치 및 라이더 주차공간 확보, 폭염 할증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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