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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남북 정상 10여차례 ‘친서 소통’…마지막 협력 결실 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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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전망

문 대통령 ‘신뢰 회복’ 노력

5월 바이든과 한-미 정상회담 때

“남북대화·협력 지지” 성명 받아내

김정은 6월에 “정세 안정적 관리”

‘평화 프로세스’ 결실 맺으려면

새달 한-미훈련 슬기롭게 넘기면

식량·코로나 등 인도적 협력 재개

‘화상 정상회담’ 추진될 가능성도


한겨레

2018년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함께 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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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정전협정 68돌 기념일인 27일 발표된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은 그동안 꽉 막혔던 남북관계 경색 국면을 돌아보면, 긴 가뭄 끝에 내린 단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이 남북 관계 회복 국면으로 다시 돌아서는 마중물이 될지, 아니면 더 이상의 진전은 없을지는 아직 온전히 가늠하기 어렵다.

기술적으로만 따지자면, 27일 이뤄진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은 북쪽이 ‘대북전단 사태’를 빌미로 일방적으로 직통 연락 창구를 닫아버린 지난해 6월9일 이전으로 상황을 복원한 것이다. 남북 직통연락선이 끊기기 전에도 남북 관계는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여파로 휘청였다. 예컨대 2018년 12월14일 남북체육분과회담(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이후 남북 당국회담은 지금껏 단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과정에서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하는 대목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석달 남짓한 긴 시간에 걸쳐 10여차례 친서를 주고받는 직접 소통에 따른 남북의 첫 공동 실천 조처라는 사실이다. 특히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호상(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큰걸음을 내짚을 데 대해 합의하셨다”는 북쪽 발표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공개되진 않았지만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선언 세돌을 계기로 북에 친서를 보내는 물밑 ‘친서 소통’을 이어가는 한편, 한-미 정상회담 등 여러 공식 회담과 회의를 통해 멈춰버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남북 주도로 재가동할 길을 꾸준히 탐색했다. 문 대통령은 5월21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남북 대화·관여·협력에 대한 지지”를 공동성명을 통해 확인받으며 ‘남북 관계의 자율성’을 확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자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6월17일 당 중앙위 8기 3차 전원회의에서 “조선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바이든 정부 출범(1월20일) 이후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첫 공개 발언을 내놨다. 이는 “선 대 선, 강 대 강”이라는 1월 노동당 8차 대회 때의 반응적·수동적 대미 태도에 견줘, 남북 관계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주동성’을 강조한 모습이라 해석할 수 있다. 또 “파국에 처한 북남관계 수습·개선 대책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던 노동당 8차 대회 때의 대남 기조와 조응한다.

시야를 넓히면 이번 조처는 임기가 열달(대선일 기준으로는 여덟달)도 남지 않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2018년 세차례 정상회담의 성과(4·27 판문점선언, 9·19 평양공동선언, 9·19 군사분야합의)를 무위로 돌리지 않으려는 전략적 행보이자, 남북 정상 주도로 정세를 돌파해보려는 ‘마지막 협력’이라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낙관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남북 관계에 정통한 여러 원로 인사들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마지막 협력’이 한반도를 둘러싼 교착을 돌파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이라는 열매를 맺으려면, 임박한 8월 한-미 연합군사연습이라는 난제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를 다시 강타하는 상황을 명분 삼아 문 대통령이 ‘훈련 중단’이라는 결단을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조언인 셈이다. 만약, ‘규모가 대폭 축소된 지휘소 훈련’이 불가피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김 위원장의 ‘인내’가 절실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남과 북이 ‘한-미 연합훈련’이라는 걸림돌을 넘어선다면 식량, 코로나19 대응 등 인도협력 재개를 포함한 대화·협력 국면이 열릴 수 있다. 미국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간 대화·관여·협력과 인도적 지원 촉진에 동의한 바 있다. 상황 전개에 따라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화상 정상회담’이 추진될 가능성을 미리 배제할 필요도 없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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