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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비서실장 되자마자 사업지 인근 11억 농지 취득…행안부 "수사의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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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행안부 특별감찰 결과 보고서]

중앙일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확산하던 지난 3월14일 세종시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일원. 당시 이 지역은 벌집형태의 조립식 건축물들이 들어서고 묘목이 식재되는 등 땅투기 의혹이 제기된 곳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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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지방자치단체 A 과장은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신임시장의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직후인 6월 22일, 신임시장의 핵심 공약이었던 사업부지 인근의 농지 2필지(총 1655㎡ㆍ501.5평)를 거액의 대출을 받아 취득했다. 취득금액은 11억5000만원. 이를 위해 본인 소유 아파트를 팔고,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대출을 8억3000만원이나 받았다.

시장 비서실장이라는 A 씨의 직무를 고려하면 내부개발 정보를 이용한 투기 및 농지법 위반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특히 A 씨는 농지에 있는 재배시설을 취득 후 3년여간 비워뒀다가 지난 4월 정부의 대대적인 농지이용실태 조사가 이뤄지자 부랴부랴 친형을 통해 경작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 같은 행위는 정부 특별감찰에 적발됐다.



과장 3명, 238평 공동취득…편법 증여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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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가 지난 5~7월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부동산 투기 및 불공정 행위 특별감찰 결과. 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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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행정안전부의 ‘2021년 부동산 투기 및 불공정 행위 특별감찰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 5~7월 직무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 등 5건을 적발해 그중 4건을 해당 지자체에 “수사의뢰하라”고 했다. 이들은 농지법, 국토계획법, 건축법 등을 위반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수도권 지자체 과장 등 3명은 시에서 역세권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지난 2018년 1월과 개발사업이 확정된 2019년 2월 사이 사업 부지 인근의 농지 2필지(785㎡ㆍ237.9평)를 공동 취득했다. 역시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취득 금액은 총 5억6500만원. 특히 이 중에는 취득 과정에서 자녀 명의를 동원한 공무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법 지분증여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해당 농지를 직접 경작했다는 증빙자료도 제시하지 못해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다. 농지법 제6조에 따르면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



일반 공개도 전에 어찌 알고…960평 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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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당시 문제가 됐던 LH 간부 K씨 소유의 시흥ㆍ광명 땅. 왕버드나무가 촘촘하게 심어져 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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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취득 의혹 사례는 또 있다. 한 시 단위 지자체 공무원인 B 씨는 시가 추진한 '도시개발사업'이 일반에 공개되기도 전인 지난 2015년 5월 1일 개발 가능성이 희박한 공원구역 내 농지 2필지(3168㎡ㆍ960평)를 취득했다. 해당 사업에 대한 주민 의견 청취 등 일반 공개 시점은 그로부터 한 달 반 후인 2015년 6월 19일에나 이뤄졌다. B 씨는 배우자 명의로 농지를 취득해 감찰을 피하기도했다. 취득 금액은 총 3억원. 본인의 저축 8000만원을 동원하고 지인으로부터 2억2000만원의 무이자 대부까지 받았다.

농지를 취득하고 허가 없이 단독주택을 지어 임대까지 한 공무원도 있었다. 군 단위 지자체의 과장급 공무원인 C 씨는 지난 2017년 12월 농지 2필지(5372㎡ㆍ1627.9평)를 취득한 직후 개발행위 허가도 없이 단독주택 신축 목적으로 약 1m 높이의 석축을 쌓고 성토를 하는 등 불법 토지형질변경을 했다. 국토계획법을 위반한 셈이다. 이후 C 씨는 3년간(2018~2020년) 470만원을 받고 임대를 했다. 자신이 농업경영에 이용할 목적이 아니면서도 농지를 산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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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의 '부동산 투기 및 불공정 행위 특별감찰' 결과에는농지법 외에도 농지 취득 후 무허가 토지형질 변경을 하는 등 국토계획법을 위반한 사례도 나왔다. 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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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빌미로 자기 농지 개발하러 가기도



출장을 빌미로 자신의 소유 농지를 불법 개발한 공무원도 있다. 군 단위 지자체 과장급 공무원 D 씨는 본인이 소유한 농지에 농막을 불법으로 증축하고 쇄석을 깔아 주차장으로 썼다. 건축법과 농지법을 모두 위반한 셈이다. 지난해 12월엔 인허가 주체인 해당 면에서 시정 명령을 했지만 5개월간 이를 묵살하기도 했다. D 과장은 지난해 7~12월 관내 출장 13회를 빌미로 출장지를 이탈해 부지를 방문, 농막 증축, 석축 쌓기 등 공사를 진행해 복무규정을 위반했다.

한편 행안부는 이 외에도 ▶기업활동 저해, 특혜제공 등 불공정 행위 9건 ▶공직기강 해이 행위 10건 ▶소극행정 등 업무처리 부적정 10건도 적발해 해당 지자체에 징계를 요구했다. 최근 5년간 17억8000만원 규모의 수의 계약을 맺은 외부 업체로부터 골프 및 향응을 받거나, 직무 관련 업체에 아들의 취업을 청탁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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