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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코로나·식량난에 손 내민 北...文 지렛대로 북미관계 개선 시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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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연락선 413일만에 복원]

文 종전선언 재추진 속도 가능성

北 과거에도 연락선 수차례 차단

대미·북풍 메시지로 그칠 수 있어

과도한 기대는 시기상조 지적도

서울경제



북한이 27일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에 나선 것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렛대로 북미 관계 개선에 나설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그 동안 남북 통신연락선을 정치적 불만과 관계 개선을 위한 도구로 사용해온 만큼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문 대통령을 향한 것이 아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관계 개선을 위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 태도 변화의 배경으로 국제 제재에 코로나19, 폭염·가뭄에 따른 식량난이 꼽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에 “외부의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며 식량난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도 “지금 온 겨레는 좌절과 침체 상태에 있는 북남(남북) 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번 남북 연락 재개를 계기로 오는 8월 한미연합훈련 조정과 남북정상회담 추진, 북미 대화 재개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이 한국의 ‘유엔군 참전의 날’이자 북한의 ‘전승절’인 정전협정 68주년에 맞춰 연락을 재개한 점도 미국에 ‘종전선언’ 추진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 관계 개선이 북미 대화 재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북한이 그간 남북 연락선 차단·접속을 불만 표출과 이익 관철 수단으로 수 차례 악용한 만큼 지나친 기대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 6월9일 탈북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빌미로 일방적으로 통신을 끊었다. 같은 달 16일에는 별다른 원칙도 없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을 거론했다. 또 북한은 2016년 2월에도 남측이 개성공단 운영을 중단하자 연락 채널을 곧바로 끊었다. 북한이 이후 연락선을 복구한 시점은 북미대화 가능성이 보였던 2018년 1월3일이었다.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에도 북한은 대북제재와 한미연합훈련에 불만을 내비치며 판문점 연락을 중단했다. 2010년 5월에는 우리 정부가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5·24 조치를 단행하자 판문점 채널을 닫았다.

상당수 전문가들도 북한의 태도 변화는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를 향한 것이 아니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대화와 원조를 요구하는 신호에 그칠 수 있다며 신중론을 유지했다. 발표 시점을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간 미중 고위급 회담 바로 다음 날로 잡은 것도 이 같은 고려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으로 꼽힌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미국 정부가 새로운 제재 정책을 늦여름께 최종 완성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차기 한국 대선과 한미일 안보 공조를 흔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중 갈등 속 제재 완화에 대한 국제적 지지가 거의 없다는 점이 그 근거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한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고 한미일 간 협력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 대화를 원한다면 직접 미국과 접촉하면 되기 때문에 대화를 노렸을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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