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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샌드위치' 삼성 파운드리 어쩌나…TSMC 인텔 총공세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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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 제공 = 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위기에 놓였다.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TSMC, 인텔 등 경쟁사에 비해 이렇다할 투자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다.

대만 TSMC의 독주 속 최근엔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 복병으로 부상하며 2위 삼성전자에겐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TSMC는 미국을 비롯해 일본과 유럽까지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하며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를 등에 업은 인텔의 공격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반격에 나설 지 관심이 집중된다.

◆ 공격성 드러낸 인텔...위 아래로 치이는 삼성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17% 점유율(올해 1분기 기준)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55% 점유율로 1위인 TSMC과 큰 차이를 보이지만 5나노(nm, 10억 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는 TSMC와 6대 4정도로 호각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체 점유율로 따지면 비교할 수 없지만 최처담 기술력에선 삼성이 비슷한 수준까지 따라잡았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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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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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 들어 삼성전자는 예고한 증설투자 외엔 별 다른 움직임이 없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20조원 규모의 신규 파운드리 투자계획을 내놓긴 했지만 이후 2달이 지나도록 부지 협상도 마무리짓지 못했다. 설상가상 이재용 부회장의 수감으로 올해 초 3년 내에 유의미한 M&A를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제대로 된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와중에 경쟁사들은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TSMC는 향후 3년간 1000억달러(약 114조원)를 투자해 미국 공장 6곳을 건설하는 등 대대적인 설비 확충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TSMC는 최근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유럽에도 신규 공장 건설을 검토하면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360억 달러(약 41조원) 규모의 2나노급 신공장 건설에도 착수했다. TSMC는 이미 3나노 공정 양산 준비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애플, 인텔과 함께 3나노 제품 테스트를 시작했으며 내년 하반기 양산에 돌입하는 것이 유력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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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인텔 역시 세계 3위 파운드리 회사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에 착수하는 등 무섭도록 치고 나오고 있다. 인수와 관련된 인텔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수 시 300억달러(약 34조2600억원) 규모의 거래가 될 수 있다.

인텔은 앞서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하겠다고 선언하고, 200억달러(22조66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2개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그런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위한 지름길로 M&A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이 긴장했다.

뿐만 아니라 인텔은 27일 개최된 온라인 기술전략 설명회에서 2025년까지 파운드리 사업 확장 로드맵을 발표하며, 4년 내 TSMC와 삼성을 따라잡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인텔의 기술 로드맵은 공격적이다. 2024년에는 2나노 수준인 '20A'를 생산하고, 이어 2025년에는 인텔18A를 양산할 계획이다. 18A는 1.8나노 수준이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인 대만 TSMC와 2위인 삼성전자는 2023년 3나노 공정 제품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날 인텔은 퀄컴과 아마존을 새 고객으로 소개했다. 인텔은 앞서 100개 이상 기업과 파운드리 사업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으나 퀄컴 및 아마존과 같은 대형 고객사 유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 이재용, 내달 가석방 가능성…삼성전자 반격 나설까


이재용 부회장의 8·15 가석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그간 침묵하던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설 지 주목된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내달 복귀한다면 그간 미뤄뒀던 투자계획 등 삼성의 의사 결정이 빨라질 것으로 본다.

가장 먼저 20조원 규모의 미국 제2 파운드리 공장 건설 투자계획이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후보지는 현재 텍사스주 오스틴이 유력한 가운데 막바지 인센티브 협상이 진행중이다.

삼성전자는 오스틴과의 협상 결렬에 대비해 텍사스주 테일러와 뉴욕·애리조나도 후보군으로 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입장에서 수익이 보장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수익이 떨어지는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는 대규모 투자에 책임과 리스크가 따르는 것이어서 총수 결단 없이는 추진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결국 이 부회장이 최종 사인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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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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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또는 시스템 반도체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연초 삼성전자가 독일의 차량용 반도체 생산 기업인 NXP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최근에는 삼성측의 적극 부인에도 불구하고 파운드리 부문 분사설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TSMC를 따라잡아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는 인텔보다 오히려 삼성전자에 더 필요한 카드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부회장이 복귀한다면 2019년 발표한 '비전 2030' 수준의 중장기 전략이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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