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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코로나 극복했던 여자 펜싱 에페, 9년만에 값진 은메달 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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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 대한민국 대 에스토니아 결승전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선 뒤 패한 최인정이 울음을 터트리자 강영미, 송세라, 이혜인이 위로하고 있다. 은메달 획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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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많은' 여자 에페 대표팀이 올림픽 은메달을 수확했다.

최인정(31·계룡시청), 강영미(36·광주서구청), 송세라(28·부산시청), 이혜인(26·강원도청)으로 구성된 여자 에페 대표팀은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에스토니아에 32-36로 패했다. 여자 에페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은 놓쳤지만 값진 은메달로 결과를 보상 받았다. 여자 에페 단체전 은메달은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9년 만이다.

그들은 경기가 끝난 뒤 울었다. 이유가 있었다. 여자 에페 대표팀은 지난해 3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국제펜싱연맹(FIE) 그랑프리에 출전했다가 대표 선수 8명 중 3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다. 이 일로 한 달 넘게 격리 치료를 받은 선수도 있었다. 감염을 우려해 훈련장이 폐쇄돼 한동안 제대로 몸을 만들 수 없었다. 올림픽이 1년 미뤄진 건 다행이었지만 경기 감각은 떨어졌다. 주위의 따가운 눈총까지 받아야 했다.

어렵게 준비한 도쿄올림픽의 출발은 부진했다. 24일 개인전에서 세계랭킹 2위 최인정과 8위 강영미가 32강에서 덜미가 잡혔다. 충격적인 결과였다. 송세라마저 16강 벽을 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녀 사브르 개인전에서도 '노메달'에 그쳐 대표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에페는 공격 부위가 제한되는 플뢰레(몸통), 사브르(상체와 머리)와 달리 전신이 포인트 범위다. 세 종목 중 가장 광범위하고 동시타까지 인정된다. 에페 단체전은 3명이 팀을 이뤄 1인당 3분 1라운드씩 세 차례 겨뤄 총 9라운드에서 승부를 겨룬다. 상대편과 골고루 맞붙기 때문에 특정 선수에 의존하기보다 전력이 고른 팀이 유리하다.

여자 에페 대표팀은 '원 팀'으로 뭉쳤다. 숱한 위기를 넘긴 그들은 서로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었다. 8강 미국전에선 최인정과 강영미가 1-2, 5-6으로 뒤져 누적 스코어가 6-8로 벌어졌다. 하지만 송세라가 3라운드에서 켈리 헐리를 3-1로 제압해 9-9 동점을 만들었다. 그의 빠른 스피드에 런던올림픽 동메달리스트 헐리가 흔들렸다. 묵직함이 장점이 미국의 견고한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경기 중반 한국 코칭스태프 쪽에선 '맏언니' 강영미에게 "마지막 경기니까 잘해보자, 이게 마지막 무대"라고 독려했하기도 했다.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아 38-33으로 승리했다.

4강전 상대는 난적 중국이었다. 중국은 넘어야 할 산이자 종목 최강국이다. 런던올림픽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한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에이스 쑨이원이 개인전 금메달을 따는 등 단체전 우승 후보였다. 대표팀은 조직력으로 만리장성을 흔들었다. 첫 주자로 나선 송세라가 주밍예와의 대결에서 2-3으로 뒤졌다. 하지만 두 번째 주자 최인정이 중국 에이스 순이웬에 5-3으로 앞서 7-6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세 번째 주자 강영미가 린성에 밀리지 않으며 9-8 리드를 유지했다.

경기 중반엔 약간의 행운까지 따랐다. 앞선 경기에서 허벅지 다쳤던 쑨이원이 부상으로 후보 쉬안치로 교체됐다. 몸이 풀린 송세라는 4라운드 쉬안치를 4-1로 제압, 점수를 13-9로 벌렸다. 송세라는 8라운드에서도 린성을 4-0으로 압도했다. 중국은 스탠드에서 엄청난 응원을 보냈지만, 대표팀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마지막 최인정의 공격이 통하는 순간에야 상기된 얼굴로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결승전 상대 에스토니아는 2016년 리우올림픽 8강전에서 패배를 안긴 상대였다. 1라운드에 나선 최인정이 2-4로 흔들렸지만 2라운드 강영미가 카트리나 레히스에게 5-3으로 앞서 동점. 3라운드에선 송세라가 에리카 키르프에 6-4로 앞서 13-11로 리드를 잡았다. 7라운드 24-24, 8라운드 26-26으로 팽팽했다. 하지만 마지막 주자로 나선 최인정이 흔들리면서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피, 땀, 눈물로 얼룩진 그들은 피스트 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바=배중현·장진영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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