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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中 '홍색 규제' 에 투자자 패닉…상하이·홍콩 증시 이틀째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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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증시 상장 中기업 시총 890조 증발

'돈나무 언니'도 투자금 빼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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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홍콩 증권거래소의 지수 변화 모습. 이날 홍콩 항셍지수는 -4.80% 떨어진 2만4934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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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의 ‘홍색규제’ 공포가 세계 자본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중국과 홍콩 증시는 3거래일 연속 폭락했고 뉴욕증시에서도 중국 기업 주식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과 사교육 시장에 대한 대규모 규제에 나서면서 중국 기업에 손을 댄 투자자들은 ‘패닉’ 상태다.

27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86.26포인트(2.49%) 내린 3381.18로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선전성분지수와 ‘중국판 나스닥’ 촹예반(創業板) 지수도 각각 537.22포인트(3.67%), 138.39포인트(4.11%) 하락했다. 상하이·선전 증시는 전날에도 2%대 낙폭을 보였다. 지난주 금요일에 이어 3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홍콩 항셍지수 역시 이날 -4.80% 급락한 2만4934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4.09%에 이은 이틀 연속 폭락이다.

중국·홍콩 증시를 뒤흔든 건 중국 당국의 '전방위 규제'다. 중국 공산당은 최근 '빅테크' 기업들을 향해 연이어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지난해 10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의 정부 공개 비판 이후 벌어진 일이다.



플랫폼·사교육·배달앱 전방위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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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중국 베이징의 한 시민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 모습. 차량 공유앱 디디추싱(윗줄 맨 왼쪽)과 배달앱 메이퇀(윗줄 맨 오른쪽) 등이 있다. 최근 중국 공산당은 이들 플랫폼 기업 등에 대해 대규모 규제를 벌이고 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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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는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이달 초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최대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에 대해선 국가안보 위반 혐의를 들어 신규 회원 유치를 금지하고, 모든 앱스토어에서 디디추싱 앱을 삭제하도록 했다.

사교육 시장에도 핵폭탄급 규제가 떨어졌다. 지난 24일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은 이날 학교 수업과 관련된 과목을 통해 사교육 기관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금지했다. 온라인 교육 업체는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되며 기존 업체는 전면 조사를 통해 재허가받도록 했다. 사교육 기관이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금지했다.

중국은 현재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로 고민 중인데, 당국은 지나치게 높은 사교육 비용을 그 주범으로 지목한 것이다. 이에 따라 1200억 달러(약 138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중국의 사교육 시장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대형 학원 기업인 신둥팡교육(新東方敎育)의 주가는 지난 금요일과 월요일 홍콩 증시에서 이틀 연속 40%대 폭락한 데 이어 27일도 10% 가까이 추가 하락하면서 사실상 ‘휴짓조각’이 됐다.

중국 당국은 26일엔 온라인 주문 음식 배달 플랫폼에 배달 기사의 소득을 현지 최저임금보다 낮지 않도록 보장하라는 ‘배달원 권익수호’ 지침을 내렸다. 이후 ‘중국판 배민’ 메이퇀(美團) 등 주요 배달 플랫폼 업체의 주식이 폭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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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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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색 규제 리스크'는 뉴욕증시에도 상륙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98개의 지수를 추적하는 ‘나스닥 골든드래건중국지수’는 26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7% 하락했다. 23일의 8.5% 하락을 합하면 2거래일간 낙폭은 15%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다. 지수가 올 2월 최고치를 찍은 후 5개월 만에 시가총액 7,690억 달러(약 890조 원) 이상이 날아갔다.



규제 시리즈, 내년 10월까지 이어갈 수도



시장에선 비관론이 퍼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홍색 규제’의 이유가 통치 체제 강화와 시 주석의 장기 집권과 연결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이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급격히 성장한 민영 기업이 체제에 중대 위협 요인이 된다고 보고 강력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이로 인해 '군기 잡기'가 내년 10월 예정된 공산당 당 대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외의 큰손 투자자는 중국 주식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서린 우드가 최고경영자(CEO)인 아크이노베이션 상장지수펀드(ETF)는 올 2월 8%에 달했던 중국 주식 보유 비율을 이달 들어 0.5% 미만으로 축소했다. 지난 13일 우드 CEO는 자사 온라인세미나에서 “중국 정부는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점 때문에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시장 평가가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본다”고 경고했다.

JP모건체이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당국의) 새 규정에 따른 구조조정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 알 수 없다. 우리 판단으로 이런 주식은 투자가 가능하지 않다”며 “최악의 상황이 현실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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