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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배지환의 목표 "빅리그 선배들처럼 좋은 영향 미치고 싶다" [현장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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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리그에서 커리어를 쌓아가는 선배들처럼 좋은 영향을 끼치고싶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마이너리그 내야수 배지환(22)은 자신의 꿈과 목표에 대해 말했다.

파이어리츠 산하 더블A 알투나 커브에서 뛰고 있는 배지환은 28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알투나에 있는 홈구장 피플스 내츄럴 가스필드에서 MK스포츠를 만난 자리에서 근황과 자신의 목표에 대해 말했다.

부상중에 지켜보는 경기, 고문이었다

매일경제

배지환이 28일(한국시간) 해리스버그와 홈경기를 앞두고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美 알투나)= 김재호 특파원


이번 시즌 더블A에 승격한 그는 28일 경기전까지 38경기에서 타율 0.273 출루율 0.337 장타율 0.387의 성적을 기록했다. 4개의 3루타와 12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빠른 발을 자랑하고 있다.

시련도 있었다. 6월 9일 아크론 러버덕스(크리블랜드 인디언스0 산하)와 홈경기에서 뜬공 타구를 쫓던 도중 동료 우익수 칼 미첼과 충돌했다. 미챌의 몸에 다리가 걸려 넘어지며 무릎을 다쳤다.

"외야수가 콜플레이를 안해서 있는지도 모르고 부딪혔다. 처음에는 아픈지도 몰랐다. 타박상인줄 알고 일어나서 수비를 했다. 그런데 무릎이 덜컹덜컹거렸다."

검진 결과는 무릎 내측 인대 부상. 회복까지 4~6주 진단을 받았다. "경기도 100경기밖에 안하는데 큰일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힌 그는 이후 재활에 몰두했다. "스프링캠프 훈련지로 보낼 수도 있었지만, 구단에서 소속감을 들게 해주고싶다며 같이 머물게했다. 트레이닝룸에서 나오지를 않으며 재활에 매달렸다. 경기하는 것을 봐야하는데 고문같았다. 나가고싶은데 몸은 안돼있고..."

다행히 그는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 7월 3일 플로리다 루키리그에서 재활 경기를 치렀고 8일 복귀했다. 이후 13경기중 5경기에서 멀티 히트를 기록했고 21일 솜머셋 패트리어츠(뉴욕 양키스 산하)와 경기에서는 홈런도 기록했다. 28일 해리스버그 세네이터스(워싱턴 내셔널스 산하)와 경기에서도 2루타를 기록했다.

"다치기전에 감이 좋았다. 복귀 이후에도 감이 좋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제일 큰 걱정이었다. 그런데 잘 맞고 있다. 괜찮은 거 같다. 재활경기를 뛴 것이 실전 감각에 도움이 되는 거 같다."



그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시즌이 열리지 않으면서 대체 훈련 캠프에서 시즌을 대신했다.

"작년에는 백신도 없었고, 나가서 할 것도 없었고, 다른 팀과 경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훈련만 했다."

그가 설명하는 대체 훈련 캠프의 일과는 다음과 같다. 오후 3시에 경기장에 나와 한 시간동안 수비 훈련을 한다. 이후 실전 감각 유지를 위해 라이브BP를 3이닝간 진행한다. "투수가 없어서 자체 청백전을 돌릴 인원도 없었다. 이렇게 두 시간 훈련하면 남는 22시간은 집에만 있어야했다."

처음에는 '내가 여기서 뭐하는 거지'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그럼에도 그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불리지 않은 다른 선수들보다는 낫구나, 팀이 나를 신경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다."

정상적인 시즌을 뛰었다면 상대하기 어려웠던 투수들을 상대한 것도 그에게는 소득이었다. "상위 레벨 투수와 붙이는 이유를 알 거 같았다. 제구가 훨씬 낫다. 낮은 레벨 투수들은 공이 빠르면 제구가 안된다. 100마일을 던져도 직구 들어오는 것만 치면 된다. 그러나 상위 레벨로 올라갈수록 제구가 되고 변화구까지 갖추고 있으니 상대하기 까다롭다."

그는 이 과정에서 메이저리그 홈구장 PNC파크도 처음으로 방문했다. "처음 계약할 때는 캠프가 이미 시작된 상황이라 구장에 가서 사무실도 들르고 단장도 만나고 구경하는 것을 해보지 못했다. 처음 가봤는데 메이저리그 구장은 달랐다."

응원받기는 솔직히 힘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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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환이 28일(한국시간) 해리스버그와 경기에서 1회 2루타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美 알투나)= 김재호 특파원


얼마 안되는 프로 경력이지만, 난관이 많았다. 계약 과정부터 꼬이며 팀이 바뀌었고, 불미스러운 일로 징계도 받았다.

그도 "응원 받기는 솔직히 힘들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럼에도 그에게는 나름대로 포부가 있었다. "IMF 외환위기 때 박찬호 선배처럼 할 수 있을지는 장담 못하겠지만, 나도 모든 세계가 힘든 이 시기 힘을 주고싶다. 빅리그에서 커리어를 쌓아가는 선배들처럼 좋은 영향을 끼치고싶다."

그가 말하는 '좋은 영향'은 어떤 것일까? 그는 "마이너리그 진출에 대한 인식이 안좋지만, 미국 야구에 도전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싶다. 좋은 영향을 후배들에게 끼치고 싶다"며 마이너리그 진출이 '고생길'이라는 인식을 바꾸고싶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길이 쉽다는 뜻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뒤를 따르고싶은 후배들에게 전할 말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각오 단단히하라"고 답했다.

"전세계에서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라 야구만 봐도 쉽지않다. 여기에 외적인 것도 힘들다. 한국에서도 성인이 되자마자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기가 쉽지 않지않은가.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한다. 각오 단단히하고, 준비 잘해오라고 전하고싶다. 실제로 아는 동생들 통해 물어오는 후배들이 있는데 '진짜 각오 많이 하라'고 전하고 있다. 각오가 돼있다면 와도 좋은데 그게 아니면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밖에 안들 것이다."

그가 느끼는 미국 생활의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그는 "일상이 온통 야구에 맞춰져 있다. 한국처럼 일상이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감정 기복을 조절하는 것이 힘들다"는 점을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경기 끝나면 바로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할 때가 있다. 그냘 경기를 못했으면 버스안에서 못했던 경기만 생각이 난다. 그런 것이 너무 힘들다. 주변에 가족이나 친구가 있다면 이야기하고 풀고 잊어버리면 되는데 주변에 사람들이 없다보니 야구 외적으로 풀기가 너무 힘들다"며 정신적이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러한 어려움속에서도 그가 묵묵히 뛰는 이유는 꿈의 무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목표는 지난해 처음 구경했던 PNC파크에 유니폼을 입고 서는 것이다. "단기적인 목표는 한 경기라도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보는 것이다. 그것이 첫 번째 목표다. 그 다음에는 자리를 잡는 것이 목표다. 일단 데뷔부터 하고싶다."

[알투나(미국) =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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