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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중국은, 왜] 남중국해에 뜬 英항모...남북전화 재개통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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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항모전단, 남중국해 순회 항해

프랑스 전단도 미·일·호주와 훈련

'아시아의 지중해' '제2의 페르시아만'

자원 풍부한 해상교통 핵심, 남중국해

바다 독차지하려는 중국 견제 위해

'나토+쿼드', 동아시아 수역에 출몰

아프간 이어 해상 안보 위협받는 中

北 도발 없는 한반도 주변 안정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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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25일 영국의 최신예 항모 퀸 엘리자베스호 위를 날고 있는 록히드 마틴사의 수직이착륙 스텔스기 F-35B. 〈사진=록히드 마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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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14년 영국은 미국의 워싱턴 D.C를 점령하고 볼티모어를 사정권에 두게 됩니다. 볼티모어는 남북 육로 교통의 요지였고 수운의 길목이었습니다. 여기만 함락시키면 미국은 남북과 동서로 쪼개집니다. 저항세력의 급소였던 겁니다. 역사의 결론은 함락에 실패하고 물러났지만 미국은 이 전투를 통해 해양 접근성이라는 전략적 개념을 터득하게 됩니다.

영국이 카리브해에 뿌려놓은 전초기지가 없었다면 병참 보급 차원에서 전쟁 수행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독립을 쟁취한 미국은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카리브해의 푸에르토리코와 쿠바를 장악합니다. 미국 경제의 대동맥인 미시시피강을 통해 바깥 세상으로 나가는 길, 미국의 생명선을 봉쇄 당하는 위험이 제거된 겁니다.

#2. 미국의 앞마당인 카리브해처럼 중국도 시진핑 집권 이후 남중국해를 자국의 앞마당으로 각인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직사각형에 가까운 중국 영토의 생김새 때문에 남중국해는 지도 구석에 따로 칸을 만들어 처리하곤 했는데 시진핑 시대 들어 지도를 길게 늘려 남중국해까지 포함시켜 제작한 겁니다. 남중국해는 중국의 핵심 이익으로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이 이번주 남중국해에 떴습니다. 중대형급인 퀸 엘리자베스호(6만5000t급)에는 수직 이착륙 스텔스기 F-35B가 배치돼 있습니다.

영국 국방부는 항모전단이 9월까지 남중국해를 통과해 한국·일본 등을 방문한다고 밝혔습니다. 항모전단은 인도·태평양 수역을 순환하는 한편 연안 초계함 2척도 이 수역에 고정 배치키로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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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엘리자베스 호에서 조기 경보 작전 헬기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폴리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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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5월에는 프랑스의 미스트랄급 강습상륙함 토네르호(2만1000t급)를 주력으로 한 상륙준비단이 동중국해에 와서 미국·일본·호주와 연합훈련을 하기도 했습니다. 토네르함은 경항모와 비슷한 크기의 대형 상륙함으로 길이 199m, 폭 32m에 달해 헬기 16~35대, 전차 40대를 수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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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2017년 12월 7일 영국 남부 포츠머스 해군기지에서 최신예 항모 '퀸 엘리자베스호' 취역식 행사를 주관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영국 왕립해군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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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프랑스 전함이 잇따라 동아시아 수역에 출몰했는데 일회성 행사일까요? 아닙니다. 일회성 단발 행사가 아닙니다. 미·중 패권경쟁이라는 지정학적 구도와 긴밀히 엮여 있습니다. 지난 6월 G7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공개된 전략 개념에서 나온 조치입니다.

이 전략은 나토와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력체인 쿼드(QUAD)를 연계시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앞으로 프랑스·영국 전함뿐 아니라 나토 소속 전함들이 남중국해에 들락거리는 일이 다반사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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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시민들이 퀸 엘리자베스호의 취역을 환영하고 있다. 〈사진=영국 해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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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쿼드가 남중국해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요. 중국 요인이 가장 큽니다.

중국이 남중국해의 초크 포인트를 거점 삼아 주변 바다를 영해로 삼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매년 화물 적재 상선의 50% 이상, 전 세계 해상 교통의 3분의 1이 남중국해를 지나갑니다. 수에즈 운하나 파나마 운하를 지나는 물동량과 비교 불가입니다.

이 바다는 중국뿐 아니라 대만·한국·일본의 경제 생명선입니다. 전 세계에서 교역되는 원유의 3분의 1, 액화천연가스(LNG)의 절반 이상 물량이 통과합니다.중국 이 이 바다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면 우리나 일본의 에너지 생명선은 위태로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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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엘리자베스 항모타격전단의 위용. 〈사진=영국 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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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된 해저 자원도 어마어마합니다. 최대 300억t에 이르는 원유와 16조㎥의 천연가스를 품고 있어 '제2의 페르시아만'으로 불립니다. 중국이 역사적 9단선을 주장하며 이 바다를 통째로 노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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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중앙일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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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해권 장악해 바다 독차지 하려는 중국

군사적으로는 더 큰 그림이 있습니다. 동아시아 역내의 핵심 교통로를 장악해 태평양과 인도양을 오가는 미 해군 7함대의 활동을 견제하고 최종적으로 역내 제해권을 잡겠다는 전략의 일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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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지중해 격인 남중국해. 오른쪽은 인도양 왼쪽은 드넓은 서태평양이다. 〈사진=셔터스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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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19세기 말 미국이 앞마당인 카리브해의 제해권을 장악해 역내에서 완전히 영국의 존재감을 밀어냈듯이 말입니다. 지중해가 '로마의 호수'였듯이 동아시아의 지중해 격인 남중국해를 중국의 지중해로 만들겠다는 겁니다.

이제 미·중의 전략 경쟁은 패권전쟁의 양상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대서양~인도·태평양으로 포위망을 구축한 나토+쿼드의 전략 행동 범위를 보면 냉전 시대의 '대(對)소련 봉쇄'를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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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엘리자베스 항모가 수에즈 운하를 빠져나오고 있는 모습. 〈사진=영국 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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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냉전 초기 유럽부터 중동·아시아·태평양에 걸쳐 다자안보기구를 발족시켰죠.

54년 인도차이나반도의 공산화 우려가 커지자 필리핀·태국·파키스탄과 호주·뉴질랜드·미국·영국·프랑스 8개국이 참여하는 SEATO(남동아시아조약기구)를 창설했습니다.

미국은 SEATO를 49년 출범한 나토, 55년 창설되는 중동조약기구(이라크·터키·이란·파키스탄·영국 가입, 미국 옵서버로 참여)와 연결해 대서양~중동~태평양에 이르는 공산권 봉쇄망을 구축했습니다. 물론 제대로 가동이 안 돼 헛돌다가 80년대 극한의 군비경쟁 끝에 이 봉쇄 전략이 결실을 맺게 됐었죠.

나토+SEATO+중동조약기구는 구성원 간 이해가 첨예하게 상충해 제대로 작동된 적 없이 시간이 흐르면서 흐지부지 됐습니다.

반면 나토+쿼드는 구성원들이 자유민주 진영 국가들로 대오가 단일하고 중국 견제라는 당면한 이해관계가 일치해 조직력이 더 단단해 보입니다.

■ "대륙 방어" vs "바다 방어" 팽팽한 대립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대륙 국가이자 연안 국가이기도 합니다. 이런 지리적 위치 때문에 팽창할 때는 모르겠지만 수세일 때는 유라시아 대륙 중심부로부터 위협과 동남해안으로부터의 위협을 받아왔습니다.

이 두 가지 안보 위협이 동시에 터진 때가 19세 청나라 말기입니다. 새방파(塞防派)와 해방파(海防派)의 대립은 지정학적 숙명이었습니다.

서북방 러시아의 남하 위협이 크기에 전력을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새방파. 반면 해방파는 해군 전력을 키워 일본의 북상을 막는 게 우선 순위라고 주장했습니다.

육지 방어인 새방과 바다 방어인 해방적 사고의 프레임 속에서 중국은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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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엘리자베스호. 〈사진=영국 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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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냉전 이후 새방의 수요가 급감했습니다. 소련 붕괴 후 유목 세력의 발진 기지였던 심장부, 중앙아시아 지역은 스탄 국가들로 쪼개졌고 소련 붕괴의 여파를 추스르기에 바쁜 러시아의 존재감도 미미해졌습니다.

한나라·송나라·명나라 등 역대 한족 정권과 비교할 때 같은 한족 정권인 중국공산당의 현재 중국은 서북방 안보 리스크가 최저점이라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중국이 남중국해로 전력을 한껏 투사하며 바다 쪽으로 팽창을 궁리하는 것도 이런 지정학적 수혜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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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아프간 철수를 위해 국기를 내리고 있다. 〈사진=바이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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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 올여름 들어 어떻게 됐습니까. '제국의 무덤'으로 온갖 이슬람 과격 세력의 온상이자 해방구였던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했습니다. 악명 높은 테러 수출기지의 봉인이 풀려버린 겁니다.

중국의 신장위구르 지구는 반중 무장 세력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이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땅입니다. 아프간의 탈레반 세력 또는 무장 군벌과 연계된 과격 이슬람 세력의 신장 지구 유입을 걱정해야 하는 때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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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을 가르고 있는 힌두쿠시 산맥의 골짜기들. 이 좁은 회랑을 따라 아프간과 중국이 연결돼 있다. 〈사진= 바이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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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잠자고 있던 서북쪽 안보 이슈가 재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사실상 경고등이 켜진 상탭니다. 남중국해에는 나토와 쿼드 진영이 '헤쳐모여'를 거듭하며 들락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서북 사막과 동남 바다에서 양동 작전의 모양새입니다.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19세기 아편전쟁 이후 100년의 굴욕을 불쏘시개 삼아 중화민족의 부흥을 천명했습니다. 대륙으로 푹 들어가고 바다로 배를 내민 중국의 지정학은 다시 두 개의 안보 위협 앞에서 어디에 우선 순위를 부여할지 묻고 있습니다. 시진핑의 중국은 두 개의 안보 이슈를 동시에 다룰 수 있을까요?

시진핑 정권의 4대 핵심이익 시험대

시진핑 집권 이후 신장·티베트·남중국해·대만은 중국의 핵심이익으로 부상했습니다.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레드라인을 그은 겁니다. 이제 신장과 남중국해의 안보 이슈가 깨어났습니다.

시진핑이 지난주 집권한 뒤 처음으로 티베트를 현지 시찰했습니다. 미리 기반을 확인하고 안정을 다져 놓은 거지요. 중국 스스로 쳐 놓은 4개의 레드라인 중 2개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관전 포인트는 대만해협입니다. 파고가 높아질까요, 아닐까요. 중국이 나서서 전선을 더 넓힐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미국은 어떨까요. 레드라인 2개만 살려 놓고 두고 볼까요?

중국이 지정한 4개의 핵심 이익 여기저기에서 정신없이 분주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한반도 주변은 안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까지 뜨거운 게 터져 나오면 중국으로선 감당 불가이기 때문입니다. 북중 핫라인을 통해 북한 당국에 안정적 상황 관리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큰 국면입니다.

마침 북한의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13개월간 끊어졌던 남북 직통 전화가 27일 재개통됐습니다. 안보 경고등이 켜진 중국과 북한의 유화적 태세 전환! 우연의 일치일까요?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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