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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거는 한겨레] 왜 타블로이드죠? / 고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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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로 토요판 개편 작업을 하면서 디자인 부서에서 작업했던 전체 지면의 시안들이 <한겨레> 편집국 7층 벽에 붙어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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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가 운영하는 ‘신문박물관 프레시움(PRESSEUM)’(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 내)은 <한성순보>를 비롯한 한국 신문 130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박물관을 돌다 보면 ‘토요판 유행’이라는 제목의 전시 코너도 만나게 되는데요. 각 신문의 토요판 1면을 붙여놓은 벽 위엔 이런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토요판은 2012년 1월28일 한겨레신문이 가장 먼저 선보였다. (중략) 현재 5개의 신문사가 토요판을 발행하고 있다. 이들 토요판은 지금까지 신문에서 보기 힘들었던 긴 호흡의 기사 및 기획물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주 토요일 <한겨레S> 첫 작품을 보셨나요? 신문업계에서 ‘토요판 유행’을 이끌었던 <한겨레>가 9년6개월 만에 전혀 새로운 토요판을 내놓았습니다. 콘텐츠 메뉴를 대폭 새단장했고, 목·금요일에 내던 esc와 책 섹션을 통합해 주말의 풍성함을 더했습니다. 그래도 사이즈가 가장 눈길을 끌었으리라 짐작합니다. 기존 대판 크기의 절반. 종합일간지 중 섹션이 아닌 본면을 타블로이드 판형으로 제작한 경우는 처음입니다. 논쟁, 당연히 예상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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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 5층에 있는 ‘신문박물관 프레시움(PRESSEUM)’의 토요판 전시 코너. 토요판의 기원과 콘텐츠 특성에 관한 설명이 붙어 있다.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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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타블로이드죠?” 이번 개편의 총괄 책임자로서 귀가 아프게 들었던 질문입니다. 신문사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었지요. 일주일 중 토요일 하루만인데도 신문 크기는 민감하게 받아들여집니다. 대판이 주류인 한국사회에서 타블로이드는 권위가 없어 보입니다. 옐로페이퍼 느낌이 납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대판 신문이 사라지는 추세, 타블로이드로 발행되는 영국 <가디언>, 프랑스 <르몽드>의 예를 들어도 반감이 쉬이 가시지 않습니다.

그럼 정말 왜 타블로이드죠? 들고 다니면서 보기 편한 점과 스마트폰 시대에 맞는 기사 호흡 조절 등 세부 이유도 있겠지만 그게 다는 아닐 듯합니다. 한마디로 답하자면 ‘변화의 단추’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엔 쇠락해가는 신문산업의 현실이 얽혀 있습니다. 종이신문 하루 평균 열독시간 2.9분(2020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과 스마트폰 하루 평균 이용시간 3시간 반(마르타 페이라노, <우리의 적들은 시스템을 알고 있다>)의 거리를 재봅니다. 근 100배 차이에 현기증을 느낍니다. <한겨레>가 지난 4월부터 디지털 중심의 공정 전환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디지털 전력투구가 불가피한 시대에, 종이를 낭비하지 않으면서 종이 독자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 고민의 산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독자들 평을 수집했습니다. “가독성이 좋아졌다. 대판의 그 가득한 활자를 읽는 데 포기했다면, 이건 잘 들어온다. 디자인도 짜임새 있다.”(이상엽 사진가) “평일판도 이랬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크기는 정말 좋다. 원래 신문은 퇴근 후 집에서 보는데, 주말판은 월요일에 들고 나가도 되겠다.”(‘저널소년’ 노규진과 엄마 박원영) 이제 됐구나, 라고 안도감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싸구려 같다, 사이즈만 봐도 싫다. 글자가 작아 보인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으니까요. 구성에 대한 의견도 들어보았습니다. “기존에 한겨레가 갖고 있던 어떤 옹골차고 딱딱한 이미지를 넘어서 부드럽게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새로운 시도로 보여서 좋았다. 다만 책과 esc가 툭 튀어나온 듯해서 자연스러운 연결점을 찾는 게 필요해 보인다.”(이병남 전 엘지인화원장) “출판계 종사자로서 북섹션이 줄어든 것 같지 않아 좋다. 뒷면은 만화로 산뜻하게 마무리된 느낌이다.”(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타블로이드판에 대한 냉소와 멸시는 여전히 숙명입니다. 한국의 해당 신문들 중 카리스마를 품은 정론지의 전례가 없기 때문입니다. 전례는 만들어가면 됩니다. 그런 점에서 판형 변화는 반드시 콘텐츠 혁신을 동반해야 합니다. 디자인도 승부처입니다. 알차고 예쁘지 않으면 실용적 사이즈가 무슨 소용일까요. 인정합니다. <한겨레S>는 더 연구하고 다듬어야 합니다.

시간이 흘러 신문박물관은 2021년 이후 신문을 어떤 전시물로 채울지 궁금합니다. 이번 개편도 박물관에 아카이빙될 만큼 의미 있을까요? 토요판을 넘어 종이신문은 앞으로 어떤 역사를 박물관에 남길까요. 신문산업의 출구를 찾아 미래로 가는 여정에서 <한겨레S>가 감히 ‘변화의 작은 단추’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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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태 신문총괄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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