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큰아버지의 6·25 참전은 하느님 뜻… 목숨 바친 한국 발전해 기뻐하실 것”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태극무공훈장 수여식 참석한 ‘6·25 예수’ 카폰 신부 조카 레이

조선일보

/박상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에 처음 간다고 하니까 정말 멋진 곳이라고들 하던데 실제 왔더니 상상 이상이네요. 당신이 목숨 바쳐 지킨 나라의 발전상을 큰아버지도 하늘에서 자랑스러워하실 거라고 확신합니다.”

미 군종 장교로 6·25전쟁에 참전해 중공군 포로수용소에서 희생된 에밀 카폰(1916~1951) 신부를 대신해 27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태극무공훈장을 받은 조카 레이 카폰(64)씨는 수여식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가보훈처 초청으로 수여식 참석차 아내 리 카폰(59)씨와 함께 한국에 왔다.

2차 세계대전 종군 장교로 참전했다 귀환했던 카폰 신부는 6·25가 터지자 한국행을 자원했다. 전장(戰場)과 포로수용소에서 그가 보여준 용기와 선행이 사후에 알려졌고, 2013년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그에게 명예 훈장을 수여했다. 직접 무기를 들지 않는 군종 사제가 한·미 양국에서 최고무공훈장을 받은 것이다. 카폰 신부의 일곱 살 아래 남동생의 아들인 레이씨는 유족 대표로 백악관과 청와대를 모두 다녀왔다. “많은 인파로 북적였던 백악관 명예훈장 수여식보다는 조용했지만, 청와대 수여식은 ‘온 나라가 정성을 다해 큰아버지를 환대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오랫동안 찾지 못했던 카폰 신부의 유해는 유족이 제출한 DNA 대조 작업을 거쳐 올 3월 하와이에 보관 중이던 신원 미상 유해들 사이에서 확인됐다. 이후 우리 정부가 태극무공훈장 수훈자로 결정하면서 ‘에밀 카폰'은 한·미 동맹을 상징하는 이름이 됐다.

조카 레이씨의 가운데 이름은 큰아버지 카폰 신부의 첫 이름인 ‘에밀'이다. 태어나기 6년 전 이미 세상을 떠난 큰아버지를 본 적은 없지만, 카폰 신부와 함께 수용소 생활을 했던 6·25 미군 참전 용사들과 활발히 교류해왔다. “그분들과 만날 때면 언제나 ‘형제여(Brother)’라는 말로 인사합니다. 돌아가신 큰아버지와 전우들의 연결 고리 역할을 제가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뿌듯해요.”

그는 “수용소 동료 병사들의 증언이 아니었더라면 카폰 신부의 이야기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고, 아마도 여전히 신원 미상 실종 군인으로 남아있었을 것”이라며 생존한 동료 병사들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2013년 백악관 명예훈장 수여식 때만 해도 아홉 분이 계셨는데 지금은 다섯 분만 생존해 계시고, 최근 한 달 새 두 분이 또 돌아가셨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고향 캔자스주 지역사회 및 천주교계와 협력해 오는 9월 카폰 신부의 귀향 및 안장 행사를 준비 중이다. “큰아버지가 한국에 안 가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예전엔 가끔 해봤어요. 하지만 큰아버지는 환경이 자신을 정의하도록 두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그를 한국으로 보낸 건 하느님의 뜻이었다고 봅니다.”

[정지섭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