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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코로나 시대 폭증한 메신저 피싱…“엄마 나야” 문자로 수억 챙긴 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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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피해자가 받은 메신저 피싱 문자메시지.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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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난데. 휴대전화 액정이 깨져서 수리를 맡겼는데 수리비가 급해.'

지난 4월 16일 한 40대 여성은 딸로부터 이 같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딸이 걱정됐던 엄마는 ‘휴대전화 속 딸’이 요구하는 대로 신분증과 은행 계좌 비밀번호 등을 알려줬다. 그러나 문자 발신인은 진짜 딸이 아니었다.



가족·지인 사칭 피싱 문자로 돈 뜯어낸 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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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일당 조직도.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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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메신저 피싱’ 수법으로 피해자 10여명에게 4억원 이상을 뜯어낸 일당 8명을 검거해 총책 A씨(50) 등 6명을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메신저 피싱이란 모바일 메신저로 가족·친구 등 지인을 사칭해 알아낸 피해자 금융정보로 돈을 빼내는 범죄 수법을 말한다.

A씨 등은 가족이나 지인인 척 연기하며 피해자 금융정보를 넘겨받았다. 그다음엔 휴대전화를 원격제어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수리비 결제 관련 앱이라고 속여 설치하도록 했다. 피해자 계좌에 있는 돈을 자신들의 대포통장으로 빼내기 위해서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올해 4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약 두 달 동안 12명에게서 적게는 600만원부터 많게는 1억원을 뜯어내 약 4억7000만원을 챙긴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일부 피해자에게는 정부 기관을 사칭해 돈을 요구하는 보이스피싱 수법도 사용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인출책·전달책·수거책 등 역할을 분담해 점조직으로 활동했다. 총책 A씨는 조직원을 감시하면서 범행으로 챙긴 돈을 해외 총책 B씨(49)에게 직접 보내거나, 환전소에 전달해 자금세탁을 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그 대가로 매달 3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인출책 등은 건당 15만원을 챙겼다.

경찰은 A씨 등에게서 범죄 수익금 4030만원을 압수했다. 해외 총책 B씨에 대해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대포통장을 보이스피싱 범죄 인출통장으로도 사용한 정황을 발견하고 관련 여죄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 시대’ 폭증한 메신저 피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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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범죄 그래픽.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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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피싱 범죄는 경기남부경찰청 관내를 기준으로 2019년 687건에서 2020년 2926건으로 325.9%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1291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메신저 피싱 범죄가 폭증한 이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을 배경으로 지목했다.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금융기관의 계좌개설과 대출이 비대면으로 간편해지고 있다”면서도 “반면 금융사기범의 범죄 수법은 날로 지능화되면서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메신저 피싱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예전에는 문화상품권을 대신 구매해달라고 속여 상품권을 챙기는 식이었는데, 최근에는 휴대전화 원격제어 앱을 깔게 한 뒤 피해자 계좌 잔액 전부를 노리는 식으로 범행 수법이 발전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김성택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가족·수사기관 등을 사칭해 메신저로 접근해 금전을 달라고 한다면 상대방에게 우선 전화해보라고 말해보라”며 “만약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등 실제 피해가 발생했다면 신속히 경찰에 신고해 범행계좌에 대한 지급정지를 신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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