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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법사위 양보’ 후폭풍 與…‘언론재갈법’ 소위 강행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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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27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여하는 언론중재법을 강행 처리했다. 표결 대상 법안의 내용이 정리·공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원회 대안으로 의결하겠다”(박정 소위원장)는 말에 따라 표결이 진행되자 야당은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8월 내 본회의 처리까지 마치겠단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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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389회국회 임시회 제2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가 진행되고 있다. 2021.7.27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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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이날 문체위 법안소위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데는 6시간여가 걸렸다. 국민의힘 소속 이달곤·최형두 의원은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런 식으로 하느냐”고 반발했지만, 민주당 의원 3명(박정ㆍ김승원ㆍ유정주)과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찬성하면서 법안은 출석 위원 6명 중 4명의 찬성으로 소위를 통과했다.

처리된 법안 내용은 표결 한 시간 뒤에야 공개됐다.▶언론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허위ㆍ조작보도로 재산상 손해 등을 입힐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고 ▶온라인 보도가 진실하지 않은 경우 독자가 열람차단을 청구할 수 있으며 ▶정정보도는 문제가 된 보도와 같은 시간ㆍ분량 및 크기로 보도하게 하는 등의 내용이다.

위헌 논란까지 제기돼 온 손해배상액(하한선)도 결국 포함됐다. 최소배상액을 법원이 언론사의 전년도 매출액에 1만분의 1에서 1000분의 1 사이에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 언론사의 구상권도 새로 반영됐다. 언론 보도를 작성한 기자가 상급자 혹은 회사를 기망했을 경우 등에는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한 언론사가 기자 개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안 없이 일단 통과…野 "유령 대안 통과시키느냐" 반발



이날 표결 과정의 진통은 상당했다. 대안을 완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박정 소위원장이 표결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표결 순간 박 위원장은 “위원회 대안으로 가결하겠다”고만 말했지만 대상이 불분명했다. 기존에 발의된 언론중재법 16건과 이날 6시간여 논의된 내용을 대안이라고 표현한 것이지만 구체적으로 정리된 대안은 위원들에게 공유되지 않은 상태였다.

국민의힘은 “유령 의결”이라고 반발했다. 이달곤ㆍ최형두 의원은 표결 직후 “이 자리에서 대안을 보신 의원이 있나. 대안도 없이 의결하는 게 말이 되나”고 강하게 성토했다. 이후에도 한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은 “제발 대안이 뭔지 말해달라”고 주장했고, 박정 위원장은 “통합 조정 민주당 안”이라고만 말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이달곤 의원은 소위 후 기자들과 만나 “갑자기 민주당이 가져온 수정 의견을 대안이라고 하면서 표결을 강행했다. 이 의결은 유령 의결이고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배상액 산정 기준을 매출액으로 잡은 것 등에 대해 명백히 반대했음에도 아무런 문건도 없이 그냥 대안이라며 의사봉을 쳤다”고 말했다. 최형두 의원도 “지금 민주당이 통과시킨 건 지금까지 논의한 것과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반면 박정 의원은 “마치 우리가 아무 대안도 없이 의결했다 말하는데, (오늘) 6시간 논의한 후에 (문체위) 수석전문위원이 정리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서면 형태의 법안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의결한 것에 대해 박 의원은 “대안을 미리 종이로 만들어놓고 하는게 아니라 의결하는 순간 대안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野 의원 자가격리 중인데, 소위 연 민주당



민주당의 강행처리 의사는 소위 개의 과정에서부터 뚜렷했다. 국민의힘 소위원 3명 중 1명(김승수 의원)이 자가격리로 참석할 수 없었지만 민주당은 소위 개의를 강행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이달곤 의원은 “김 의원이 방역 지침상 참석할 수가 없는데, 다급하게 열 필요가 있느냐”(이달곤 간사)고 따졌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1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의 일방적 의사진행과 안건 단독 강행처리가 일상화됐다”고 했다.

회의는 6시간 내내 평행선을 달렸다. 배상액 상하한 설정이 주된 쟁점이었다. 보도로 인한 손해액 산정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민주당이 손해액이 아닌 언론사의 매출액으로 기준으로 배상의 하한선을 정하자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달곤 의원은 “언론중재위원도 현재 법 체계 내에서 판례가 없어 손해액 결정이 어렵다고 한다”며 “또 매출 기준으로 손해액을 정할 수 있냐. 인과관계에 따라 해야지 전혀 엉뚱한 논리”라고 비판했다.

이날 소위 상황은 최형두 의원의 유튜브 생중계로 알려졌다. 국회법상 “소위원회의 회의는 공개한다”(57조 5항)가 원칙이지만, 코로나 19 이유를 취재진의 입장이 불가한 상태였다. 김의겸 의원이 “중계를 자제해달라” 요청해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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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언론법 주요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궁지 몰린 윤호중…‘언론 탓’ 하며 “개혁 속도 내겠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반드시 8월 중 본회의 통과까지 매듭짓는다는 방침이다. 처음엔 강경파들로 구성된 미디어혁신특위(위원장 김용민)의 목표였지만 원구성 재합의로 코너에 몰린 당 지도부는 특위의 타임테이블을 그대로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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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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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원내대표는 전날 “(법사위 양보에) 일부 당원들 우려가 큰 걸 잘 안다”며 “야당이 뒤집어씌운 독주의 족쇄를 벗어던진 만큼 더욱 과감히 공정한 언론생태계 조성 입법 등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밤 의원 전원에게 돌린 친전에서도 그는 “언론의 ‘입법폭주’ 프레임에 걸려들고 말아 불가피한 선택(상임위 재분배)을 할수 밖에 없었다”며 “언론ㆍ사법 개혁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미디어특위 관계자는 “문체위원장이 국민의힘에 넘어가기 전에 언론 중재법 처리를 하겠다. 지도부의 의지도 강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상임위원장 재선출 이전에 민주당이 법안을 밀어붙이면 국민의힘이 막을 방법은 없다. 최형두 의원은 “법안을 안건조정위원회(쟁점 법안을 최대 90일간 심의할 수 있는 협의체, 여야 3대3 동수로 구성)에 회부하더라도, 민주당 편인 김의겸 의원이 야당 몫으로 들어오게 돼 무용지물”이라며 “국민과 언론이 민주당의 언론 장악을 막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영ㆍ남수현 기자, 박지영 인턴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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