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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스타트업 "획일적 '주 52시간 근무제' 우려…성과 위주 보상체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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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효율성·창의성 보장 위해 일률적 규제보다는 탄력적 규제 역설

아이뉴스24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가 한국벤처창업학회와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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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7월 1일부터 5인 이상, 50인 이하 기업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된 가운데 스타트업과 학계 관계자들이 일제히 획일적 정책 적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벤처창업학회와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지난 1일부터 5인 이상, 50인 이하 중소기업에도 정책이 시행됐는데 아직 이 중 3분의1 이상의 기업들이 주 52시간 근무제를 완전히 도입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사업 기획, 투자 유치, 프로그램 개발 등으로 인해 굉장히 바쁘게 일하게 되는데 그런 경우 주 52시간 근무제를 쉽게 어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특히 요즘 스타트업 사업 계획서 중 80% 이상이 플랫폼 관련인데 플랫폼 특성상 처음부터 완벽한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출시 후에도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아서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시간 체크를 깐깐하게 하면 오히려 전반적인 생산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전 교수는 이에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들며 유연하게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전 교수는 "실리콘밸리에서 기업 임원이나 전문 서비스를 하는 직원들은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지 않는 '면제근로자'이며 또 연봉 1억1천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사람들은 주당 근로시간에 제한이 없다"며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사한 제도인 영국의 '옵트아웃' 제도의 사례도 들었다. 전 교수는 "돈을 더 벌고 싶어 48시간을 넘겨 일하다가도 그만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옵트아웃을 취소할 수 있다"며 더 일하고 싶은 직원들에 대해 근로시간 유연성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전 교수는 "앞으로 단순 노동을 제공하는 일자리는 줄어들고 고급 인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근로 시간을 토대로 획일적인 규제를 하기보다는 단기간 집약적 업무수행과 고소득을 선택할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혁신을 촉진하는 보상 체계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비쳤다. 최 대표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포함한 노동 관련 제도들과 관련해 당연히 안 지키는 기업들이 있기에 제도가 경직성을 띨 것"이라면서도 "많은 스타트업들이 일하는 방식이나 혁신 끌어내는 조직 문화에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안 맞지 않느냐는 것이 스타트업들의 기본적인 문제 의식"이라고 꼬집었다.

최 대표는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성과를 측정하고 보상하는 방법은 산업혁명 당시에나 적합한 제도라고 생각한다"며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다른 옷을 입을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초과근무를 할 경우 확실한 성과 보상을 하는 방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0년까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근무하며 주 52시간 근무제 관련 연구에 참여했던 송명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도 "현행 근로기준법 자체가 근로시간 측정을 기본으로, 시간과 비례해 성과가 나온다는 생각이 깔린 법"이라며 "이를 제조업 기준으로는 여전히 적용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사무직과 스타트업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지 않나"라고 말했다.

송 박사는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 경우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적응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적어도 회사가 초과노동을 한 노동자에 대해 제대로 보상할 수 있도록 하고, 그 대신 회사가 초과노동을 강요할 수 없도록 하고 노동자들이 특정 시간 이상의 노동을 거부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식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현재의 규제보다 더 실효성 있고 유연한 규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전성민 교수는 "사실 주 52시간과 관련해서 얘기를 한다는 게 자칫 정치적 발언으로 비춰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라면서도 "앞으로 디지털 경제로 급전환하는 시기 스타트업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노동시간 문제는 분명히 다뤄져야 할 문제이고 스타트업 기업의 혁신을 위해서라도 이는 단지 정치적 어젠다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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