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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업계, 주 52시간제 딜레마…"취지는 좋지만 안 맞는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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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과 달리 창의성 필요한 스타트업에 노동 시간 중심 일괄 규제 안 맞아"

주 52시간제, 대립적 의제가 아닌 생산적 논의로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뉴스1

27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한국벤처창업학회가 '스타트업과 주 52시간제' 토론회를 열었다. (유튜브 중계 화면 갈무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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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스타트업 업계가 '주 52시간제'의 딜레마에 빠졌다. 노동자의 권익은 존중하지만, 스타트업 문화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주 52시간제로 인해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획일화된 컨베이어 벨트 방식의 제조업과 달리 창의성과 유연성이 필요한 스타트업에 노동 시간 중심의 규제가 맞지 않는 옷이라는 게 스타트업 업계의 주장이다.

27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한국벤처창업학회는 '스타트업과 주 52시간제' 토론회를 열고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해 짚었다. 이날 행사는 주 52시간제 시행에 대한 스타트업들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 52시간제는 지난 1일부터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에도 적용됐다. 이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법 적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소수의 인원이 사업 기획, 투자 유치,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단기간에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주 52시간제가 기업 초기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기조 발표를 맡은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주52시간제로 인해 스타트업들이 사업 추진 및 인력 관리에 근본적인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며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근로시간에 대한 획일적인 규제를 하기보다는 단기간 집약적 업무수행과 고소득을 선택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성민 교수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사례를 들어 노동 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 면제 근로자 제도 등 유연한 규제 적용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주 52시간제 대응 방안으로 꼽히는 탄력근로제가 스타트업에서는 적용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동자 대표를 정해 근무 시간에 대한 서면 합의를 체결해야 하는데 스타트업에서는 대부분 노동조합이 없고, 서로 직무가 달라 이를 조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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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스타트업에 대해 획일적 규제보다는 단기간 집약적 업무수행과 고소득을 선택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중계 화면 갈무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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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논의들이 고용주와 노동자의 대립 구도로 흘러가면서 생산적 논의를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주 52시간제 문제가 너무 대립적 의제가 돼서 생산적 논의가 어렵다"며 "스타트업들은 주 52시간제 취지에는 동의하며 기업들이 안 지키는 부분이 있어 규제가 경직성을 띨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지만, 스타트업 조직 문화에는 안 맞지 않냐는 문제의식이라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 시간을 기준으로 성과를 측정하고 보상하는 건 제조업, 컨베이어 벨트 환경 등 노동이 규격화된 환경에서는 적합하지만 스타트업 같은 창의적 노동 환경에서는 노동 시간을 측정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카카오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최근 두 기업은 주 52시간제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6월 주 52시간제를 비롯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실이 고동노동부 근로 감독을 통해 적발됐다. 고용노동부는 27일 네이버 특별감독 결과를 발표하며 임금 체불 등 노동관계법 위반을 다수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최성진 대표는 "잘못된 부분은 고쳐야 되지만, 네이버와 카카오가 게임사들처럼 (구성원 개인의 자율이 아닌) 컴퓨터 조작 시간을 확인해 일하는 시간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갈 경우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날 진행된 토론에는 최성진 대표를 비롯해 김대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송명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등이 참여했다. 또 한국벤처창업학회장 허철무 호서대학교 벤처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김대일 교수는 "정책의 취지는 좋지만 취지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느냐가 문제"라며 "주 52시간제는 저녁이 있는 사람,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고용을 늘려보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실제로 고용은 하나도 늘지 않았다. 새로운 규제로 노동 비용이 많이 올라 고용이 줄어들어 일자리 나누기 효과가 상쇄됐다"고 주장했다.

송명진 부연구위원은 "노동 유연성은 미국식으로 채용과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방식이나 유럽식으로 기능적 유연성을 가져가는 방식이 있는데 지금 정책 방향은 두 가지 다 놓칠 수 있다"며 "앞으로 더욱 빠른 산업 변화가 왔을 때 정책이 사회에 잘 정착하고, 일자리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최항집 센터장은 "주52시간제로 인해 스타트업들이 사업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서는 안되지만, 스타트업 종사자들의 권익을 보호해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이번 토론회를 기반으로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와 스타트업 근로자 권익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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