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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백신 무주권국의 비애…모더나 '공급지연' 일방 통보에도 한마디 못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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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백신 확보 비상 ◆

매일경제

27일 오후 광주 서구 상무지구에서 구청 공무원이 방역수칙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이 지역 유흥주점발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부터 비수도권 전역에 거리 두기 3단계가 시작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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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모더나사의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7월 말에서 8월로 늦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모더나 측 계약 위반이 아니다"는 말만 반복하는 등 저자세로 일관해 눈총을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백신 무주권' 국가의 한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27일에도 "모더나 측에서 당초 7월 말 공급 예정이던 백신 물량이 생산 차질 문제로 공급 일정 조정이 불가피함을 통보했다"며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서는 또다시 함구했다.

정부는 7월 말 공급될 모더나 물량 약 100만회분이 8월로 미뤄졌다고만 밝혔다. 모더나 측 귀책 사유로 공급이 연기된 만큼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정부는 "계약상 공급 시기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기에 계약 위반은 아니다"는 말만 연일 반복하고 있다.

정부는 모더나와의 계약서상에 4000만회분 연내 도입이 명시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27일 0시 기준 국내에 도입된 모더나 백신 물량은 115만2000회분으로 2.88%에 그쳐, 연내 약 3885만회분이 더 들어와야 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존에 국내로 들어온 모더나 백신 원액 생산은 스위스 론자에서, 병입은 스페인 업체에서 해왔지만, 8월분부터는 유럽이 아닌 미국 등 다른 제조라인 생산분을 받게 된다. 모더나가 자체 생산공장이 없는 만큼 앞으로도 해외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계속 남아 있는 것이다.

다음달부터 만 18~49세 약 1700만명에 대한 예방접종이 개시된다는 점에서 접종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50~54세 역시 다음달에 접종이 시작된다. 추진단 측은 다음달부터 모더나 백신 물량 도입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앞선 모더나와 정부의 행보를 감안하면 불안감을 지우기 어렵다. 그동안 정부는 모더나 백신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지난 19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7월 셋째주에 공급될 예정이었던 모더나 백신 물량이 7월 마지막주로 연기됐다"고 전한 바 있다. 이 발언도 모더나 생산 차질 문제로 지켜지지 못했다. 모더나의 백신 수급 차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통화 후 모더나 백신 공급 시기를 올해 2분기로 앞당겼다고 했지만, 실제 상반기에 들어온 물량은 11만2000회분에 불과했다. 또 올해 초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모더나와 손잡고 국내에 공장을 설립하는 논의를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진전된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화이자 백신을 중심으로 예방접종을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날부터 부속 의원을 보유한 대기업 사업장 40여 곳에서 종사자 30만3159명을 대상으로 한 화이자 백신 자체 접종이 개시됐다. 정부는 철강·자동차 등 대규모 사업체 가운데 상시로 가동할 필요성이 큰 사업장은 부속 의원을 통해 자체 접종을 진행하도록 했다. 돌봄인력을 포함한 교육·보육 종사자들도 28일부터 위탁의료기관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는다. 이미 추진단은 만 55∼59세 중 다음달 2~8일에 접종하는 이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위탁의료기관 1만3000여 곳 중 모더나 백신만 접종하는 657곳에서 모더나 백신을 맞게 된다. 고등학교 3학년생 이외의 대입 수험생도 다음달 10~14일 전국 위탁의료기관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는다. 대상자는 9월 모의평가 응시자 중 접종 신청자,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꿈드림)를 통해 접종을 신청한 수험생 및 대입 업무 관계자 등 10만여 명이다. 추진단은 만 18~49세 예방접종 계획을 포함해 오는 30일께 '8월 접종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화이자 백신 도입 물량만으로 8월부터 이뤄지는 예방접종의 원활한 진행을 기대하긴 힘들다. 추진단 측도 이날 브리핑에서 "다음달에 '계획대로' 물량이 도입될 경우 50대 접종과 18~49세에 대한 접종은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30일부터 3000㎡ 이상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에 안심콜, QR코드 등 출입명부 관리 도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1~2단계에는 대형 유통매장 내 개별 점포 중심으로 출입 관리를 시행하지만 3단계 이상부터는 매장 출입 시 안심콜, QR코드를 거쳐야 한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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