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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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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권한 美체조영웅 바일스…"주치의 성폭력에 목소리내려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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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자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가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 종목 경기를 마친 뒤 기권을 선언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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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어깨에 온 세상의 짐을 진 것처럼 느껴진다. 가끔 너무 힘들다. 올림픽은 장난이 아니니까.”

2020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6관왕에 도전한 ‘세계 체조 여왕’ 시몬 바일스(24·미국)가 털어놓은 속마음이었다. 그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에 이같은 글을 올렸다. 체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른 스포츠 스타가 겪어야 했던 부담이 고스란히 담겼다. CNN은 “많은 체조선수가 20세쯤에 은퇴하는 현실에서 24세인 바일스가 올림픽을 위해 훈련하는 것은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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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시몬 바일스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그는 올림픽에 도전하면서 겪은 중압감을 털어놨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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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바일스는 올림픽 도중 기권했다. 27일(현지시간) 바일스는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 첫 종목 도마에서 평소보다 저조한 성적을 낸 뒤 경기장을 떠났다. 이후 선수복을 벗고 흰 운동복을 입고 나타나 포기를 선언했고, 나머지 세 종목(이단평행봉, 평균대, 마루운동)을 다른 선수들에게 넘겼다. 이날 미국은 러시아에 1위를 넘겨주고 은메달을 따는 데 그쳤다. 바일스는 경기가 끝난 뒤 극심한 정신적 압박을 털어놓으며 “나는 떨기만 했고 낮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기권 소식이 전해진 직후, 외신들은 바일스가 큰 스트레스 속에서도 올림픽에 출전해야 했던 이유를 조명했다. 이미 자신만의 독창적인 기술을 선보이며 체조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은 그였다. 바일스는 금메달 4관왕을 비롯해 30여 개의 세계 대회 메달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CNN은 “메달이 더 필요 없는 바일스가 올림픽에 복귀한 건 훨씬 더 영향력 있는 무언가를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지난 2018년 미국을 충격에 빠뜨린 체조 주치의 래리 나사르(58)의 성폭력 사건 뒤 처음 열린 올림픽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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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260여명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수감된 미 체조 주치의 래리 나사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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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에 따르면, 바일스는 미 NBC와의 인터뷰에서 “나사르의 성폭력으로부터 살아남은 누군가는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잘못된 것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만약 그런 사람이 없다면 이 일은 그냥 지나갈 것”이라며 “내가 이곳(체조계)에서 영향력을 가져야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이라고 말했다.

래리 나사르는 미시간주립대 체조팀 주치의 등으로 일하며 선수 등 여성 260여 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지난 2018년 두 건의 재판에서 징역 40∼125년, 징역 40∼175년형을 선고받았고, 앞서 2017년엔 아동 성학대물을 소지한 혐의로 60년 형을 선고받았다. 바일스는 나사르가 재판에 넘겨진 뒤 피해 선수들을 옹호하고, 그를 감싼 미국 체조협회 등을 비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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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시간) 트위터가 출시한 시몬 바일스 이모티콘. '역사상 최고'를 뜻하는 G.O.A.T가 염소의 스펠링과 같다는 데서 착안했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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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42㎝의 바일스는 시대를 초월한 최고의 선수에게 붙이는 ‘역사상 최고(G.O.A.T·Greatest Of All Time)’란 수식어를 획득한 인물이다. 농구의 마이클 조던, 야구의 베이브 루스, 골프의 타이거 우즈 등에게 허락된 표현이다. 트위터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시몬바일스(SimoneBiles)’를 입력하면 금메달을 단 염소 이모티콘이 뜨게 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GOAT’가 염소의 스펠링과 같다는 데서 착안한 것으로, 미식축구 선수 톰 브래디와 마홈스 등에 이어 여성 스포츠 선수로는 바일스가 최초 사례가 됐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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