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흐르는 세월 앞에선… 진종오의 빗나간 총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0m 공기권총 혼성 단체전 탈락

“날 욕해도 후배는 욕하지 말길”

42세에도 끝까지 도전 큰 울림

조선일보

추가은이 10m 공기권총 혼성 단체전을 마치고 나서 진종오의 등에 붙은 번호를 떼어주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격 황제’ 진종오(42)의 다섯 번째 올림픽이 끝났다. 처음으로 메달이 없지만, 도전 자체로 울림을 남겼다.

진종오는 27일 오전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10m 공기권총 혼성 단체전에 추가은과 함께 출전했다. 60발을 쏜 1차 본선 결과는 합계 575점(진종오 289점, 추가은 286점). 이란(8위)과 동점이었지만 10점 개수(13개)가 이란(18개)보다 5개 뒤져 최종 9위로 8팀이 출전하는 2차 본선에 못 나갔다. 지난 24일 남자 10m 공기 권총 본선을 15위로 마쳤던 진종오는 도쿄 올림픽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진종오는 2004년 아테네부터 2016 리우까지 올림픽에 네 번 나가 메달 6개(금 4, 은 2)를 땄다. 하나만 더 추가하면 김수녕(양궁)을 넘어 한국인 역대 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을 세우고, 올림픽 사격 역사상 최다 메달리스트도 될 수 있었다. 2008 베이징부터 2016 리우까지 그가 3연속 우승을 달성했던 주종목 50m 권총이 폐지된 것이 아쉬웠다.

진종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올림픽 전부터 2%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부족함을 보완하려고 야간 훈련까지 했지만 세월에 장사는 없나 싶고 만감이 교차한다”고 했다. 메달 신기록 도전이 무산된 것에 대해서는 “올림픽 메달은 갖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지만, 욕심이 나긴 했다. 응원해주신 팬들께 죄송하고 제 자존심도 상한다”면서 “제가 최다 메달을 따려고 올림픽에 나오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격 황제가 2024 파리올림픽에도 도전할지가 관심사다. 그는 “아직 은퇴를 생각하고 싶지 않다. 회사원에게 회사 그만두라는 얘기와 똑같다. 시간의 흐름에 맞게 준비해 보겠다”고 했다.

함께 호흡을 맞췄던 스물두 살 어린 후배 추가은(20)을 향한 배려와 격려도 잊지 않았다. 그는 “나 때문에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아 힘들었을 텐데, 앞으로 훨씬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저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도 인정받고 싶습니다. 저는 욕먹어도 되는데, 가은이는 욕하지 말아주십쇼.”

둘은 경기가 끝나고 등에 달았던 서로의 출전 번호표에 글을 남겼다. 진종오는 “가은아 이제 승리할 일만 남았다”고 했고, 추가은은 “좋은 추억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남태윤(23)-권은지(19) 조는 이날 오후 열린 10m 공기소총 혼성 단체전에서 4위를 했다. 남녀 30발씩 쏘는 본선 1차전에서 3위(합계 630.5점)를 차지해 8팀만 진출하는 본선 2차전에 올랐다. 2차전에선 2위 미국(418.0점)보다 0.5점 덜 쏴(합계 417.5점) 동메달 결정전으로 갔고, 여기서 세르게이 카멘스키-율리아 카리모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 조에게 져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도쿄=양지혜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