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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자본시장 속으로] 카카오뱅크 과연 고평가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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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흠 회계사

이투데이

에스디바이오센서, 크래프톤에 이어 카카오페이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업공개를 위한 증권신고서의 수정 요청을 받았다. 에스디바이오센서와 크래프톤이 그랬듯이 카카오페이 역시 공모가액을 낮추고 상장 일정도 늦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감독기관이 기업가치에 대하여 과도하게 개입한다고 얘기하지만 대체적으로는 공모가액에 거품이 끼는 것에 대한 적절한 조치였다는 평가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경우 최초에 설정된 공모가액 보다 39% 낮춰서 상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장 이후 주가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만약 공모가액을 낮추지 않고 상장을 시켰으면 아마 모든 공모주주들은 지금쯤 큰 손해를 보고 있을 것이다.

크래프톤도 최초 증권신고서에 표시된 공모가액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다. 보통 공모가액은 이미 상장된 비슷한 기업들의 실적 대비 주가 비율을 대입해서 산정한다. 유사기업으로 어느 기업들을 포함시키고 어떤 비율을 대입하는가에 따라 가격이 싸질 수도 있고 비싸질 수도 있다. 크래프톤은 게임사업과 직접 관련 없어 보이는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 그리고 초대형 게임사인 미국의 블리자드가 받고 있는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을 공모가액 산정에 적용하면서 논란이 됐었다. 결국 증권신고서 수정제출을 하면서 이들 기업들을 다 삭제하고 국내 대형 게임기업들만 인용하면서 공모가액이 낮아지게 되었다.

카카오페이도 마찬가지이다. 국내에 비슷한 기업이 없다는 논리로 해외 기업들을 유사기업으로 선정했는데 체급이 안 맞는 문제가 있었다. 즉 국내 라이트급 권투선수가 데뷔하는데 해외 헤비급 선수와 싸우라는 식이다. 시가총액 400조원이 넘는 페이팔, 130조원이 넘는 스퀘어라는 미국 기업들의 실적 대비 주가만큼 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카카오페이도 공모가액 기준 12조원짜리 기업이 되었다. 결국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수정 요구를 받았으니 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는 정정없이 기업공개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공모가액 기준 시가총액 18조원인데 이는 19조원대의 신한지주와 큰 차이가 없고 13조원대의 하나금융지주, 8조원대의 우리금융지주 보다 크다.

카카오뱅크 역시 공모가액 산정을 하면서 국내의 은행과 금융지주사가 아닌 미국, 브라질, 러시아, 스웨덴의 디지털 금융플랫폼, 핀테크 기업들을 유사기업으로 선정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실적 대비 주가 보다 훨씬 높은 밸류라는 것이다. 단, 카카오뱅크는 주가수익비율(PER)이 아닌 4개 유사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적용했다. 플랫폼과 핀테크 기술에 따른 성장을 기대하는 상황이라면 순자산 보다는 수익성지표로 평가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플랫폼과 핀테크 기술은 수단이고 결국 사업모델 자체가 은행이기 때문에 한정된 국내 소매시장에서 시중은행 및 제2금융권 등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고평가논란은 계속될 수 있다. 시중은행의 경우 1개 은행당 기업들에 대한 대출규모가 100조원 이상이고 여기서 발생되는 순이자손익도 2조원이 넘는다. 또한 각종 무역금융, 외화거래 등에서 1조원에 가까운 수수료 수익도 발생한다. 전국에 영업점을 갖고 많은 인력들이 근무하느라 고정비 부담이 크지만 큰 시장에서 사업을 하기 때문에 연간 1~3조원대의 순이익을 창출한다. 이에 반해 카카오뱅크는 인터넷뱅크의 한계로 인해 기업, 무역 금융 없이 가계자금대출 위주로만 사업을 하고 있어서 2020년 연간 순이익은 1136억원 수준이다. 2019년 보다 7배 이상 늘어나긴 했지만 소매 시장규모 자체가 기업과 무역금융에 비해 작기 때문에 시중은행에 비해 이익규모가 더 커질지는 미지수이다.

2010년 삼성생명 상장 후 11년만에 드디어 거대규모의 기업인 카카오뱅크가 상장을 한다. 지난 10년 동안 공모가액 기준 시가총액 15조원 이상 기업이 상장한 적은 없었다. 꾸준히 제기됐던 고평가 논란을 불식시킬지 아니면 멋지게 비상할지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완전히 갈리기 때문에 예단이 어렵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상장 후 주가흐름이 추후 있을 LG 에너지솔루션, 카카오페이 등의 기업공개에 큰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시선은 카카오뱅크 상장예정일인 8월 6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박동흠 회계사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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