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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것도 인생" 안창림 '불굴의 동메달'에 쏟아지는 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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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창림 시상식 안 보여주나" 경기 후 불만 폭발
알고 보니 짧은 시상식 전파 타...웃지 못할 해프닝
"코로나 시국에 답답한 국민들에 감동·희망 줘"
안 선수 인터뷰도 화제..."진정한 올림픽 정신"
한국일보

안창림 유도 국가대표 선수가 26일 일본 도쿄 무도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73㎏급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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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창림 선수 시상식 안 보여줘요?"

26일 오후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유도 73㎏급 동메달 결정전이 끝난 직후. 지상파 방송 3사의 온라인 실시간 중계 채팅방은 난리가 났다. 결승전이 끝나고도 남을 시간인데도 유도 시상식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투혼을 발휘하고 값진 동메달을 거머쥔 안창림 선수의 모습을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이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시간이 흘러도 시상식 장면이 나오지 않자, 네티즌들은 "금메달 못 따면 시상식도 안 보여주나?(mle***)" "일본이 금메달 따서 그런가?(ㅇㄹ***)" "방송사들이 일본의 기미가요 안 들려주려고 끊는 거다(ㄷ*)" "반일 감정에 사로잡혀 시상식 안 보여주네(ㄴㅅ**)" 등 글을 올렸다.
한국일보

안창림이 26일 오후 도쿄 무도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73㎏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제르바이잔의 루스탐 오루조프 선수를 절반승으로 승리한 뒤 코치와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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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시상식 볼 수 있는 방법 아시는 분?"이라며 정보를 공유하자고 했고, 다른 이는 "유튜브에서도 볼 수 없나?"고 궁금해했다. 또 "도대체 방송사들이 똑같은 경기를 보여주는 이유가 뭔가?"라며 방송사의 중계 행태까지 싸잡아 비판하는 이도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날 시상식은 짧게나마 전파를 탔다. 금메달을 딴 일본의 오노 쇼헤이 선수가 메달과 꽃다발을 받은 뒤 잘렸다. 일부 누리꾼은 국민 정서상 시상식 전체를 보여주는 건 무리라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웃지 못할 '시상식 해프닝'이 벌어진 건 안 선수의 투지에 국민들이 감동했기 때문이다. 힘들게 시상대에 오른 선수를 위로하고 기쁨을 나누고픈 시청자들의 마음이 복받쳐 표현된 것이다. 하마터면 시상식 방송 여부까지 논란으로 번질 뻔한 순간이었다.

주부 이형은(가명·46)씨는 "도쿄올림픽이 여러 비난과 우려가 있지만, 그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국민들에게 선수들이 감동과 희망을 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4경기 연장전·반칙패...끝까지 포기 않는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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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림 선수가 26일 도쿄 무도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73㎏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제르바이잔의 루스탐 오루조프 선수를 한팔업어치기로 절반승을 획득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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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큰 관심은 안 선수의 도전과 투혼이었다. 그는 이날 오전부터 펼쳐진 32강부터 4강까지 4경기를 모두 연장전까지 치르며 힘겹게 올라갔다. 그의 총 경기 시간만 31분49초. 한 경기당 시간은 4분. 시간 내 경기를 끝내지 못하면 '골든 스코어'가 날 때까지 시간 제한 없이 경기를 펼친다. 이렇게 안 선수의 한 경기당 평균 시간은 약 8분이다.

시청자들은 안 선수의 포기하지 않는 '올림픽 정신'에 깊이 감동했다. 그는 준결승에서 또다시 석연치 않은 판정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3년 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안 선수는 당시 결승전에서 일본의 오노 쇼헤이 선수를 만나 심판에 의해 판정패를 당했다. 그런데 그때와 똑같은 상황이 이번에 재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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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림 선수가 26일 일본 도쿄 무도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73㎏급 16강전에서 키크마틸로크 투라에프(우즈베키스탄) 선수와 경기 중 코피를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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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악몽에 포기할 법도 했다. 그러나 안 선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정신을 집중했고, 유일하게 연장전까지 가지 않고 경기를 마쳤다. 불과 경기 종료 10초가량을 남겨놓고 극적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시청자들의 감정은 온라인을 통해 후끈 달아올랐다.

시청자들은 "아시안게임 때 눈물 흘리던 게 기억난다. 앞으로 승승장구하길 기원한다(Yo********)" "금메달보다 더 멋진 동메달이며,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은 것을 존경한다(ㅂ**)" "안 선수가 세계 랭킹 1위도 하면서 전력이 많이 노출돼 고전했지만, 끝까지 투혼을 발휘해 대한민국을 빛냈다(rU****)" "당신이 진정한 올림픽 투혼(2R***)" "일본이 아닌 대한민국 국가대표여서 감사하다(ㅅ**)" 등으로 마음을 전했다.

"인터뷰도 감동...이것이 올림픽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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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림 선수가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유도 73㎏급 동메달 결정전 이후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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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선수의 감동은 유튜브에도 전파됐다. 그의 경기와 인터뷰 장면을 담은 영상을 찾는 이들이 많았다. SBS의 경우 안 선수 관련 경기 영상은 하루 만에 2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KBS도 10만 건이 넘는 조회수가 나왔다.

특히 동메달 결정전을 승리한 뒤 아쉬움을 드러낸 안창림 선수의 인터뷰도 인상적이었다. 안 선수는 "모든 기준을 오늘이라는 날에 맞추고 왔다"며 "하루하루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제가 원하는 결과는 아니었지만, 이것도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해 더욱 진한 감동을 전했다.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에는 "진정한 스포츠맨" "이것이 올림픽 정신" 등의 호평도 따라왔다.

안 선수는 3년 전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도 기뻐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상대에서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평평 쏟았다. 그렇다고 큰 불만을 제기하거나 목소리를 높이진 않았다. 그저 다음을 기약할 뿐이었다.

그는 당시에도 "시합 끝나고는 괜찮았는데 메달 받으니까 진짜 결과를 받아들여야 될 것 같아서..."라며 "나중이 되면 저한테 남은 건 은메달이라는 사실밖에 없으니까..."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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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림 선수가 2018년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다-팔렘방 아시안게임 유도 남자 73㎏급 결승에서 오노 쇼헤이(일본)와의 경기에서 판정패를 당해 아쉬워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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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선수의 인생 스토리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재일교포 3세인 안 선수는 일본 쓰쿠바대 2학년이던 2013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전일본학생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일본 유도의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일본 유도연맹은 이후 안 선수에게 귀화를 권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 국적을 버리지 않고 2014년 한국으로 건너와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래서 그가 인터뷰를 할 때마다 재일교포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힘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이유다.

벌써부터 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안 선수의 활약을 응원하는 메시지도 눈에 띈다. 그의 인터뷰 영상 댓글에는 "내년 아시안게임, 3년 뒤 파리올림픽에 꼭 출전해 금메달 한을 풀기를 바란다(slw***)" "안 선수가 금메달을 딸 때까지 올림픽에 도전하시라(sit*****)" "더 이상 눈물 없는 시상식을 꼭 경험하길 바란다(znz****)" 등 응원을 보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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